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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칠곡현대공원묘지에서 열린 '4·9통일열사 29주기 추모제' 참가자들의 모습
지난 9일 칠곡현대공원묘지에서 열린 '4·9통일열사 29주기 추모제' 참가자들의 모습 ⓒ 정선미
지난 9일 오전 11시 경북 칠곡군 소재 현대공원묘지에서는 75년 이른바 '인민혁명당 재건위 사건'으로 희생당한 이들을 기리기 위한 ‘4·9통일열사 29주기 추모제’(이하 ‘추모제’)가 진행됐다.

이날 추모제에는 유가족 신동숙(고 도예종씨 부인)·이영교(고 하재완씨 부인)·김진생(고 송상진씨 부인)씨를 비롯 오규섭(목사·대구경북통일연대 집행위원장)씨, 한기명(조국통일범민족연합 대구경북연합 의장)씨 등 시민사회단체 대표들과 대학생 등 70여명의 사람들이 참했으며 추모제는 ▲유가족인사 ▲사건개요발표 ▲추도사 ▲결의문 낭독의 순서로 진행됐다.

범민련 대구경북연합 한기명 의장.
범민련 대구경북연합 한기명 의장. ⓒ 정선미
한기명(범민련남측본부 의장)씨는 연대사를 통해 “그동안 역사적으로 많은 변화와 발전이 이뤄졌다”며 “미 제국주의자와 국내 매국·반통일세력의 책동에도 불구하고 민족이 6·15남북공동선언으로 화해와 협력·통일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그 예로 한씨는 “꿈에나 그려보던 금강산 관광이나 적지 않은 북녘 동포들이 남녘을 다녀갔다”고 하고 “6·15공동선언을 이정표로 삼아 열사의 뜻을 이어받아 조국통일을 완수할 것”이라고 했다.

또 대구경북민중연대 함철호 의장은 추도사에서 “열사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박정희가 박근혜를 통해 살아나고 있으며 이는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나게 될 수구세력의 최후 발악이라고 생각한다”며 “4·9열사들의 죽음이 규명된 후에야 한국에 진정한 민주주의가 세워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참석한 김두현(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사무처장)씨는 “4·9사건이 5·18 등에 비해 사회적으로 덜 알려진 사안이고 현재 알려지는 과정”이라고 본다면서 “이번 총선을 통해 진보정당이 원내에 진출하고 4·9사건의 명쾌한 해결과 수구·보수세력의 청산을 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결의문을 읽은 김덕중(23·경북대)씨는 "학내에 4·9통일열사들의 분향소를 설치해 추모행사를 진행했지만 관심을 보인 학생이 적었다"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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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박정희 과오 사죄하며 살아야"
고 하재완씨 부인 이영교씨 인터뷰

▲ 이영교씨
-추모제를 치른 소감은?
"당시에 기자들을 찾아가 취재를 해달라고 부탁을 해도 한줄 기사가 나올까 말까 였는데 이렇게 취재를 하러 오는 사람들도 있고 한 것이 기쁘고 반갑다.

당시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었지만 지금은 남편이 한 일에 대해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 이런 날만을 30년동안 기다려 왔다. 사형집행이 되던 날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오남매가 있었는데 그 아이들 때문에 따라 죽을 수도 없어서 이를 악물고 살아왔다."

-재심청구 후 2차 심리를 기다리고 있다는데 그 경과는?
"단지 남편은 위법 사실 없이, 외세의 간섭 없이 민족의 자주평화통일을 바랐을 뿐인데 법을 무시한 채 법집행을 한 것은 당시 정부당국이었고 재판부였다. 지금 판사들은 현명하므로 법의 정의가 되살아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박정희 대통령을 총선에 이용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되는가?
"박근혜가 박정희의 후광을 이용해 사람들의 향수를 부추기는 것이 가능한 것은, 사람들이 박정희의 독재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향수를 갖는 것이라고 본다. 박정희 정권 시절 희생된 수많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지금 박근혜는 조용히 사죄하고 살아야 한다고 본다. 박근혜가 가난을 알겠는가, 서민의 고충을 알겠는가. 그들이 국민을 위해 흘렸다는 눈물은 마치 악어의 눈물과도 같다." / 정선미

"민주의 역사를 하루아침에 되돌려버린 16대 국회 규탄"
4·9통일열사 추모제 참가자 결의문 전문

▲ 결의문을 낭독하는 김덕중 씨.
유신통치를 통한 군사독재의 장기집권을 획책하던 암울했던 지난 70년대 이 땅 모든 이의 눈물과 희망이 되었던 이들이 있다. 4·9통일열사!

정권의 장기집권 음모에 대한 전국민적인 저항에 부딛친 군사독재 권력은, 그러한 전국민적인 저항을 무마하기 위해 조작과 날조, 위협과 고문을 통해 ‘세칭 인혁당재건위’을 만들었고 1975년 4월 9일 조국과 민족을 사랑한 죄밖에 없는 여덟 분에 대한 사법살인을 자행했다.

4·9통일열사들의 살아생전 그토록 염원했던 민족이 하나 되는 통일 세상을,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민주세상을, 외세의 간섭 없이 이 땅에서 스스로 주인된 자주세상을,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가슴에 다시 한번 새기고자 우리는 이 자리에 모였다.

또한 지난 30여년 우리 모두가 그토록 바랬던 열사들의 삶과 죽음에 대한 명예회복과 진상규명을 위한 고난한 투쟁은 재심이라는 현실적인 가능성으로 우리들 앞에 놓여지게 되었다. 온갖 고문과 날조로서 조작 되어진 ‘세칭 인혁당재건위’ 사건이 다시 국민들 앞에 밝혀진 만큼 정부당국과 책임자는 이에 대한 분명한 사죄와 반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에 우리를 아래와 같이 결의한다.

[우리의 결의]

하나, 열사들이 죽음으로써 만든 이 땅의 민주의 역사를 하루아침에 되돌려버린 16대 국회를 규탄한다

하나, 열사들의 살아생전의 염원이었던 조국의 하나되는 통일의 길에서 전민족의 통일열망으로 이뤄낸 6·15 공동선언의 실현을 통해 조국통일의 그날을 살아남은 우리의 손으로 이룩할 것을 결의한다.

하나, 열사를 죽음에 이르게 했던 국가보안법은 아직도 이 땅에서 기세를 떨치고 있다. 민중의 생존권을, 조국의 통일을 가로막는 정권유지의 도구였던 국가보안법을 우리의 손으로 철폐시켜 낼 것을 결의한다.

하나, 열사들의 죽음에 대한 어떠한 명예회복도, 진상규명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조속하고 제대로 된 재심을 위해 지역의 제단체들과 지속적인 사업과 투쟁을 벌여나갈 것을 결의한다.

2004년 4월 9일
4·9통일열사 추모제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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