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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희 인터넷기자협회 사무처장이 10일 낮 인터넷실명제 철회를 촉구하며 한나라당사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 민중의소리
국회 정개특위가 9일 인터넷실명 인증제를 강행 처리한데 대해 언론·시민단체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국민의 기본권을 유린한 위헌행위로 이번 법안처리를 규정한 이들은 적극적인 개악법안 저지투쟁을 선언하는 등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들 단체들은 잇따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인터넷실명제 강행으로 인한 언론·표현의 자유 침해와 온라인 민주주의 위축을 우려했다. 또 인터넷언론계와 언론·시민단체, 네티즌 유권자 등의 여론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법안처리를 주도한 한나라당을 강력하게 규탄했다.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아이뉴스24, 이데일리 등 10개 인터넷언론사로 구성된 한국인터넷신문협회(회장 이창호 아이뉴스 대표)는 10일 성명을 내고 "국회는 반민주적 반인권적 입법을 당장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인터넷신문협회는 특히 바람직한 선거토론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협회가 제안한 자율실명제 도입이 묵살된 점에 유감을 나타냈다. 인터넷신문협회는 "일부 폐해를 바로잡는다는 명분을 내세워 인터넷실명제를 도입한 것은 국민의 기본권인 언론·표현의 자유를 크게 위축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인터넷신문협회는 또 "인터넷상의 근거 없는 비방이나 비난에 따른 명예훼손 등은 사법기관의 수사, 처벌이 가능하다"면서 "그럼에도 편의적인 발상에 따라 인터넷실명제를 도입하는 것은 과도한 인터넷 통제이자 검열"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인터넷신문협회는 "참여민주주의 흐름에 역행하는 인터넷실명제가 입법화될 경우 인터넷상의 정치토론과 참여를 크게 제약하게 될 것"으로 우려했다.

인터넷신문협회는 인터넷실명제 도입 의무대상인 인터넷언론 상위50개 선정기준과 실명인증 방법 등의 문제점도 함께 따지고 '인터넷 실명인증 의무화'를 즉각 철회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또 한국인터넷기자협회(회장 윤원석 민중의소리 대표)도 이날 인터넷실명제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인터넷기자협회 역시 "인터넷 실명제 도입은 표현·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개악법안"으로 법안 도입을 비판하고 "기성매체와 차별하면서 규제만 있고 지원책은 전혀 없는 인터넷실명제 도입 저지에 모든 힘을 모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터넷기자협회는 이번 법안처리를 주도한 한나라당에 항의하기 위해 10일 오전 11시 30분부터 한나라당 앞에서 1인시위를 벌였다. 이날 시위에는 이준희(시민의신문 기자) 인터넷기자협회 사무처장이 참여했다.

한편, 동아닷컴과 디지틀조선일보, 조인스닷컴, 인터넷한겨레 등 9개 종이신문사의 인터넷자회사로 구성된 한국온라인신문협회(회장 정구종)는 이보다 앞서 지난달 30일 관련 성명을 내고 "인터넷 언론의 기본정신을 망각한 반민주적 발상”이라고 인터넷실명제 도입을 비판했다.

온라인신문협회는 "인터넷 게시판에 선거 관련 의견을 올리는 네티즌이 인증서를 받아 전자서명을 하도록 하는 ‘전자서명제’나 네티즌 개인의 신상자료까지 요구할 수 있는 ‘통신자료요구권’이 도입된다면 이제 막 꽃피우기 시작한 온라인 민주주의에 족쇄를 채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인터넷신문협회(회장 이창호 아이뉴스24 대표) 성명 전문이다.

국회는 반민주적 반인권적 입법을 당장 중단하라

한국인터넷신문협회를 비롯한 언론단체와 인터넷 언론, 네티즌, 시민사회단체 등 언론계외 와 시민사회의 수차에 걸친 우려 표명과 재고 요청에도 불구하고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이하 정개특위)가 2월 9일 선거관련법 개정안에 이른바 '인터넷 실명인증제' 도입하기로 한 것은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심대하게 침해하는 것으로서 당장 철회돼야 한다.

협회는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선거 관련 보도와 관련한 인터넷상에서의 모든 의사 표현 및 글쓰기에 대해 실명 인증을 법제화하려는 정치권의 움직임에 대해 우려와 함께 그 문제점을 지적하는 한편 이를 심사숙고해줄 것을 여야 의원들에게 호소해왔다.

