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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30일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가진 '경제회생과 투자활성화를 위한 간담회'에 참석한 경제 5단체장.
경제 5단체장이 지난 5일 "비정규직 문제가 당면한 경제회생의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한 데 대해 노동계가 "억지주장은 그만하라"며 강력 비난하고 나섰다.

경제 5단체장은 5일 '최근의 비정규직 논의에 대한 경제계 입장'이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정규직과 분리된 비정규직 문제해결은 불가능하다"며 비정규직 차별 해소에 나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바 있다.

특히 경제 5단체장은 이날 논평을 통해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 해소와 임금안정 및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에 적극 협력하여야 할 것"이라며 노동계의 태도변화를 촉구하는 등 노동계의 요구를 정면 반박하기도 했다. 아울러 "비정규직 활용은 시대적 대세"라며 노동시장의 유연화 제고를 촉구하기도 했다.

경제 5단체장의 이같은 입장 발표는 한달 앞으로 다가온 올해 임단협에서 재계가 우위를 점하기 위한 기세싸움의 한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재계의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요구를 정부가 거절한 데 따른 반발 심리가 비정규직 문제로 옮겨붙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노동계는 재계 쪽의 이러한 입장 표명에 대해 "논리적 정합성도 갖지 못하는 억지에 불과하다"며 개의치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민주노동당 "IMF 이전 통계로 유연성 제고 주장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비난

[민주노동당] 이선근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본부장은 재계의 이러한 입장 표명에 대해 본말이 전도된 태도라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이 본부장은 "중소기업을 죽여놓은 사람들이 중소기업을 핑계로 비정규직 문제를 전향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태도"라고도 했다.

이 본부장은 경제 5단체장이 정규직 과보호를 언급한 것과 관련 "IMF 이전 OECD 통계를 가지고 유연화가 부족하다는데 그 이후 통계를 보면 노동 유연성은 거의 세계적 수준"이라며 "그걸 가지고 정규직 과보호를 언급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잘라 말했다.

이 본부장은 독일 노동자의 평균 노동시간이 1400시간, 우리나라는 2400시간으로 노동시간으로 따져볼 때 우리나라 정규직 노동자의 임금 수준이 결코 높은 것이 아니다고 강조하면서 "단순 비교해서 선진국 제조업체보다 임금이 높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 본부장은 재계가 이러한 논리를 펴는 배경에 대해 "출자총액제가 폐지되지 않아 부실화된 자회사에서 손을 털 수 없게 되면서 그룹 전체가 부실화되기 직전에 와 있다"며 "정치권이 규제를 철폐해 주지 않자 비정규직 문제를 물고 늘어지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민주노동당은 비정규직 문제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불공정거래 관행에서 파생된다고 보고, 중소기업 보호를 위해 어음기간 제한, 현금결제비율 제고 등의 내용 담은 법률안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제값 치르지 않고 이익을 보려는 태도...그 기업 망할 것"

[민주노총] 민주노총은 한마디로 논리적으로도, 시장원리에도 맞지 않는 억지 주장에 불과하다고 평가 절하했다.

이상학 정책실장은 "최근 OECD가 발표한 보고서에서 법률조문만 놓고 보면 한국의 해고제한 규정이 엄격하지만 현실적으로 놓고 보면 전혀 반대라고 언급한 바 있다"고 경제 5단체장의 정규직 과보호 주장을 일축했다.

이 실장은 또 비정규직 선호가 시대적 대세라고 언급한 부분에 대해서도 "단기적으로 노동력을 사용할 필요와 요인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부인하지는 않고 파트타임도 부정하지 않는다"면서 "다만 당연히 정규직을 써야 할 자리에 비정규직을 고용, 정규직 보다 더 오래, 더 값싸게 근무를 시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재계가 비정규직을 과도하게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 "인건비를 절반만 줘도 되고, 언제든지 쫓아낼 수 있으니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실장은 우리나라 제조업의 경우 현재 최소한의 노동인력만 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통계적 지표를 통해 설명한 뒤 "비정규직을 보호할 경우 비정규직의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논리는 납득하기 힘들다, 그러면 공장 자체가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그는 재계가 이처럼 비정규직 차별 해소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과거 개발독재 시대처럼, 혹은 특혜금융을 받을 때처럼 제값을 치르지 않고 이익을 보려는 태도에서 기인한다"며 "시장원리에도 맞지 않는 이러한 방식으로 계속 나간다면 그 기업이 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정규직, 기업경쟁력에 보탬 안된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6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비정규직 논의가 경제회생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재계 쪽의 주장은 한마디로 낡은 이념철학에서 나온 것이라며 구태의연한 사고를 버려야 한다고 충고했다.

김 소장은 '비정규직 활용이 시대적 대세'라고 지적한 데 대해 "선진국의 경우에도 한국처럼 이렇게 비정규직 비중이 높거나 차별이 극심한 나라는 찾아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김 소장은 특히 비정규직 고용이 "이직율 상승과 생산성 저하라는 결과를 낳을 뿐"이라며 기업의 경쟁력 향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 경제 5단체장이 비정규직 활용은 세계적 대세라며 차별 철폐 논의는 경제 걸림돌이 된다고 했다.
"선진국의 경우에도 이처럼 비정규직 비중이 높거나, 차별이 극심한 나라는 찾아볼 수 없다. 선진국 중에서 높다는 미국, 일본에서도 30%를 넘어서지 않는다. 우리는 50%가 넘어서지 않나. 네덜란드의 경우 파트타임이다. 파트타임은 시간에 비례해서 적게 받는 것이다. 시간당으로 받는다. 우리 경우 차별이 극심하지 않나. 그러므로 세계적 추세라는 점과 성격이 다르다."

- 재계는 정규직 과보호에 대한 태도 변화를 요구했는데.
"부분적으로 그런 경우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체적 지표를 보면 정규직이 상대적으로 상황이 낫다는 것뿐이지 고용불안이나 생활불안정은 매우 높다."

- 재계가 이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은 무엇 때문이라고 보나.
"있는 것을 지키거나 하나라도 더 가져가겠다는 것 아니겠나. 최근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 개선의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다. 특히 금호타이어와 같은 모범 사례가 나오지 않나. 국민은행 김정태 행장이 비정규직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얘기하고 있다. 지금까지 재계가 취한 방향과 다르게 가니까, 제동을 걸어야겠다고 판단하고 하는 것 아니겠나.

기업에는 두가지 범주가 있다. 우리처럼 비정규직 고용하고 차별함으로써 인건비를 남겨, 더 많이 벌겠다는 사람이 있다. 이런 것으로는 장기적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반면 종업원을 중시하고 만족을 줄 때만이 경쟁력이 제고될 수 있다는 흐름이 있는데, 후자의 경우 유한킴벌리 사례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 재계, 특히 경총 등은 전자의 사고를 가지고 있다. 낡은 이념철학이다."

- 임단협에서 재계와 노동계간의 대립이 불가피할 것 같다.
"비정규직 문제가 극한까지 왔기 때문에 해결책을 마련할 수 없다. 대립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재계가 너무 구태의연한 사고로 임하는 것 같다. 비정규직을 쓰는 것이 인건비 절감에는 도움이 되지만 이직율이나 생산성 저하로 이어져 경쟁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논문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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