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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거라! 내 놈들 중 하나는 거짓을 고하고 있느니라! 위증을 한 죄가 더해지면 크게 화를 당할 것인 즉 어서 사실을 고하라!"

백위길과 소매치기 김장현이 아무 말이 없자, 예의 눈빛이 날카로운 포교가 나서 둘을 윽박질렀다.

"당시 일을 목도한 자가 있는 데도 시치미를 뗄 작정이냐? 포졸들은 증인을 데려 오라."

먼저 시전의 유기상인이 백위길의 무고함을 주장했다.

"백위길은 수년 째 시전에서 장사를 돕던 자입니다. 결코 백주대로에서 도적질 따위를 할 자가 아닙니다."

두 번째 증인도 백위길의 무고함을 얘기해 주었다.

"그 때 저 사내와 옆에 있었지만 돈을 잃어버렸다는 사람들과는 떨어져 있었사온데 어찌 도둑으로 몰릴 수가 있겠습니까?"

세 번째 증인은 형조판서의 집사였는데 도둑질과는 거리가 먼 얘기였다.

"저 두 자(者)가 길에서 다투어 판서나리의 행차를 방해했는데 서로 도적이라 얘기한 것이 틀림없이 달리 음흉한 속셈이 있는 듯 보였사옵니다. 특히 소란을 일으킨 저 백가라는 자의 소행은 이상했사옵니다."

포도대장 박기풍이 마침내 말문을 열었다.

"저 자들의 품속에서 훔쳤다는 재물이 나왔느냐?"

"그 자리에서 본 즉 누구의 품속에서도 나오지 않았사옵니다."

포교의 말에 박기풍은 난감하다는 듯 등채로 한 쪽 손바닥을 탁탁 치며 말했다.

"그렇다면 저 자들을 계속 잡아놓을 수는 없지 않은가?"

이때 백위길이 벌떡 일어나 박기풍의 말을 가로막았다.

"이러한 일로 소인이 잠시나마 옥에 갇힌 것은 억울하지 않으나 도둑임이 분명한 자가 풀어주는 것인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셈이 됩니다. 저 자에게 분명히 공범이 있을 것이니 엄히 문초하소서."

포교가 하나가 얼른 나서며 백위길을 주저앉히며 일갈했다.

"네 이놈! 어느 안전이라고 감히 나서는 게냐!"

박기풍은 등채로 의자를 탁탁 치며 포교에게 물러설 것을 명한 다음 백위길을 보며 말했다.

"네 말이 맞다면 응당 상을 줘야 할 일이다. 더군다나 군관의 직책을 가지고 있는 자가 함부로 도적질을 했다고 볼 수 없구나. 포교는 당시 그 자리에서 김장현의 가까이에 있었던 이를 찾아내거라."

"그럴 필요는 없사옵니다. 이미 공범으로 의심되는 자가 이 자리에 있사옵니다."

포교의 말에 포도대장이 무슨 소리냐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바로 저 자이옵니다. 저 자가 김장현에게 보따리를 몰래 건네 받는 것을 목도한 이들이 있었사옵니다."

포교가 지목한 이는 바로 판서댁의 집사였다. 집사는 사색이 되어 무고함을 주장했다.

"그렇지 않사옵니다! 소인 판서나리의 은혜를 입고 있으며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는데 어찌 도둑질을 한단 말이옵니까!"

"닥치거라! 네 놈이 형조판서 나으리의 집에 있기에 내 함부로 드나들지 못하여 이리로 유인해온 것이니라! 어서 이실직고하지 못할까!"

그럼에도 집사는 한사코 자신에게 죄가 없음을 주장했다. 증거가 있음에도 자백 없이는 형을 내릴 수는 없으니 고문을 해야 했는데 그래도 형조 판서의 집사를 그 자리에서 고문하는 것은 포도청으로서도 부담이 되는 일이었다.

"저 놈에게 밥을 내라!"

밥을 내라는 말은 고문을 하라는 말이었는데, 그 대상은 바로 김장현이었다. 김장현의 팔이 뒤로 묶여진 채 나졸이 가느다란 매를 들고치자, 김장현은 몇 대도 견디지 못한 채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아이고 나 죽네! 제가 도둑이옵니다! 그만! 그만!"

"그놈 참 엄살도 심하네."

포교가 기다렸다는 듯이 자백을 인정하는 수결(주 : 사인)을 받기 위해 지필묵과 두루마리를 들고 김장현의 앞에 펼쳐 보였다. 김장현은 몸을 부들부들 떨며 자백서에 수결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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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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