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한나라당은 죽어야 산다고 말한다. 그럼 누가 먼저 죽어야 하는가는 자명하다. 바로 최대표 자신이다."
<조선일보>가 또 '자폭선언'이라도 내놓으라며 한나라당을 정면 조준하고 나섰다. 지난 12일자에서 '한나라당에 더 절망한다'며 위기불감증에 빠진 한나라당을 호되게 비판한지 불과 6일만이다.
조선일보는 18일자 가판에서 '한나라당은 완전히 허물어져야 한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최병렬 대표의 자진사퇴와 함께 한나라당 쇄신을 강도높게 촉구해 눈길을 끈다. 최근 잇따른 조선의 '한나라당 때리기'를 보면 최 대표가 퇴진할 때까지 그치지 않을 것처럼 거세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 역시 불법 대선 자금 등과 관련한 최 대표의 '이회창에게 책임 떠넘기기' 인식에 호되게 일침을 가했다.
조선은 우선 최병렬 대표에게 큰 실망감을 표시했다. 조선은 17일 관훈클럽에서 밝힌 최 대표의 불법대선 자금 등에 대한 발언과 관련 "한나라당은 이 시대와 맞지 않는 정당, 시대의 버림을 받은 정당, 시대를 외면하고 있는 정당으로 재확인시킨 것으로 끝나고 말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조선은 이를 두고 "그것은 곧 한나라당은 국민과 맞지 않고, 국민의 버림을 받았고, 국민을 외면하는 정당이란 이야기와 마찬가지"라고까지 비유했다. 이어 조선은 "최 대표의 연설과 답변에서 침몰하는 선박의 선장으로서의 절박함과 비장함을 읽을 수 없었다는 이유만이 아니다"며 "분석과 처방, 모든 것이 과녁을 잃고 헤매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선은 그 이유로 최 대표의 한나라당 위기 원인 진단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불법 대선자금 모금과 이회창 전 총재에게 1차 책임을 묻는 것은 한나라당 와해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볼 수 없다는 것. 차떼기 이후 한나라당이 원내 제1당다운, 생명 있는 정당다운 참회와 재생의 몸부림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지 못했다는 게 조선일보의 진단이다.
조선은 "이회창씨는 이미 역사의 그늘 속으로 사라진 사람"으로 규정짓고 "지금의 한나라당은 사라진 이회창씨가 두 번 아니라 세 번 나타나 '내죄'라고 자복해도 살아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조선은 그 이유를 "비상시 응급처치에 실패해버렸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조선은 요즘 한나라당 모습을 "하루는 노무현 대통령의 링, 다음 날은 열린우리당의 링에 끌려올라가 매만 맞고 내려오는 게 아예 습관이 돼버린 듯 보인다"고 묘사했다.
조선은 이같은 상황에서도 위기를 제대로 깨닫지 못한 최 대표의 안일함을 지적했다. 최 대표가 자신의 거취를 공천심사위원회에 맡기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조선은 "대표가 이러면 누가 죽으려 하겠는가, 당도 개인도 죽을 때를 택할 줄 알아야 다시 살아날 수 있는 법"이라며 "이 판에 어떻게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는 말만 할 수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조선은 한나라당을 향해 "많은 국민들이 보기엔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진 폐가, 거뜰떠보기도 싫은 흉가처럼 되어가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재생의 청사진을 내놓지 못할 바엔 차라리 완전히 허물겠다는 자폭선언이라도 내놔야 그 누군가가 그 폐허 위에 재건의 주춧돌이라도 놓을 수 있을 것 아닌가"라는 게 조선의 간절한 요청이자, 비판이다.
동아·중앙 "이회창 탓말 할 것인가"
조선과 강도는 다르지만 <동아일보>와 <중앙일보> 역시 최 대표에 매우 큰 실망감을 드러냈다. 또 "이회창씨 탓으로 원인을 돌리는 '책임 떠넘기기'로는 위기를 타개할 수 없다"는 공통된 비판을 가하고 있다.
동아는 18일자 가판 '최대표 '네탓'으로 안된다' 제하 사설에서 "최 대표는 최근 당내분과 관련해 이회창 전 총재의 책임론을 제기하고, 자신의 총선출마 여부는 당 공천심사위에 맡기겠다고 했다"며 "과연 그런 정도로 직면한 당의 위기를 타개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개탄했다.
동아는 한나라당 위기의 원인으로 △잇따라 불거진 불법자금 문제에 대해 정직하게 대처하지 못한 점 △서청원 의원의 석방결의안 처리에서 보여준 비리불감증 △'싹이 노랗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잘못된 공천작업 등을 들고 "불법 대선자금과 겹쳐 위기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동아는 더 근본적인 문제로 "한나라당이 주체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반노무현' 정서와 정부 실패에서 반사효과를 얻는데 급급했다"며 "그런데도 반성 없이 '네탓'만 외치는 최 대표의 태도는 오히려 당 내분을 심화시킬 소지가 크다"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도 '최 대표, 이회창 탓만 할 것인가' 제하 사설을 통해 "최 대표 자신이 먼저 매를 맞겠다는 자세가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앙은 "과거의 후보에 대한 비판보다 현재의 리더십에 대한 우려가 월등히 많다"며 "당의 위기가 미래지향적이지 못하고 정체성을 잃은 데서 비롯됐다는 충고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