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마이뉴스>는 공정한 선거보도 구현을 위해 25일부터 선거일까지 '신문보도 평가리포트'를 연재합니다. '신문보도 평가리포트'는 11명의 교수로 구성된 2004 총선 미디어감시국민연대(총선 미디어연대) 미디어평가단 소속 평가위원이 맡습니다. 여섯 번째 리포트는 장행훈 경기대 겸임교수가 작성했습니다... 편집자 주
국회의 대통령 탄핵 소추안 통과로 촉발됐던, 국민의 분노를 태워 녹인 탄핵반대 촛불시위가 27일 보름만에 막을 내렸다. 그동안 탄핵의 회오리 바람에 망연자실했던 정당들도 이제 16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 눈을 돌리고 의석을 하나라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부지런히 전력을 정비하는 모습이다.
4년에 한번씩 국민의 대표를 뽑는 총선은 신문으로 볼 때 뉴스와 화제가 넘치는 풍요의 계절이다. 그러나 신문은 선거 때면 국민에게 자기들의 대표를 뽑는데 알아야 할 '필요하고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기보다는 독자의 눈을 끄는 '재미있는 보도'에 더 열중한다는 비판의 소리를 많이 듣는다. 선거 때마다 듣는 쓴 소리다. 신문이 잘못을 되풀이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예외가 될 수 있을까?
유권자는 정책·정강을 알 권리가 있다
'탄핵 폭풍 속 정책선거 실종' <내일신문> 26일자 머릿기사 제목이다. 신문보다는 정당 쪽 이야기다. 여야가 이벤트 정치에만 골몰하고 국민이 선택할 정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각 정당이 내놓은 공약이 없는 것도 아니다.
<한겨레>는 29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25일 각 정당의 총선 10대 정강정책을 비교한 프로그램을 발표했다고 보도하고 비교표도 만들었다. 한겨레의 비교표만으로는 각 당이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을 실현하겠다는 것인지 알기 힘들었다. 그러나 선관위의 각 당 정강정책을 보도한 것은 29일까지는 한겨레가 처음이었다. 다른 신문들은 그 동안 정당의 정책을 유권자들에게 알리는데 그만큼 인색했다는 이야기다.
민주국가에서 신문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재미있는 뉴스'보다는 국민에게 '필요하고 유익한 뉴스'를 제공해서 국민이 주권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알게 하는 것이다. 선거가 국민의 중요한 주권 행사인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앞서 유권자는 각 정당과 후보들이 어떤 정강 정책을 갖고 있는지를 아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런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신문의 역할이고 의무이다.
다행히 30일부터 <조선일보>가 3면에 열린우리당의 총선 공약을 6개 항으로 나누어 점검했고, <동아일보>는 4면에 한나라당·민주당·열린우리당의 총선공약을 정치·경제·사회 문화·외교 안보의 4개 항으로 나누어 소개했다. 다만 동아일보의 경우 주요 3당의 정책만을 소개한 것은 기사의 형평 원칙에도 어긋나고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더구나 이번 선거가 우리 선거 사상 최초로 후보 외에 정당에도 투표하는, 즉 두 번 투표하는 선거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더욱 그렇다. 정당에 따로 투표하는 만큼 투표하는 사람이 각 정당의 정강과 정책이 무엇인지, 정당간의 정책 차이는 무엇인지, 신문이 차이를 분석하고 비교해 주어야 한다.
1인 2표제 정당 투표제, "모른다" 46.6%
한겨레가 27일부터 '각 당 선거 사령탑에게 듣는다'는 연재를 시작해서 각 당의 정책을 심층 취재하기로 한 것은 잘한 일이다. 앞으로 다른 신문들도 각 당의 정책을 신문 제목 식으로 간단히 소개할 것이 아니라, 좀 더 상세한 내용을 소개해서 국민들이 투표할 정당을 선택하는데 유익한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
정당 투표와 관련해서 후보에 대한 투표와 별도로 정당에 투표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유권자가 3월 8일 현재 46.6%나 된다(한겨레 3월 8일). 유권자의 절반에 이른다. 그런데도 투표일이 보름 앞으로 다가온 지금까지 이에 관한 계도적인 기사를 보기 힘들다.
신문이 이 새로운 정당 투표제를 유권자들에게 충분히 인식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처음 시도하는 제도인만큼 투표일까지 적어도 몇 차례 계도용 보도가 필요치 않을까 생각된다. 그렇지 않으면 어렵게 도입한 정당 투표제의 취지, 새로운 정치세력이 등장할 기회를 주려는 취지가 무산되고 말 것이다.
선거 보도와 관련해서 신문들이 경마식 보도를 한다는 비판의 소리를 자주 듣는다. 신문이 선거의 쟁점보다는 누가 여론조사에서 몇% 앞서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 선거를 마치 경마의 등수를 알아 맞추는 식으로 보도한다는 비판이다. 선거가 경기의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여론조사 결과는 설문을 함께 보도해야
경마식 보도가 어느 정도는 불가피한 면도 있다. 여론조사 보도 자체를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앞으로 4년간 행정부를 감시하고 국민에게 필요한 법을 만드는 국민의 대표를 뽑는 선거보도를 정책과 인물에 대한 점검 없이 경마식 보도를 하는 것은 민주국가 언론의 역할을 등한히 하는 것이다.
최근 신문들의 보도는 다시 경마식 보도의 유혹에 빠져들고 있지 않나 하는 우려를 낳게 한다. 경마식 보도를 막는 방법의 하나는 여론조사 결과와 함께 조사의 설문을 보도하는 것이다. 여론조사가 설문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따라서 조사 결과와 함께 반드시 설문을 보도하게 하면 경마식 보도를 줄이는데 상당한 견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의 고급지들은 모두 여론조사와 설문을 함께 보도하고 있다.
선거보도와 관련된 '의견' 글에 관해 한마디. 조선일보 29일자 김대중 이사 기자의 '위선정치의 극치' 칼럼의 내용이다. 여당의 '압승' 전망에 대해서 한나라당이나 보수 지식인들이 '우려'하는 것은 이해한다. 그러나 그 우려를 흔히 의견의 '공론장'으로 불리는 신문에 표현할 때는 지켜야 할 선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김 이사 기자의 글이 과연 그 선을 지키고 있는가? 글의 결론 부분의 한 구절을 소개한다. "문제는 총선 이후고 탄핵 이후다. 총선의 결과가 여론조사대로라면 우리는 거여(巨與)를 눈앞에 두고 있다. 기기다가 탄핵 거부를 얹으면 우리는 엄청난 힘과 독선과 반대자 탄압으로 지새워야 한다.…"
논평은 독자들에게 맡기겠다.
|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