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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공정한 선거보도 구현을 위해 25일부터 선거일까지 '신문보도 평가리포트'를 연재합니다. '신문보도 평가리포트'는 11명의 교수로 구성된 2004 총선 미디어감시국민연대(총선 미디어연대) 미디어평가단 소속 평가위원이 맡습니다. 네 번째 리포트는 김금녀 상명대 포토저널리즘 강사이자 성균대학교 언론학 강사가 작성했습니다... 편집자 주

▲ 27일자 <중앙일보>와 <세계일보> 관련 기사.
ⓒ 중앙, 세계 PDF
숫자와 그래픽 기사, 과학적인 증거가 될까

탄핵정국에 이어 본격적인 선거국면으로 들어서면서 숫자와 그래픽에 의존하는 기사들이 부쩍 늘고 있다. 과학적인 증거 제시라는 명목으로 탄핵반대, 탄핵찬성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나 최근 '박근혜 효과'를 보여주는 선거구 지지 변화에 따른 여론조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숫자와 그래픽들에 정치적 색깔이 입혀 보도되고 있다.

탄핵정국 아래 치러지는 총선인 만큼 정치적 전략에 따른 의석수 또한 예언적 숫자로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거여견제 전략으로 열린우리당의 '200석 이상 거대 야당 출현론'을 언급하자 일당독재를 예언하는 상징적이고 정치적인 숫자로 나타나기도 한다.

어찌됐든 선거기간 내내 특정사안에 대한 책임 있는 심층보도보다는 숫자와 그래픽에 의존하는 시각적이고 감각적인 보도 저널리즘이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시각적 · 감각적 저널리즘에 숨은 정치색깔

최근 한 가지 예를 들어보면 중앙선관위가 26일 선거법 위반사례를 밝힌 보도내용이 있다. <문화일보>는 이날 '선거법 위반 2000건 넘어’라는 제목으로, <연합뉴스>는 ‘선거법 위반 하루 24건 꼴 적발’이란 제목으로 중앙선관위의 발표내용에 입각해서 보도하고 있다.

이들은 선거법 위반 건수와 유형, 정당별 위반 건수 등으로 분류해서 보도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선거법 단속실적이 16대 총선의 3배 이상 되는 이유에 대해 ‘당내 경선실시 등으로 선거 분위기가 조기에 과열된 데다가 포상금제 등으로 국민들의 위법행위에 대한 신고가 늘어났고, 선관위의 단속활동이 강화된 데 따른 것’이라는 선관위 분석에 의존하고 있다.

<세계일보> 역시 다음날인 27일‘선거법 위반 4000건 당선무효 속출할듯’(1면)이란 제목으로 한층 강화된 선거법이 전국 각 선거구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같은 맥락에서 신고전화 쇄도, 포상금 효과와 선거법 변화에 다른 부작용 등 구체적인 사례 제시를 통해 후보자와 유권자 모두 예년과 달라진 새로운 선거풍속도를 보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편 <중앙일보>(1면)는 '당선무효 가능한 선거법 위반 벌써 172건 상당수 재선거 불가피'란 제목으로 선거법 위반사례가 “16대 총선 때의 3배”임을 강조하고 있다. 더불어 선거법 위반 유형을 구분하고 16대 총선과 17대 총선을 비교한 도표를 제시하고 있어 마치 16대보다 더 혼탁한 선거 분위기인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27일 '선거법 위반 2000건 넘어:16대 총선의 3배 당선무효 많아질 듯'(4면)이란 제목 하에 그리고 <동아일보>는 '선거법 위반 2086건…4년 전의 2.5배'라는 제목으로 17대 선거 위반이 엄청나게 증가했음을 보도하고 있다.

선관위 발표에 근거하고 있더라도 <동아일보>의 경우 16대, 17대 총선 관련 중앙선관위의 선거법 위반 조치 비교를 그래픽으로 보여주고, 정당별 위반 건수를 도표로 제시하면서 17대 총선에서 선거법 위반이 확연히 늘고 있다는 것과 정당별 불법선거 건수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 <조선일보>는 29일 '불법선거지수'를 그래픽으로 보여주는 코너를 신설했다.
ⓒ 조선일보 PDF
선거법 위반건수 증가만 단순하게 부각... 분석은 실종

이들 신문은 16대와 17대 총선의 정치적 상황과 선거법의 차이에 따른 선거법 위반양상과 새로운 선거법 위반 현상에 대한 구조적인 분석보도가 아니라 단순히 선거법 위반 건수가 양적으로 증가한 것을 강조하고 있다.

더 나아가 <조선일보>의 29일자 '김대중 칼럼'에서는 “새로운 ‘개혁’ 정치인들이 나온다는데 선거법 위반은 과거에 비해 3배나 늘었다. 법이고 규칙이고 나라의 중추기관이고 가릴 것 없이 무시한다. 법과 질서의 권위는 이미 추락할 대로 추락했다"고 쓰고 있다.

<동아일보> 역시 29일자 사설에서 “16대 총선에 비해 세 배에 달하는 수치”임을 강조하면서 정당별 위반 건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열린우리당을 비판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이번 선거보도는 특정정당이나 특정 정권에 대한 비판보다는 바람직한 선거문화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여론을 형성하고, 부패한 선거에 대한 비판이 중요한 시점이다. 그렇다면 단지 16대 총선과 17대 총선의 선거법 위반건수를 숫자적으로만 제시하는데 그쳐서는 안될 것이며, 더욱이 칼럼과 사설에서는 그래픽상의 시각적·숫자적 차이만으로 이번 총선이 불법선거로 왜곡돼서는 안될 것이다.

저널리즘에서 그래픽과 사진 그리고 숫자가 있는 도표 등의 본질은 그 자체가 독자에게 시각적으로 진실을 알리는데 있다. 신문사가 특정 부분을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시각적으로 강조한 숫자와 그래픽 저널리즘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시각적인 숫자와 그래픽을 사실 그대로 보여주고, 그 이면에 작용하고 있는 요인들에 대해 구조적으로 분석한 기획보도를 한다거나 16대와 다른 정치적 상황과 유권자들의 정치참여 양상이 달라진 상황에서 인터넷 및 새로운 통신매체를 통한 이전과 다른 선거법 위반 양태 등에 대한 문제점을 심층적으로 분석한 보도와 선거법 위반에 따른 대응방안을 다룬 보도가 바람직하다.

17대 총선은 새로운 선거법으로 실시하는 구조적인 변화가 있고, 유권자들의 감시 및 신고정신 고양 등 부패·타락선거로부터 단절하고자 하는 유권자들의 의지가 강하다. 깨끗한 선거문화를 이끌어나가고자 하는 유권자들의 갈망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는 것을 누구나 피부로 느끼고 있다.

16대 총선 때보다 3배가 많다는 식의 단순한 양적 비교로 특정정당을 몰아가기 식으로 비판하거나 선거 국면이 진행되고 있는 과정에서 미리 불법선거로 규정하는 것이 아닌 구조적이고 질적인 비교를 통한 심층·기획보도로 깨끗하고 바람직한 선거문화를 여론화 할 수 있는 보도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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