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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금정구 부산대학교 앞 거리에서 열린 '재미난 복수'의 공연 모습.
부산 금정구 부산대학교 앞 거리에서 열린 '재미난 복수'의 공연 모습. ⓒ 정연우
'재미난 복수' 행사장에 금정구 출마 총선 후보들의 문화 정책이 게시판에 실려 있다.
'재미난 복수' 행사장에 금정구 출마 총선 후보들의 문화 정책이 게시판에 실려 있다. ⓒ 정연우
부산시 금정구에는 젊은 세대들의 중심지이자 문화 메카인 일명 '부대거리'가 있다.

부대거리는 부산대학교 앞 거리 공간을 말하는데, 현재 이곳에서는 한달에 한번 '재미난 복수'라는 대안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지난 3월 28일 열린 7회째 '재미난 복수'에서는 4·15 총선에 출마한 금정구 총선 후보들의 문화 정책이 공개돼 잔잔한 화제를 불러 모았다.

재미난 복수를 준비한 재미난 사람들 대표 김건우씨.
재미난 복수를 준비한 재미난 사람들 대표 김건우씨. ⓒ 정연우
그것이 가능하기까지는 '재미난 복수'를 주최하는 재미난 사람들(대표 김건우)의 공이 컸다. 재미난 사람들은 이번 '재미난 복수'가 열리기 전 이메일을 통해 이번에 부산 금정구에 출마하는 4개 정당의 예비 후보들에게 ▲문화의 의미와 역할 ▲현재 금정구 지역의 문화 정책의 문제점과 그 극복 방안 ▲대학로 문화에 대한 후보의 생각 등의 질문을 보내는 작업을 진행했다.

실제로 답변을 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인 상태에서 벌인 일이었지만 며칠 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각 예비 후보자들이 상세한 설명이 담긴 답변을 팩스로 보내온 것이다. 이에 재미난 복수 행사장에서 '문화정책 엿보기 코너'를 마련, 이를 공개했다.

그 중 민주노동당 김석준 후보는 답변에서 문화를 "우리 사회의 변화와 발전의 가장 큰 동력이자 미래 사회로 이행시키기 위한 중요한 프로그램"이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금정구 문화 정책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중앙 집권식 문화, 소수 몇몇 사람들에 의해 규정지어지고 틀지어지는 '그들'의 문화가 지역 문화의 큰 장애 요소"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김 후보는 재미난 복수에 대해서도 "부산 대학로 문화의 메카로 역할을 훌륭히 해내고 있으며 앞으로 재미난 복수가 새로운 문화 운동의 대안으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며 깊은 관심을 보였다.

한편 열린우리당 박원훈 후보는 "부산 대학로 주변이 유흥가를 중심으로 한 상업지구화 되고 있는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하며 "앞으로 관계당국의 지원을 받아 부대거리에 다양한 문화 시설을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의 박승환 후보도 "솔직히 부대거리에 '재미난 복수'라는 문화행사가 열리는지 몰랐다"며 "재미난 복수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드리며 부대거리 문화 정책에 대해 지속적인 조언을 부탁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총선 예비 후보들의 문화 정책 공개는 축제를 즐기러 온 사람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큰 관심을 끌었다.

'재미난 사람'의 대표를 맡고 있는 김건우(23·부산대 심리학과 2년)씨는 "금정구의 총선 후보들이 부대거리 문화에 어떤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또한 어떤 정책이 준비되었는지 알아보기 위해 이같은 서면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또한 김건우씨는 "현재 부대 거리는 부산의 새로운 문화를 이끄는 곳으로 서울의 홍대 거리처럼 많은 문화인들이 작품을 거리에 공개하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부대거리에 대해 김건우씨는 "이곳 부대 거리는 젊은 사람들만의 독특한 문화가 살아 숨쉬는 공간"이라며 "'재미난 복수'가 열리면서 이곳이 차 없는 거리가 되었다"고 밝혔다.

'재미난 복수'에서 선보인 '머프'의 댄스 공연
'재미난 복수'에서 선보인 '머프'의 댄스 공연
28일 열린 제7회 '재미난 복수'의 주제는 전통 문화와 현대 문화의 만남이었다. 오후 2시부터 민속예술원 어린이예술단과 부산대 풍물패 백의가 부산대 거리 거리를 돌아다니며 길놀이를 시작해 행사 시작을 알렸다.

스트리트 댄스를 선보인 머프(리더 노유정, 총 10명). 스탠딩 장르 위주의 프리스타일 공연이 특기로 전국대회에서 입선한 경력이 있을 정도로 실력파다.
스트리트 댄스를 선보인 머프(리더 노유정, 총 10명). 스탠딩 장르 위주의 프리스타일 공연이 특기로 전국대회에서 입선한 경력이 있을 정도로 실력파다.
다음으로 본 행사장에서는 힙합 페스티발이 본격적으로 열렸다. 스트리트 댄스팀 머프를 비롯해 '스탭'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등 신세대 춤꾼이 나와 멋진 춤을 선보였다.

오후 5시부터는 각 대학의 음악과 새내기들이 모여서 만든 '카르미아 브라스(관학5중주)'가 사람들에게 익숙한 클래식을 연주해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그리고 부산대 예술대 학생들로 이루어진 남성중창단의 합창과 현대무용 등 알찬 볼거리가 이어졌다.

특히 오후 7시에 펼쳐진 창착 판소리꾼 박태호씨의 공연은 이번 공연의 하이라이트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박태호씨는 이른바 '게임 스타크래프트 창'으로 유명한 판소리꾼인데 이날도 열정적인 공연을 선보여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재미난 복수'는 부대 거리에서 시민들과 함께 노래하는 '거리공연', 홍대 거리처럼 문화인들이 직접 만든 예술품과 공예품을 파는 '스트리트 마켓', 전시, 퍼포먼스, 벽화 프로젝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져 있다. 재미난 복수의 장점으로는 관 중심이 아닌 지역 주민들과 청소년 등이 직접 주인이 되어 참여할 수 있고 다양한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이번 7회째 행사에서는 정치에 관심이 없는 청소년과 대학생들에게 4·15 총선이 가지는 의미와 이에 대해 서로 공감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지역 주민들에게 많은 호응을 받았다.

사람들이 관심있게 공연을 보고 있다. 가족을 동반한 금정구 지역의 주민들도 눈에 띄었다.
사람들이 관심있게 공연을 보고 있다. 가족을 동반한 금정구 지역의 주민들도 눈에 띄었다. ⓒ 정연우
행사 참석자인 백소진(22·부산대 치예과)씨는 "평소 정치에 관심이 없었지만 이번 행사를 통해 새로운 문화도 즐기고 총선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며 "집이 포항이지만 4월 15일은 꼭 투표하러 갈 것"이라고 자신의 소감을 밝혔다.

부대 거리, 혹은 금정구 부산대 앞거리. 이곳은 현재 소비 문화와 향락 문화가 많이 발달해 있지만 거리 문화 축제의 등장으로 새롭게 변화해 나아가고 있다. 주변 상인들 또한 처음에는 이들에 대해 반신반의했지만 이제는 적극적인 후원자가 되었다고 한다.

지역 문화의 부활을 꿈꾸는 부대 거리 사람들과 재미난 사람들의 바람이 이번 총선에서 얼마나 실현될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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