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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3차 대안학교 협의회 연수 펼침막
ⓒ 정일관
눈이 오려는지 잔뜩 찌푸린 하늘이다. 간혹 진눈깨비가 아주 적게, 보일 듯 말 듯 내린다. '눈이 오겠네' 하면서 대진 고속도로를 달렸다. 청주의 양업고등학교에서 열리는 제 3회 한국 대안학교 협의회 연수에 참가하기 위해서이다.

간디학교 양희규 이사장이 협의회 회장이 되고난 후, 전북 진안 푸른꿈고등학교와 경주 화랑고등학교에 이어 3번째로 열리는 협의회 연수이다.

푸른꿈과 화랑고에서 모일 때는 각 학교 교장과 연구부장, 교무부장이 주로 모여 자율학교 운영과 교육과정을 함께 논의하였고, 이번 3차에는 대안학교 전 교사가 자율적으로 참석하여 총회 형식으로 당면 과제를 논의하기로 하였다.

3시간 남짓 차를 달려 양업고등학교에 도착하니 학교 앞을 흐르는 작은 강이 참 예쁘다. 3년 전에 양업고를 방문하였을 때, 강 옆 모래톱에 학생들이 삽으로 대형 물고기를 그려놓은 것이 무척 인상적이었는데, 그 때 생각이 나서 부러운 눈으로 강을 바라보았다.

윤병훈 양업고 교장 선생님도 앞 강을 '우리 강'이라고 할 정도로 아끼는 강이다. 양업고는 재작년에 본관 옆에 건물을 새로 지었고, 산을 깎아 대운동장을 조성하였으며, 전에 사용하던 작은 운동장엔 잔디를 깔고 연못을 파서 학교 앞뜰 같이 사용하고 있어 발전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새 건물에 들어가니 전국의 대안학교에서 온 교사들이 북적거린다. 한 50명 정도 참석한 것 같다. 양업고 신부, 수녀님들이 보이고, 원경고, 경주화랑고, 영산성지고, 간디학교, 푸른꿈고, 세인고, 두레 자연고, 동명고 등 기존 학교의 교장과 교사들 그리고 1,2년 전에 개교한 한마음고, 성지송학중, 지평선중, 헌산중, 용정중, 경기대명고, 작년 9월에 개교한 이우학교, 공동체비젼고, 올해 개교하는 달구벌고, 지리산고, 지구촌고, 산마을고 등 다양한 성격과 다양한 이름을 가진 대안학교가 총망라하여 모였다.

양희규 회장과 양업고 윤병훈 교장 신부님의 인사말에 이어 양업고등학교를 소개받고 동영상 시청을 하였다. 소개한 학교 활동에서 눈에 띄는 것은 학교 숲 가꾸기 행사와 부자(父子) 캠프, 그리고 중국 이동 수업을 통한 북한 돕기 등인데, 대안학교만이 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지역 방송국에서 소개될 만 했다.

다음으로 경기도 하남에서 대안 초등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푸른숲학교 김희동 교장의 초등 대안학교 현황과 대안교육 연대에 대한 발제를 들었다. 김 교장은 현재 초등 대안학교는 전국에 13개가 운영 중인데, 대안 초등학교를 설립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약하기 때문에 대안학교 특별법 제정을 서둘러야 하며, 그래서 공교육도 사교육도 아닌 민교육의 입장에서 공적 자금을 지원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양희규 회장의 사회로 안건 토의에 들어갔는데, 한국대안학교협의회의 법적 기구 등록 문제와 대안학교법 제정의 필요성과 대안학교 교사의 날 제정, 그리고 2004년도 연수 계획을 논의했다.

대안학교법 제정은 현재 대안학교가 특성화고등학교로 지정되어 디자인고, 미술고, 예술고, 체육고 등과 같은 기능별 특성화고등학교와 혼재되어 있어 그 정체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으므로, 대안학교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기능별 특성화고와 분리되는 대안학교법 제정이나 개정이 필요하다는데 공감을 같이하였다.

또한 매년 가을에 전국의 대안학교 교사들이 모두 모이는 대안학교 교사의 날도 제정하여 함께 어우러지는 시간을 갖기로 하였다. 아울러 대안학교 협의회 홈페이지를 개설하여 학생과 학부모, 일반 학교 교사 등에게 전국 대안학교의 정보를 제공하고, 대안학교 교사들끼리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기로 하였다.

끝으로 올해 대안학교 협의회 연수는 봄과 가을에 2회 열 것이며, 주최할 학교도 세인고와 두레 자연고를 선정하고 회의를 마무리 지었다.

지난 1998년 6개의 대안학교가 처음으로 출범한지 만 6년을 지나면서 벌써 20개의 학교로 늘어났고, 그 형태도 다양해졌다. 처음의 그 소박하고 조촐한 만남들을 생각하면 감회가 새롭다.

한국의 대안학교 운동은 한국 교육 50년사에 획을 긋는 위대한 사건이며 교육의 물꼬를 새로 트는 작업이니 우리 함께 힘내자는 양 회장의 희망찬 발언에 더욱 힘입어, 우리 대안학교는 이제 외롭지 않다고, 넉넉한 한길로 함께 가고 있다고 우리는 밝게 헤어졌다.

양업고등학교를 떠나오는데 서설인지 눈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눈은 밤새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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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합천의 작은 대안고등학교에서 아이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시집 <느티나무 그늘 아래로>(내일을 여는 책), <너를 놓치다>(푸른사상사)을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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