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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시피카 페스티벌의 엠블렘과 로고
파시피카 페스티벌의 엠블렘과 로고
오클랜드의 서쪽에 자리한 아름다운 호수 공원인 웨스턴 스프링즈 파크에서 지난 3월 12일부터 14일까지 개최된 파시피카 페스티벌은 뉴질랜드에 이주해 살고 있는 남태평양 섬나라 사람들의 문화를 널리 알리고 진흥시키고 개발하기 위하여 1993년 이후 매년 열리고 있는 대규모 축제이다.

12회째를 맞는 올해 축제에는 아름다운 호숫가를 바닷가 삼아 위에 언급한 여덟 개 섬나라들을 각각 소개하는 국가별 빌리지가 세워졌다. 여기에 이들 나라들과 관련된 뉴질랜드의 비즈니스를 소개하는 빌리지 1개가 더해져서, 모두 9개의 빌리지가 이번 축제에서 선보였다.

쿡 제도 빌리지로 들어가는 입구. 인파가 물결친다.
쿡 제도 빌리지로 들어가는 입구. 인파가 물결친다. ⓒ 정철용
이들 국가별 빌리지들을 차례로 돌면서 안내 전단을 보니, 폴리네시아라는 지리적 공통점을 지니고는 있지만 이들 나라들의 언어는 제각각이라고 한다. 또한 의상이나 음식, 노래와 민속춤 등 문화와 풍습에 있어서도 조금씩은 차이를 보인다고 하는데, 우리에게는 그 차이가 잘 구별되지 않았다.

모두 500여개에 달하는 다양한 간이 매장들로 채워진 국가별 빌리지들은 풍성한 볼거리와 먹거리로, 끊이지 않고 밀려드는 방문객들의 시선과 입맛을 잡아끌었다. 화려한 색상의 의상들은 구름이 낀 흐린 하늘까지 환하게 밝혀 주었고, 정교한 솜씨로 조각된 나무 인형 토인은 부끄럼 없이 발기한 남근을 자랑하고 있었다.

정교하게 조각한 목각 토인 인형. 발기한 남근이 전혀 부끄럽지 않다.
정교하게 조각한 목각 토인 인형. 발기한 남근이 전혀 부끄럽지 않다. ⓒ 정철용
그런가하면 전복 껍질로 만든 아름다운 무지개빛 돛이 펄럭이는 돛단배들이 나뭇결이 만드는 파도를 헤쳐나가고 있었고, 아마로 짠 가방들과 부채들이 매장의 처마 밑에 주렁주렁 매달려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벽에는 아마포에 그려진 거북이가 한사코 물 밖으로 나가려는지 짧은 다리를 버둥대고 있었다.

무지개 빛 전복 껍질로 만든 돛단배. 나무 물결의 파도를 헤쳐 나가고 있다.
무지개 빛 전복 껍질로 만든 돛단배. 나무 물결의 파도를 헤쳐 나가고 있다. ⓒ 정철용
아마로 짠 가방과 부채. 처마 밑에 주렁주렁 새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아마로 짠 가방과 부채. 처마 밑에 주렁주렁 새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 정철용
그 매장들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넉넉한 몸집의 사람 좋아 보이는 여성들이었는데, 그들의 머리와 목에는 한결같이 꽃을 두른 모자나 화환이 걸려 있었으며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담겨 있었다.

화환(lei)를 머리에 쓰고 활짝 웃는 매장 주인. 옷들의 색상도 그 웃음만큼 환하다.
화환(lei)를 머리에 쓰고 활짝 웃는 매장 주인. 옷들의 색상도 그 웃음만큼 환하다. ⓒ 정철용
인파 속에서 떠밀리면서 한참을 구경하다가 우리는 사모아 빌리지에 마련된 코코넛 껍질 까기 시범을 보여주는 현장에서 멈춰 섰다. 철근으로 만든 쇠막대의 날카로운 끝을 이용해서 코코넛 껍질을 까는 모습이 몹시 위험해 보였다.

