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우리가 일반적으로 절대적이라고 믿는 자연 현상들이 있다. 예를 들면, 빛은 직진한다, 중력은 위에서 아래로 작용한다, 열은 뜨거운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한다 등이 그것들이다. 우리는 소리가 빛처럼 직진하지 않고 사방으로 퍼진다고 생각한다. 과연 그렇기만 할까?

소리가 빛처럼 방향성을 가지고 직진할 수 있게 하는 스피커가 있다면 어떤 일들이 가능할까? 차 안에 뒷 좌석에 트로트를 좋아하는 나이 많은 어른과 랩을 좋아하는 소년이 타고 있다고 하자. 소리에게 직진성을 부여하는 스피커 하나에서는 트로트가 나오게 하여 어른을 향하게 하고 다른 하나에서는 랩이 나오게 하여 소년을 향하게 하면, 트로트는 어른에게만 랩은 소년에게만 들리게 된다.

박물관에서 사용한다면, 관람객이 특정 작품 앞에 설 때 그 작품에 대한 설명이 스피커에서 나오고, 이 소리는 다른 관람객에게는 들리지 않아 다른 관람객에게 소음이 되지 않게 할 수 있다. 경기장에서 사용한다면 자기편의 특정 선수에게 은밀히 작전을 지시할 수 있게 된다. 군사용으로 쓴다면 적들을 교란하는 데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 사용한다면 고3수험생이 있는 가정의 거실에서 부모가 혼자서 수험생 자녀의 공부를 방해하지 않고 마음껏 TV시청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홈씨어터 시스템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이러한 일들이 실제로 가능하다면 믿을 수 있을까?

▲ Audio Spotlight 데모
ⓒ abc 방송
이에 실제로 도전하는 기업이 미국에 둘 있다. 하나는 M.I.T. 미디어랩 출신의 박사인 조셉 폼페이가 설립한 홀로소닉스사이다. (M.I.T. 미디어랩은 한국의 최연소 M.I.T. 박사인 윤소이씨가 있었던 연구실이다.) 조셉 박사는 기존의 미국, 일본에서 발표되었던 논문을 검토하여 초음파의 비선형 전달에 관한 공식을 풀어, 초음파를 일정한 주파수와 강도로 하면 공기와 간섭을 일으켜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소리로 변환된다는 원리를 알아냈다. (초음파는 빛처럼 방향성을 가져 직진할 수 있다고 한다.)

박사는 이 원리를 이용하여 오디오 스폿라이트란 기구를 만들었다. 그 이후, 조셉 박사는 자신의 기구를 더욱 발전시켜 왔으며, 작년에는 이로 인해 테크놀러지 리뷰사에서 선정한 젊은 혁신자 상을 수상하였다. 올 1월에는 보다 향상된 제품을 국제 소비자 가전제품 쇼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에 출품하였다.

홀로소닉사의 홈페이지에 따르면 현재 고객들은 스미소니언 박물관, 다임러 크라이슬러, 모토롤라, 크래프트, 시스코 시스템즈, 보스턴 과학 박물관 등이라고 한다.

▲ HSS 제품 사용 예: 박물관
다른 하나의 기업은 괴짜 발명가 엘리우드 노리스가 설립한, 샌프란시스코에 기반을 둔 아메리칸 테크놀러지 코퍼레이션이다. 이러한 초음파를 이용한 기구는 초음파의 특성상 더 멀리 강하게 보낼 수 있어, 아메리칸 테크놀러지 사에서는 군사용이나 해상 선박용으로 이 기구의 사용 예를 많이 만들려고 하고 있다. 기자는 2002년 중반 이 회사에 샘플을 요청했지만, 샘플을 받지 못했다.

개인적으로는 초음파에서 들을 수 있는 소리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이들 제품에 있을 수 있는 소리의 뒤틀림이 아직 남아있거나 대량 생산에 문제가 없는가에 대해서는 확인을 하지 못했다.

다만, 완전한 상업화까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우리가 기존에 생각했던 개념을 뒤엎는, 소리가 방향성을 지녀 자신이 원하는 위치에만 정확히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 가능한 일임이 확실하다. 만일, 완전한 상업화가 가능하다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수 있는 변화를 일으킬 만한 제품인 것 또한 확실할 것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