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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냄새로 어우러진
흙냄새로 어우러진 ⓒ 김강임
한라산 중산간 해발 400고지에서 600고지까지 펼쳐진 녹차재배단지. 그곳에는 새순을 내기 위한 차 잎이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도심 속에 들리는 아우성이 외침이라면, 녹차 밭에서 들리는 아우성은 새순을 얻기 위한, 생명을 잉태하기 위한 진통처럼 느껴졌다.

끝없이 펼쳐진 녹차 밭, 자갈길 사이에 두둑을 이루고 있는 녹차나무 사이에 서 있으니 하늘이 뻥 뚫린 기분이 들었다.

제주다원 입구
제주다원 입구 ⓒ 김강임
'혼저 옵서예'. '무료 녹차 시음'

정문에 들어서자 자동차는 저절로 서행을 하게 되었다. 그것은 가는 길이 좁아서도 아니고, 끝없이 펼쳐진 녹차 밭의 풍경 때문이었다.

'다휴선방' 앞에서 들리는 풍경 소리는 산사에 온 듯한 착각이 들었다.

"야! 참 시원하다"

소나무와 어우러진 다휴선방
소나무와 어우러진 다휴선방 ⓒ 김강임
선방 앞에서 발길을 붙잡는 녹차밭의 풍경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만큼이나 가슴 속에 파고드는 것은, 한적하면서도 무엇인가가 꽉 채워져 있는 느낌, 살아 숨쉬고 있는 생명체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휴선방'의 문을 열고 들어서니 녹차 향기가 그윽했다. 누구라도 지나가다 나그네가 되어 발길을 머물 수 있는 곳. 무료로 시음을 할 수 있는 곳. 다휴선방은 나그네들이 녹차로 잠시 목을 축여 갈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흙으로 빚어진 다기에 진하게 피어오르는 차 향기.

"흙과 차는 공생공존의 관계이죠"

'고대수 제주다원' 원장님이 손수 따라 주는 녹차 맛을 느끼기도 전에, 나는 창문으로 보이는 녹차밭의 풍경에만 마음이 홀렸다. 그리고 차 한 잔을 사이에 두고 나누는 이야기 맛이 더욱 진미였다. 이렇듯 차는 마시는 게 아니라 차 한 잔을 매개체로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있어 더욱 소중한 문화인지도 모르겠다.

두둑을 이루고
두둑을 이루고 ⓒ 김강임
1차 산업의 위기를 무릅쓰고 차밭을 일궈냈던 피땀 어린 이야기와 손수 시장 구석구석에 파고 들어가야 하는 마케팅의 전략 등. 녹차 향기 그윽한 선방에서 나누는 이야기는 시간가는 줄을 몰랐다.

차는 1년에 네 번 정도 채엽을 하며, 처음 따는 것일수록 여리고 부드러워 맛과 향이 좋아 고급차로 여긴다고 한다. 특히 이곳 녹차재배단지인 제주다원은 명차 생산지로, 갖추어야 할 필요조건을 잘 갖추었다고 한다. 소나기가 잦고, 안개가 자주 끼고, 일교차가 크고, 자갈 밭 토양으로 이루어져야 차 맛과 차 향 그리고 차 우린 색이 뛰어난다고 한다.

새순은 잉태하는 녹차 잎
새순은 잉태하는 녹차 잎 ⓒ 김강임
요즘은 대량생산을 위해 증차(증기로 찐 차) 기계 라인을 이용하지만 제주다원 한라산녹차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깊은 맛을 내기 위해 기계 대신 오로지 손만을 이용 가마솥 덖음 차를 생산하고 있다. 또한 한라산녹차 다수명차는 한라산 중턱 일교차 큰 곳에서 자란 어린 녹차 순을 손끝으로 곱게 따서 가마솥을 이용 전통제다방식인 구중구포 제다방식 (아홉번 덖고 아홉번 비빔)으로 제다하여 그 맛과 향, 색이 뛰어나다.

200g의 녹차를 건져내기 위해 1kg정도 녹차 잎이 400도에서 덖음으로 시작되는 작업장을 둘러보고 차 맛을 우려내기 위한 공로가 얼마나 큰지를 느낄 수 있었다.

차밭의 풍경
차밭의 풍경 ⓒ 김강임
" 날씨가 좋은날 오셨으면 좋았을 텐데. 녹차 밭에서 바라보면 멀리 산방산과 한라산. 중문단지까지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거든요."

그곳의 모든 것은 다 보여 주고 싶은 원장님의 배려에 감동을 받았다. 높은 고지대라서 그런지, 어느새 녹차 밭에는 안개가 밀려오고 있었다. 아니, 녹차 향기 맡으며 이런 저런 얘기 나누다 보니 벌써 구름 속에 가려진 해는 안개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 아이구, 내 정신 좀 봐. 사진을 담아 가야지."

끝없이 펼쳐진 녹차밭을 뒤로하고
끝없이 펼쳐진 녹차밭을 뒤로하고 ⓒ 김강임
황급히 달려간 녹차 밭에서 나는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는 것도 잊은 채, 그곳의 경치에 빠져 녹차나무 사이를 그냥 걷기만 했다.

'무공해'. 무엇이 무공해인가. 그저 이곳에 펼쳐진 장관 하나만으로도 무공해표라 도장을 찍어 버리고 싶을 정도로 장관을 이룬 잘 정돈 된 녹차 밭과 한라산의 맑은 공기를 잘근잘근 씹어 삼켰다.

해발 450m의 '다휴선방'에서 마신 녹차 무료 시음. 누구라도 나그네가 되어 잠시 목을 축여 갈 수 있는 곳. 제주다원의 신록은 4월초부터 그 모습이 절정이라고 한다. 그리고 손수 차 잎을 따서 녹차를 만들어 가는 체험관광도 할 수 있다고 한다.

찻 방
찻 방 ⓒ 김강임
한라산 청정 지역에서 자란 녹차 잎의 여린 순. 그 잎으로 우려 낸 녹차 맛의 향기는 무공해를 갈망하는 내 마음처럼 풋풋하였다.

청정 서귀포를 상징하는 차 재배단지 . '제주다원'은 '장원산업녹차다원'과 함께 서귀포시가 지정한 서귀포 70경중이 하나로 경관적, 환경적 가치가 큰 생태 체험관광자원이기도 하다.

사실 제주는 감귤산업이 위기를 맞이하면서 1차 산업의 또한 어려운 환경에 처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녹차 재배 단지를 돌아보고 느낀 것은 주변에 닥쳐오는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 또한 정부와 관계기관. 그리고 1차 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이 딛고 일어서야 하는 숙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입안에서 사라지지 않는 녹차 맛. 그 뒷맛의 씁쓸함처럼.

덧붙이는 글 | 서귀포 녹차재배단지 '제주다원'은 '장원산업녹차다원'과 함께 서귀포시가 지정한 서귀포 70경 중의 한 곳입니다. 
 '제주다원' 찾아가는 길은 제주공항-서부관광도로-제2산록도로(1115번 도로) 주변. 또는 제주공항- 1100도로(99번 도로)- 제2산록도로(1115번 도로)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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