코코넛 껍질을 까고 있는 사모아 여성. 날카로운 쇠침에 다칠까 무섭다.
코코넛 껍질을 까고 있는 사모아 여성. 날카로운 쇠침에 다칠까 무섭다. ⓒ 정철용
코코넛 음료수를 마시고 있는 딸아이. 그러나 너무 싱거운지 고개를 흔들고 만다.
코코넛 음료수를 마시고 있는 딸아이. 그러나 너무 싱거운지 고개를 흔들고 만다. ⓒ 정철용
그렇게 해서 껍질이 벗겨진 코코넛을 칼로 다시 다듬고 윗부분에 구멍을 내면, 병이나 캔에 들은 청량음료는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맛있는 천연 코코넛 음료수를 마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다소 비싸기는 했지만 5달러(약 4000원)를 내고 1개 샀다. 처음 코코넛 음료수를 먹어보는 딸아이는 고개를 흔들었다. 톡 쏘는 탄산음료의 달착지근한 맛을 더 좋아하는 딸아이에게는 코코넛 음료수가 싱겁게 느껴진 모양이다.

각 나라별 빌리지를 돌아보고 나서 호숫가 곳곳에 세워진 특설 무대에서 펼쳐지는 공연들을 보는 것은 파시피카 페스티벌을 100% 즐기는 방법.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한 공연들이 펼쳐진 올해 축제에서는 모두 5개의 특설 무대가 마련되었다.

오페라에서 힙합까지, 민속춤에서 브레이크 댄스까지, 프로 연주자에서 아마추어 가수에 이르기까지 폴리네시아 섬나라 출신으로 출중한 재능을 지니고 있는 수백 명의 출연자들이 그 무대들에 등장하여 불꽃 튀는 장기 자랑을 펼쳤다.

쿡 제도 빌리지의 민속춤 공연. 조가비로 가슴을 가린 모습이 싱그럽다.
쿡 제도 빌리지의 민속춤 공연. 조가비로 가슴을 가린 모습이 싱그럽다. ⓒ 오클랜드시
쿡 제도 빌리지의 남성 댄서들. 격렬한 발놀림이 인상적이다.
쿡 제도 빌리지의 남성 댄서들. 격렬한 발놀림이 인상적이다. ⓒ 오클랜드시
그래서 방송, 영화, 음반 회사의 관계자들은 파시피카 페스티벌을 재능 있는 신인들을 발굴하는 호기로 여기기도 한다. 실제로 현재 호주 시드니에서 공연중인 디즈니의 뮤지컬 <라이언 킹>의 캐스팅 디렉터인 에질 캡스트(Egil Kapste)가 이번 축제를 보러 왔다.

그는 <뉴질랜드 헤럴드> 기자와 가진 인터뷰에서 "지금 현재 뉴질랜드에서 가장 뛰어난 공연자를 만나기를 원한다면, 파시피카 페스티벌에 가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것은 그가 시드니의 바쁜 일정을 다 미뤄 놓고 바다 건너 이곳 오클랜드로 날아온 이유를 분명히 해주고 있는 말로 들린다.

이러한 각계의 관심과 국제적으로 점점 널리 알려진 탓인지, 올해 파시피카 페스티벌에는 본 행사가 개최된 3월 13일(토) 하루 동안에만 약 17만명의 인파가 몰린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오클랜드의 인구가 약 100만명이고 이 중에서 약 15%인 15만명이 남태평양 섬나라 출신이니, 이들 말고도 다른 인종이나 다른 지역에서도 온 사람들도 매우 많은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매년 해를 거듭할수록 인파가 몰리고 있고 올해 다시 최대 인파를 기록함에 따라, 파시피카 페스티벌 조직위원회 측에서는 내년부터는 1주일에 걸쳐 열리는 행사로 확대하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루가 되든, 3일이 되든, 아니면 1주일이 되든, 파스피카 페스티벌은 남태평양의 광대한 바다에 점점이 흩어져 있는 폴리네시아 섬나라들의 독특한 문화와 풍습을 우리에게 한눈에 보여주는 축제라는 점에서 앞으로도 그 명성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내년 3월 중순쯤에 뉴질랜드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수첩에 표시해 두었다가, 여행 일정에 포함시킨다면 좋을 것이다. 뉴질랜드뿐만 아니라 남태평양 섬나라들까지도 한꺼번에 둘러보고 가는 듯한 기분이 들 것이니 절대로 놓치지 마시기를. 그리고 한 가지 더, 이 행사의 입장과 공연 관람은 모두 무료라는 점도 잊지 마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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