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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경제 5단체장은 30일 오후 프레스센터에서 '경제회생과 투자활성화를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열린우리당이 실용주의를 택해 상당히 안도했다"

열린우리당을 불안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던 재계가 모처럼 만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열린우리당이 표방하고 있는 '실용주의' 노선이 결과적으로 재계에 우호적인 정책을 낳을 것이라는 기대감의 다른 표현이었다.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경제 5단체장은 30일 오후 3시 프레스센터에서 '경제회생과 투자활성화를 위한 간담회'를 갖고, 최근 경제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재계 대표들은 열린우리당이 실용주의 노선을 채택한데 대해 환영의 뜻을 전달함과 동시에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박용성 대한상의 회장 "옛날엔 정체성 의심, 지금은 상당히 안도"

박용성 대한상의 회장은 모두발언에서 "실용주의를 선택해 상당히 안도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동안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을 의심한 것은 사실이었다"고 고백하며 한껏 친근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어 박 회장은 몇 분기 째 이어지고 있는 수출 증가세에 우려를 표시하며 이면에 감춰진 중소기업 고통도 돌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 회장은 "4대 그룹을 너무 잘나가지만 그 그늘에 가려 중소기업들이 고통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며 "앞으로 사회의 어두운 곳, 중소기업을 배려하는 정책이 요구된다"고 전했다.

박 회장은 17대 총선 때 "정치인으로 전화 한 통도 받지 않았다"면서 "이는 일대 혁명이라고 생각한다"는 말로 정치권에 돈 정치 행태가 사라진 점을 높이 평가했다. 이를 기점으로 기업들도 투명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재계 대표들을 안심시켰다. 정 의장은 "그동안 정치권이 경제에 도움은 못 주고 부담을 준 것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정치가 경제를 돕는 새로운 협력모델을 만드는 17대 국회가 될 것이라 믿는다"고 화답했다.

정 의장은 또 "우리당에 대해 재계에서 걱정이 있었다고 말씀하셨는데 안심하셔도 좋다"면서도 친(親)기업적 이미지가 굳어질 것을 우려한 탓인지 "정치를 확실히 투명하게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로 회계장부도 투명하게 만들어 존경받는 기업과 기업인을 만들자"고 재계의 투명성 확보를 강조하기도 했다.

▲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경제5단체장이 간담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재계대표 현 정부 경제정책에 불만 표시...일부는 '부동산 정책' 완화까지 요구

이어진 비공개 회의에서 양쪽 대표들은 재킷을 벗은 편안한 복장으로 약 1시간30분 동안 정부의 경제정책과 경제현안을 중심으로 대화를 나눴다. 비공개 회의에서 재계 대표들은 현 정부 경제정책에 불만을 표시하며 '실용주의'를 표방하는 열린우리당이 이를 시정하는데 앞장서 달라고 당부했다.

이 자리에서 일부 재계 대표는 정부의 규제개선 정책에 진전이 없다며 조속한 시정을 촉구했고, 일부는 부동산 정책 완화를 은근슬쩍 들먹이며 반(反)서민적 정책을 요구하기도 했다. 특히 박용성 대한상의 회장은 "부유세가 통과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이런 얘기가 자꾸 나오면 자본유출은 더욱 심각해진다"며 민주노동당 '흠집내기'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

반면, 김용구 중소기업중앙회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임금격차 완화를 위해 대기업 사외이사 운영을 개선해야 한다는 등의 '아이디어' 제시하거나 반기업 정서 해소를 위해 기업부터 반성해야 한다며 재계내부의 자성을 촉구해 눈길을 끌었다.

▲ 경제5단체장들이 정동영 의장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다음은 열린우리당이 공개한 재계 대표들의 비공개회의 발언록이다.

강신호 전경련 회장 "실용주의 노선이 생각대로 잘 되길 바란다. 기업들이 뛰어 놀기 좋은 운동장을 만들어 줬으면 한다. 그리고 통로를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 지금 규제가 너무 많다. 정경유착이 없어지는 마당에 5만원이나 10만원 짜리 화폐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기업도시를 알 것이다. 우리나라도 여러 곳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파주 엘지-필립스(LG-PHILIPS) 기업도시는 2만5000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발생한다."

김재철 무역협회장 "열린우리당의 실용노선 선언에 대단히 안심이 된다. 우리경제는 세계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무역의존도가 60∼70%나 된다. 독자적 경제 정책이 가능하다는 착각을 하기도 한다. 올해 수출 성과가 좋지만 문제는 휴대폰이나 조선, 자동차 등 5개 품목에 치중돼 있다는 것이다. 고용 없는 성장·수출이라는 말이 여기에서 나온 것이다. 외국기업과 국내기업간의 역차별이 존재하고 있는데, 개방 정책도 좋지만 내용도 중요하다."

김용구 중소기업중앙회장 "정경유착이 단절됐다. 중소기업인들 중에 이번 선거에서 돈 때문에 고민했다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을 것이다. 중소기업의 현실에서 볼 때 중소기업의 한 축이 무너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2달 동안 중소기업 얘기를 하면 구걸한다는, 혹은 수혜를 받고 있다는 생각, 과보호 받는다는 시각을 느끼게 된다. 곤혹스럽다.

일자리는 중소기업이 만든다. 지원을 요청 드린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가 100:60이다. 격차를 줄이는 방안을 생각해 봤다. 중소기업의 환경관련 시설에 정부가 도움을 줬으면 한다. 분진이나 소음, 폐수 시설은 부담이 되고 돈이 많이 들어간다. 정부가 도움을 준다면 경쟁력이 생길 것이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화합 차원에서 사회이사제도를 고치는 것이 어떨까 한다. 대기업 하청 협력사 사장을 사외이사로 채용하면 의사소통이 잘 될 것이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화합을 이룰 수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대기업이 대규모 흑자를 냈다고 할 때 중소기업은 가슴이 아프다. 하청에 대한 비용은 높이지 않은 상태에서 거둔 결과 아닌가."

이수영 경총 회장 "총선 결과 기업인들의 우려는 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출이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는 부분에 있다. 외국기업도 노사관련 정책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과반수 의석을 확보했으니 균형감 있는 정책기조를 유지해 달라. 이념보다는 민생 챙기기에 앞장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 경제는 일류 대기업이 잘나감으로써 혼동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착시현상이다. 중소기업은 (-) 성장을 하고 있다. 특정 대기업이 흑자를 내고는 있지만 중소기업의 아픔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간의 임금 격차도 심각하다."

박용성 대한상의 회장 "일자리 만들기 대책회의 이후 기업들의 제안 중 실제 성과를 거둔 것은 14개 정도에 불과하다. 좀더 일자리 만들기에 관심을 가져 달라. 제조업 공동화 현상이 심각하다. 이것이 우리가 극복해야 할 딜레마이다. 해외 송금이 자유로워짐으로써 자본이동이 심각해지고 있다.

부동산 정책을 너무 강하게 가져가거나 부유세가 통과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이런 얘기가 자꾸 나오면 자본이동이 더욱 심각해진다. 이런 부분을 감안해야 한다. 작고 강한 정부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해 달라. 주 40시간 노동은 공기업부터 법대로 틀을 잡아서 노사간 충돌없이 이 제도가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

비정규직도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기득권 양보 없이 해결되지 않는다. 기존 정규직도 양보하고 회사 쪽도 양보해야 한다. 참여정부 초기 노사정책 선진화 작업이 추진되면서 로드맵이 발표될 것라고 하지 않았나. 완결편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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