협회는 또 그 대안으로 참여민주주의의 지평을 크게 확대한 인터넷 공간에서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 및 토론은 최대한 보장하되 익명에 숨어 근거 없는 비방이나 비난 등의 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인터넷 언론이 회원제 등을 통해 자율 실명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협회가 이같은 자율 실명제를 제안한 것은 인터넷 공간에서의 바람직한 선거 토론 문화의 조성을 위해서는 법적인 물리적인 규제로는 그 한계가 뚜렷해 실효성이 의문시되는데다가 일부 폐해를 바로잡는다는 명분으로 인터넷 언론과 네티즌, 국민 모두의 기본권인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크게 위축, 침해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개특위는 2월 9일 전체회의에서 일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실명 인증 의무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인터넷 실명제'를 표결 통과시켰다. 정개특위는 상위 50개 인터넷 언론사 등에 대해서 선거와 관련한 의견을 쓰거나 개진할 때는 신용정보기관 등의 데이터 베이스와 연동해 실명 확인 프로그램을 설치하도록 의무화하고 이를 어길 경우 1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정개특위의 이같은 인터넷 실명제 의무화는 지극히 편의적인 발상에 따른 국민 기본권의 심각한 유린이다. 일부 문제가 되는 비방이나 비난글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모든 국민들이 선거와 관련한 의견을 개진할 때 인터넷 실명 인증을 의무화하도록 한 것은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크게 훼손하는 과도한 인터넷 통제이자 검열이다.

무엇보다도 인터넷 상에서의 근거 없는 비방이나 비난에 따른 명예훼손 등은 지금도 형사 처벌 대상으로 사법기관의 수사와 처벌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 때 정치인들에 대한 비방이나 비난의 폐해를 차단해보자는 협량한 시각에서 모든 유권자들의 의견 표명을 범죄시하는 듯한 실명 인증이란 규제를 의무화한 것은 지극히 반인권적이고, 반민주적인 편의적인 발상일 뿐만 아니라 반의회적인 억지 법제화다.

협회가 수차 지적한 것처럼 정개특위의 인터넷 실명제가 그대로 입법화될 경우 그동안 활발한 정치 참여와 토론의 공간이 돼 왔던 인터넷상의 각종 선거 및 정치관련 토론과 참여를 크게 제약하게 될 것이다. 이는 참여 민주주주의의 흐름과도 역행하는 처사이다.

또 구체적인 법제화의 내용을 따져 보면 더욱 한심하다. 인터넷 언론 상위 50개에 대해서만 실명 인증을 의무화한다는 발상이 어떻게 가능한 일인지 의문이다. 어떤 기준으로 정부가 선거관련 기관이 상위 50개의 인터넷 언론을 가려낼지도 궁금하지만, 도대체 상업적인 측면이 농후한 접속자 수등을 갖고 어떻게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규제 조치를 선별적으로 적용하겠다는 것인지, 입법기관으로서의 기본 양식 자체가 의문시된다.

실명 인증 방법도 문제가 많다. 국가 공무를 위해 필요한 경우 아니면 아주 제한적인 경우에만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행정전산망을 무수한 인터넷 언론의 실명 인증을 위해 공개 이용토록 하도록 하는 것은 말 그대로 국민의 허락도 받지 않고 국민 모두의 인적 정보를 죄다 공개하라는 것이나 다름 없다.

신용평가기관을 통한 실명 확인 방식으로는 금융 거래가 없는 사람들이나 미성년자들, 신용평가기관에 등재돼 있지 않은 많은 사람들에 대해서는 실명이 확인되지 않는다. 외국 영주권등을 갖고 있는 한국인이나 외국인들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는 상업적 인적 정보 데이터 베이스에 근거해 헌법상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편의적으로 규제하고 제한할 수 있다는 발상이나 마찬가지다.

다시 강조건대, 인터넷 상에서 일부 익명에 숨은 비방이나 비난의 폐해를 줄이자고 모든 국민들을 범죄시하고 인터넷 상에서의 자유로운 글쓰기를 크게 위축시킬 수 있는 '인터넷 실명 인증 의무화'는 당장 철회돼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이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잘못을 범하는 것으로 인터넷 언론은 물론이고 네티즌과 국민들의 거센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한국인터넷신문협회는 분명히 밝히고자 한다.

향후 입법 과정에서 이같은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아 민주주의 제반 가치의 수호자이고 인권의 보루여야 할 국회가 민주주의와 인권에 반하는 실효성 없는 입법으로 스스로의 권위를 실추시키는 잘못된 결정이 이뤄지지 않기를 기대한다.

2004년 2월 10일 한국인터넷신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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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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