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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경영자총협회 이수영 회장
ⓒ 경총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2004년 노사간 임단협에 암운이 드리워지고 있다.

전국 4000여 주요기업을 회원사로 확보하고 있는 경총(회장 이수영)이 올해 노사간 최대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근로조건 저하 없는 주5일제 ▲노조의 경영참가 등의 도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들 세가지 현안은 최저임금 인상, 이라크 파병철회 등과 함께 노동계가 올해 임단협 주요 관철대상으로 결정한 사안들로, 한쪽의 양보가 전제되지 않는 한 노동계와 재계의 격렬한 마찰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총은 경제5단체와 협의해 국회 의정협의체를 구성, 기존부터 시행해왔던 국회의원에 대한 의정평가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대(對)정치권 통제능력도 제고시킬 계획이다.

이수영 경총 회장은 10일 서울 인사동 한 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같은 방침을 설명한 뒤 재계의 목소리를 점차적으로 높여가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경제 살리는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진보와 보수의 차별논쟁이 전혀 의미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민생의 문제이고 경제회복에 있다는 현실인식을 정치권이 해 주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 회장은 "경영계의 입장과 목소리를 제대로 표현해야 할 필요성도 높아졌다, 이를 위해 `경제5단체 의정협의체'를 구성키로 경제5단체간 공감대가 이뤄진 상태"라고 밝혀, 재계의 대(對)정치권에 대한 압박 강도가 높아질 것임을 시사했다.

"민주노동당 강령, 국가의 근본체제를 부정하는 것"

[민주노동당 원내진입] 이수영 회장은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입과 관련 "사회 일각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경영계는 민주노동당을 일정한 국민을 대표하는 정당으로서 그 실체를 인정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대의제 정치체제 하에서 국회의원은 특정 지역이나 특정 계층의 사람들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노동자 계급 등 특수계층의 이익만을 위한 전위대가 아닌 국민전체의 이익의 관점에서 정당활동을 수행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는 노동자·농민·서민의 대변자가 될 것임을 자임한 민주노동당의 원칙과는 상당히 괴리된 것으로 민주노동당과의 인식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낸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어 이 회장은 대우종합기계 사태, 타워크레인 노조 사태 등의 예를 들며 "현장과 제도권이 결합해 양동의 투쟁전략을 구사한다는 일각의 우려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민주노동당의 강령에 자본주의를 극복대상으로 설정한 부분을 문제 삼으며 "이는 국가의 근본체제를 부정하는 것으로 비쳐져 불안을 가중시키는 원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 뒤 "기존의 강령과 창당 이념을 고집하는 것에서 벗어나 국민 일반의 폭넓은 지지를 받는 정당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임금저하 없는 주5일제는 노동계의 임금 올리기 전략"

[근로시간단축] 이수영 회장은 노동계가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근로조건 저하 없는 주5일 근무제 실시를 받아들일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노동계의 주장대로 그같은 제도가 도입될 경우 연간 휴일·휴가일수는 143∼173일로 세계 최고수준에 이르며 기업의 추가적 인건비 부담은 19.6%에 달할 것으로 분석된다"며 "이는 노동계가 임금수준을 올려보겠다는 전략이 이면에 숨어있다"고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이 회장은 또 "주 40시간제 도입을 현재의 근로조건 향상의 호기로만 여긴다면 근로자의 삶의 질은 결코 향상될 수 없으며 종국적으로 삶의 터전마저 잃을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원래의 입법취지가 단체협약에 반영되도록 노동계도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경제 악영향만 초래할 것"

[비정규직 문제] 이 회장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노동계의 주장은 결코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 회장은 "노동계가 주장하는 비정규직 논의는 최대 현안 과제인 실업해소와 일자리 창출을 고려할 때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없으며 악영향만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노동계의 주장에 강한 우려를 제기했다.

이어 그는 "노동계는 정규직은 선이고 비정규직은 악이라는 이분법적 논리로 사회분열을 조장하고 있다"면서 "보호와 규제위주의 비정규직 대책은 기업의 인력운용을 더욱 경직시키고 인건비 부담을 늘리게 돼 기존의 비정규직 일자리마저 사라지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오히려 이 회장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동일노동 동일임금 등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 소모적 논쟁을 중단할 것"을 노동계에 촉구하면서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 해소와 임금안정, 노동시장 유연화 확보에 적극 노력할 것을 요구했다.

"노조 경영참가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에 부합하지 않는다"

[노조의 경영참가] 노조 경영참가 문제는 현대증권의 노조 추천 이사제 도입과 대우종합기계 지분입찰의 노조 참여 논란을 계기로 재계와 노동계의 '핵심 쟁점' 사안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수영 경총 회장은 이같은 일련의 움직임에 대해 "기업경영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뿐 아니라 비생산적인 노사간의 갈등만을 고조시킬 뿐"이라며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영미식의 주주자본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노동계가 주장하는 유럽식의 경영참가제도가 비현실적인 뿐 아니라 의사결정의 비탄력성으로 인해 기업의 경쟁력을 하락시킨다"는 점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이같은 발언은 최근 대우종합기계 우리사주조합과 민주노동당이 도입을 추진 중인 '차입형 ESOP'(우리사주조합)을 통한 노조의 경영참여방식이 미국에서 보편화된 제도라는 점에서 사실왜곡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이와 함께 그는 민주노동당의 노동자경영참가법 제정 추진 움직임에 대해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못박으며 반대입장을 천명했다.

"투명성 대상 시상으로 정도경영 정착 도모하겠다"

[향후 경총 추진사업] 반기업 정서 해소를 위한 자기 정화 노력에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는 '자성'의 목소리도 있었다. 이수영 회장은 "가칭 투명경영대상을 제정해 시상함으로써 한국의 기업문화에 걸맞는 정도경영의 도입과 윤리경영시스템 정착화를 도모하겠다"고 약속하며 이같은 시스템을 통해 기업이미지 개선과 노사갈등 해소에 이바지하겠다고 말했다.

투명경영 대상과 관련 그는 "장기적으로 품질인증제도와 같이 인증시스템을 도입하고 수상자에 대해서는 유관기관과 협의해 세제혜택, 기업신용상향 등 구체적 혜택을 부여할 계획을 찾고 있다"면서 나아가 ISO(국제표준화기구)와의 연계방안도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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