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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을 진행중인 헌법재판소 전원재판소는 대통령 측근비리 사건과 관련해 이학수·김인주·박연차·안희정씨에 대한 내사 및 수사기록을 제출하라고 검찰에 재차 요청했지만, 대검찰청(송광수 총장)은 29일 이를 거절했다.

이에 헌재는 검찰의 결정과 상관없이 오는 30일로 예정된 최후 공개변론을 진행할 것으로 보이지만 소추위원측은 반발하고 있어 향후 전개가 주목된다. 또다른 한편에서는 헌재가 소추위원측의 요구에 밀려 현행법상 용인될 수 없는 수사기록을 검찰에 요청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대두되고 있다.

검찰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김종빈 대검 차장 주재로 안대희 중수부장과 문효남 수사기획관, 중수부 과장들이 참석하는 수사팀 회의를 열고 헌재의 수사기록 요구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검찰은 이날 회의를 통해 "수사 및 재판이 진행중인 사건에 대한 수사기록을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는 헌법재판소법 제32조를 뒤집을 만한 근거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검찰이 자료제출 요구를 거부하면서 예로 든 헌법재판소법 제 32조(자료제출 요구 등)는 다음과 같다.

"재판부는 결정으로 다른 국가기관 또는 공공단체의 기관에 대하여 심판에 필요한 사실을 조회하거나, 기록의 송부나 자료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다만, 재판·소추 또는 범죄수사가 진행중인 사건의 기록에 대하여는 송부를 요구할 수 없다."

법조항이 이와 같은데도 불구하고 헌재가 국회 소추위원측의 '기록문서 인증등본송부 촉탁(또는 기록검증) 신청'을 받아들여 두 차례나 대검에 기록 제출을 요구한 것에 대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내사기록 신청 받아들였다는 자체가 헌재의 탄핵심판과 맞지 않다"

김갑배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이사는 "헌법재판소법에 규정된 내용에 따르면 재판중이거나 수사중인 사건의 기록 송부는 안된다는 취지를 밝히고 있다"며 "헌재는 탄핵심판에서 수사결과나 재판결과가 이미 되어 있는 것을 나름대로 심판해야 하고 수사중이기 때문에 그 결과가 나오지도 않은 것을 가지고 판단한다는 것은 수사상 결론이 다르게 나올 수도 있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김 법제이사는 "여러번 강조하지만 (이번 탄핵심판의 경우) 국회의 조사증거와 자료에 의해서 판단하는 기관이 헌재"라며 "이미 완결된 재판기록이라면 모르지만 내사기록 수준이라면 법원에서도 증거를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내사기록' 가지고 중대한 탄핵심판을 한다는 자체가, 또 신청을 받아들였다는 자체가 헌재의 탄핵심판과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설사 내사기록을 검찰에서 제출한다고 해도 대통령측 대리인단에서 '부동의' 하면 근거로 인정할 수 없다"며 "내사기록은 그런 것으로 증거가치가 없고 그것으로 끝난 것이기에 헌재가 (기록을 신청하는 것은) 수사기관의 역할까지 하려는 것은 이치에 전혀 맞지가 않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김 법제이사는 "아마도 헌재가 소추위원측이 하도 기록을 봐야 한다고 주장하니까 받아들인 것 같다"며 "사실 내사기록의 어떤 부분을 특정해서 제출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으로 그 기록을 본 사람들만이 어떤 부분이 알 수 있는 것이지 사실상 맞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중견 변호사도 "헌재도 어쩔 수 없이 소추위원측의 강한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한다"며 "이미 (헌재 재판관의) 마음이 정해져 있는 상태에서 3일 정도 탄핵심판이 늦췄다고 해서 결과가 바뀔 것도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소추위원측 "노 대통령 주요 증인 신문 이뤄지지 않아 수사자료 필수"

검찰도 헌재가 법조항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재차 인증등본송부 촉탁을 해오는데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29일 오전 수사팀 회의를 통해 '제출불가'로 처음과 마찬가지의 결론을 내리면서 "주지 말아야 할 법조항을 뒤집을 만한 근거가 없다"며 "(헌재에) 협조차원에서 주고 싶어도 줄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반면 소추위원측 대리인단은 "노 대통령은 물론 주요 증인들에 대한 신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검찰이 수사했던 대통령 관련 내사 자료는 탄핵 재판 심리에 필수적"이라는 변함없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소추위원측의 하광용 변호사는 "(우리가) 문서자체를 송부하는 것이 아닌데 (검찰은) 물리적으로 방해하고 자료를 분실 또는 훼손될 가능성 때문에 안된다고 한다"며 "문서행정처리법에는 복사본은 금지할 이유가 없고 헌재가 그런 판단에서 그것을 제출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대검에서 임의로 못하겠다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하 변호사는 "(수사기록을) 특별히 안보내주는 것은 유신시절 시국사건이나 정치적인 내용이 담긴 사건기록을 안보내줬던 관행을 받아 (지금 검찰이) 법적 논리로 안보내주는 것"이라며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증거로 필요한 것 같으니까 해주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검찰을 비난했다.

또 하 변호사는 "불특정 다수가 보는 것도 아니고 소추위원 1명과 헌재에서 1명이 볼 것이기에 공개될 위험도 없는데도 안보내준다는 것은 대검찰청이란 수사기관이 (측근비리) 수사가 이상하게 됐는지 안보내주는 것"이라며 "오히려 안보내주니까 더 의혹만 커지고 이래저래 생각만 되기에 (검찰은) 굳어왔던 관행을 깨고 열린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 변호사는 "검찰에서 기록을 내주는 것이 대통령에 대한 예의가 아니니까 헌재의 거듭된 요구에도 거부하고 있는 것같다"며 "(소추위원측에서는) 그대로 물러서지 않을 것이고 무엇보다 대통령의 진퇴가 걸린 문제인데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없기에 30일 공개변론에서 강력히 주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추위원측은 검찰의 '제출불가' 입장이 법적 근거가 없는 행위라고 지적하며, 정보공개 요구 및 재판을 통한 자료제출 요구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나중에 검찰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 및 직권남용으로 고발조치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헌재, 30일 오후 2시 예정대로 '최종 변론' 절차 진행

한편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분(재판장 윤영철 헌재소장)는 30일 오후 2시 헌재 1층 대심판정에서 양측 대리인단의 최종 변론 절차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윤영철 헌재소장은 "(검찰이 두 번씩이나 자료제출은 거부한 것은) 수사에 방해된다고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며 "내일(30일) 양측 대리인단에 30분씩의 최후 진술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윤 소장은 이어 소추위원측이 최종 변론에서 강한 이의를 제기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그건 그때 가서 보자"고 일축했다.

주선회 재판관도 '검찰이 내사기록을 안낸 상태에서 7차 공개변론을 진행해 재판을 종결하는가'는 기자들의 물음에 "똑같은 요구를 (검찰에) 다시 반복해서 할 수는 없지 않는가"라며 "이번에는 (검찰 기록이) 안와도 그냥 속개해야 안되겠나 싶나"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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