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2004년 3월 20일 정리하는 자원봉사자들
2004년 3월 20일 정리하는 자원봉사자들 ⓒ 조윤설
부모님께 자원봉사를 한다고 하여 허락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지난 20일 오후 대구참여연대 사무실을 찾아갔습니다. 그곳에서는 이미 참여연대 등을 비롯한 탄핵무효 대구시민행동의 시민단체 분들이 계셨고 약 30여분간 담소를 나누며 그날 사용할 종이컵에 초를 꽂기 위한 칼집을 내었습니다.

어느덧 약 2∼3000여 개의 종이컵을 다 자르고 트럭과 봉고차에 짐을 나눠 싣고 대구시내 동성로 중심에 위치한 대구백화점 앞 민주광장에 갔습니다. 그곳에는 문정현 신부님이 이끌고 계시는 '평화유랑단'의 '불어라 평화바람'이란 반전행사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오후2시 30분쯤 한참 진행되고있는 공연을 뒤로 한채 촛불한마당의 포스터를 들고 시민단체에 계시는 한분을 따라 주변지역에 포스터를 붙이러 다녔습니다. "시민들이 실제로 잘 나서지 않는것은 생업에 지장이 없기때문이다"란 의미심장한 말도 들었구요

포스터를 붙이고 오니 난타공연이 막 끝나고 있었고 그후로 시내 곳곳에 서명대를 세웠습니다. 잠시 쉬는 동안 다른 자원봉사자 분들 그리고 시민단체의 분들과 간단한 인사와 담소를 나누고 약4시부터 초를 컵에 꽂는 작업을 하였습니다.

처음에 대 여섯명 정도로 시작한 이 초 꽂기는 지나가던 시민들과 늦게 온 봉사자들이 손발을 걷어붙이고 나서서 거들어 주셔서 어느새 일손이 십여명이 넘었고 부지런한 손놀림으로 인해 금방 대형 비닐봉투 십여개 분량의 초가 마련되었습니다.

반전평화행사가 끝나고 무대 주변에 현수막을 쳤습니다 본래 나무를 타는것에 자신이 있는지라 한쪽 나무에 올라가서 양옆으로 펴지는 현수막을 묶었는데 힘을 덜준 상태에서 묶어서 삐뚤어져 버렸습니다. "에이 그쪽에 힘좀 더 줘요" 다시 올라갔지만 이미 묶인 현수막 잘 바꿔지지가 않습니다.

양옆 스피커뒤 조명부분에도 세로로된 현수막을 쳤습니다. 삼층까지 올라갔는데 다리가 후들거렸습니다 저도 겁이 났나봅니다.

그리고는 노래가사, 식순, 선언문 등의 여러 유인물을 시민들에게 나눠 드렸습니다. '보수의 대명사 대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많은 분들이 호응해 주셨고 일련의 과정 속에서 시민들이 서서히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아직 일러 몇가지 공연과 파도타기 시민발언대 등이 진행되었고 그후 저녁6시 30분경 사회자의 안내에 따라 초를 나눠주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분수대 뒤에서 만들었던 초들을 반으로 나눠서 앞으로 갖다 놓았기에 단시간동안 대부분의 시민분들께 나눠 드릴수 있었습니다. 남는 초들을 시민들이 계속 찾아오시는 뒤쪽과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서명운동을 하고있는 곳 옆에 두고 잠시 쉬면서 행사를 구경했습니다. 그렇게 구경을 하다가 어느덧 행진을 하게 되었습니다 옆으로 가서 초를 받고 앞으로 앞으로 걸었습니다. 바람이 갑자기 불어서 촛불이 다들 꺼졌습니다 하지만 "어머 꺼져버렸다" "여기 불 있습니다"란 대화를 나누며 옆에 살아있는 촛불을 받아서 다시 되살려가면서 행진했습니다.

시청근처의 커브길을 돌때 병목현상이 일어나 앞으로 잘 가지 못하였고 바람이 한층 더 강해졌습니다 이전부터 고생하시던 세로 현수막을 들고 계시던 분들은 이때 넘어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습니다. 계속해서 '아침이슬' '바위처럼' '너흰아니야' 등의 민중가요를 부르며 행진을 하다가 마침내 한바퀴를 돌아 다시 대구백화점 앞 '민주광장'에 속속들이 모여들었습니다.

행진을 할때 사람들이 더 오셨는지 일어서 계시는데도 자리가 꽉 차고 자리가 모자라서 멀찍이 서 계시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여러 공연이 끝나고 이윽고 마칠 때가 되었습니다.

여성 사회자분께서 말씀을 하시며 눈물을 흘리실때 서 계신 많은 시민들이 같이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이후 해산과 동시에 인쇄물과 서명용지를 모아서 차에 갖다 싣고 남은 초와 종이컵을 모아 함께 실었습니다. 그리고 시민 분들과 자원봉사자들의 자발적인 주변정리가 있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한 시민단체 간사님이 저에게 말했습니다. 그 순간 너무 기뻤습니다.

주변정리를 하고난 뒤의 '민주광장'은 오히려 촛불한마당이 없었던 시내 다른장소 보다 더 깨끗했습니다. 민주주의를 살리기 위한 마음으로 '민주광장'에 나온 아름다운 시민들은 그 뒷자리까지도 깨끗하고 아름다웠습니다.

2004년 3월 20일 깨끗하게 치워진 민주광장
2004년 3월 20일 깨끗하게 치워진 민주광장 ⓒ 조윤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