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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와 종로구청은 대학로를 문화지구로 지정하고 '걷고싶은 거리' 조성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와 종로구청은 대학로를 문화지구로 지정하고 '걷고싶은 거리' 조성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 박신용철
과포화상태인 서울에서 '걷고 싶은 거리'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덕수궁 길, 돈화문 길, 대학로, 북촌길 등 정도 손에 꼽을 수 있다. 때문에 걷고 싶은 거리 조성은 회색도시에 사는 도시민의 여유와 건강뿐만 아니라 녹지대를 조성한다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최근 서울시에서 홍대·대학로·신촌 등지를 문화지구로 지정하고 '걷고 싶은 거리'를 조성하면서 지역주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아닌, 과거 관 주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장애인 편의시설 등도 제대로 설치하지 않는 등 비장애인 중심의 거리 조성에 지적을 받고 있다.

걷고싶은 도시만들기 시민연대(이하 도시연대) 김성주 간사는 "종로구가 거리 조성에 과도한 비용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하며 "반면 장애인 이용에 대한 배려는 없어, 결국 2중, 3중의 돈만 들이게 될 형편이다. 문화 지구, 걷고 싶은 거리를 조성하는 종로구의 시각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공사 중인 걷고 싶은 거리의 대부분은 점자블록조차 돼 있지 않다. 휠체어 장애인들의 보행을 원활히 할 수 있게 고려해야 함에도, 집행책임자들은 돈만 많이 들여 겉으로만 폼 나게 만들어야 '걷고 싶은 거리'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면서 "걷고 싶은 거리는 아름답게 치장하는 게 아니라, 지역 주민들과 주변을 가꾸고 함께 콘텐츠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집행자들은 일방적으로 거리만 깔아주면 된다는 식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로 걷고싶은 거리 조성사업은 보행권 보장보다는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학로 걷고싶은 거리 조성사업은 보행권 보장보다는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 박신용철
특히 그는 "걷고 싶은 거리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사용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라며 "혜화동의 경우, 현재 공사중인 거리 조성 사업 이후 내부 거리 조성 사업에 들어간다면, 과도한 치장으로 예산 낭비만 초래할 뿐"이라고 질타했다.

대학로보다 먼저 문화지구로 지정돼 걷고 싶은 거리가 조성된 홍대 거리의 경우, 거리 조성후 주변 음식점들이 조성된 거리에서 장사를 하고 뒤처리도 깔끔하게 하지 못하거나, 주차를 금지시키다보니 거리 위에 주차를 하는 것이 태반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형편.

김 간사는 "중요한 것은 지역 주민들이 걷고 싶은 거리를 조성할 소양이 있는가 하는 것과 조성 과정에서 집행자가 주민들과 의사 소통을 하고 반영하고 있는가 이다"라며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들어 놓은 이후 종로구가 모든 것을 책임질 수 없다.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면 보도블록을 교체하는 등 악순환만 계속하게 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인도폭이 좁은 한국 인도에서 점자블록은 중간에 설치되어야만 제구실을 할수 있다. (다른지역의 점자블록)
인도폭이 좁은 한국 인도에서 점자블록은 중간에 설치되어야만 제구실을 할수 있다. (다른지역의 점자블록) ⓒ 박신용철
배융호 장애인편의시설촉진시민연대(편의연대) 정책 실장도 "서울시에서 돈화문 거리, 대학로 거리 등 지정해서 걷고 싶은 거리 조성 사업을 하고 있다"며 "대학로 거리조성사업은 종로구청에서 서울시의 취지를 받아 시행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배 정책실장은 "걷고 싶은 거리 공사는 보도블록 교체와 조형물 설치에 그칠 뿐, 보행환경과 소통에는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면서 "서울시는 걷고 싶은 거리에 대한 개념정립부터 다시 해야 한다. 보행자의 자유롭고 완전한 보행권이 보장돼야만 걷고 싶은 거리라 할 수 있다. 여기에는 시각장애인, 휠체어장애인, 어린이 등 모두가 포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학로 거리 조성 전에 만들어진 돈화문로를 예로 들어 걷고 싶은 거리의 문제를 지적하고, 이를 대학로 공사와 비교하며 설명했다.

"서울시의 '걷고 싶은 거리' 개념은 보행하기에 좋은 거리가 아니라, 보기에 좋은 거리인 것만 같다. 보도블록을 보기 좋은 것으로 바꾸고, 외형적인 조형물 조성에만 치중한 채 정작 중요한 보행의 편리성, 안전성은 소홀히 하고 있다."

그는 특히 돈화문로의 경우, 인도 폭이 좁은데도 의자, 조형물 등을 설치해 통행을 방해하고 있으며, 길 중간에 차량과속방지를 위한 돌 포장을 해놓아 휠체어장애인이 통행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또한 가로등과 가로수를 그대로 둔 채 인도를 정비한 결과, 시각장애인이 부딪칠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 또한 "걷고 싶은 거리 조성은 보행자 위주로 진행돼야 하며, 거리 문화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문화진흥과 관계자는 "대학로가 문화지구로 지정됨으로써 이와 연계해 문화의 거리 조성 일환으로 대학로 일부에 걷고 싶은 거리를 조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거리조성사업에서 장애인 보행권에 대한 배려는 전무하다. 심지어 시각장애인용 점자블록도 축소하고 있다.
거리조성사업에서 장애인 보행권에 대한 배려는 전무하다. 심지어 시각장애인용 점자블록도 축소하고 있다. ⓒ 박신용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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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2002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위원 2002년 3월~12월 인터넷시민의신문 편집위원 겸 객원기자 2003년 1월~9월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 창립멤버 및 취재기자 2003년 9월~2006년 8월 시민의신문 취재기자 2005년초록정치연대 초대 운영위원회 (간사) 역임. 2004년~ 현재 문화유산연대 비상근 정책팀장 2006년 용산기지 생태공원화 시민연대 정책위원 2006년 반환 미군기지 환경정화 재협상 촉구를 위한 긴급행동 2004년~현재 열린우리당 정청래의원(문화관광위) 정책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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