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11일 '중앙일보 규탄대회' 에서 <중앙일보> 일선 지국장들이 불공정거래관행을 부추기는 본사의 부당한 압력에 항의하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가 1만2000원짜리 신문 1부에 1만원짜리 백화점 상품권 5장, 무료 서비스 7개월, 부당확장 요원비 5만원, 일비 1만원을 씁니까. 세계신문협회 회장인 홍석현 회장의 나라에서 이렇게 불법적인 관행을 일삼을 수 있습니까. 이러고도 그들이 언론탄압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까."

11일 '중앙일보 규탄대회' 현장에서 만난 <중앙일보> 일선 지국장들의 위기의식은 절박했다. 신문시장이 계속 침체되고 있는데도 그치지 않는 본사의 부수확장 압박에 지국장들은 "더 이상 당할 수는 없다"며 본사와 지국간 불공정한 거래관행 타파와 신문시장 정상화를 강력히 촉구했다.

관련
기사
"조중동 '1위 싸움' 소총수로 내몰리고 있다"

전 중앙일보 지국장 출신인 김동조 신문판매연대 위원장은 "공정거래법이 엄연히 존재하는 나라에서 이렇게 탈법적인 신문판매시장이 존속하는 까닭은 모든 이익은 본사가 챙기면서 불이익과 피해는 일선 지국이 감당해야 하는 불합리한 구조 탓"이라고 설명했다.

경품판촉 경쟁 등으로 5천만원 안팎의 빚을 진 지국장들

김 위원장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11일 결의한 '본사와 지국간 불합리한 약정서 개정' 등 10가지 요구사항을 중앙일보 본사에 전달하고, 지국별 개별협상이 아닌 단체협상을 통해 대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국장들은 오는 30일까지 요구사항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지대 납부와 배달 거부, 손해배상 청구 등 단체행동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사태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이날 규탄대회장에서는 언론개혁 차원에서 전국언론노조와 적극 연대를 펼치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배석관 산본 지국장은 "오만방자한 신문권력을 몰아내기 위해서는 우선 탈법적인 신문판매시장 실정을 바로잡아주는 게 필요하다"며 "언론단체와 연대해 거대 신문사의 횡포를 고발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모임에 참석한 지국장들은 지국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상당한 금액의 빚을 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일부 지국장들은 5천만원 안팎의 빚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보다 훨씬 많은 빚을 진 지국장도 있다는 하소연도 이어졌다. 무리한 판촉경품 경쟁이 그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공정위원회의 불공정거래행위 단속에 대해서는 그 실효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종훈 남평촌 지국장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단속을 나온다고 해도 이러한 경품·무가지 제공은 어쩔 수 없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공정위 단속보다 무서운 게 바로 본사의 부수확장 압박과 지대 상승"이라고 토로하고는 행정당국의 단속 실효성에 의문을 표시했다.

5개월 전 안양 호계 지국을 맡아 4천만원 가량의 빚만 쌓였다고 밝힌 조목춘 지국장은 "중앙일보뿐 아니라 모든 신문사가 방문판매를 중단해야 독자도 제대로 된 신문을 고를 수 있고 지국장들도 살 수 있다"고 지적한 뒤 "경품과 무가지 제공을 통한 부수확장 방식은 국민 수준을 '미개'하게 바라보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신문시장의 기존 부수확장 관행을 비판했다.

"본사-지국간 약정서는 '현대판 노비문서' 수준"

다음은 이날 규탄대회 현장 및 추가 전화인터뷰를 통한 김동조 신문판매연대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김동조 신문판매연대 위원장.
ⓒ 오마이뉴스 김태형
- 본사와 지국간 거래는 어떻게 이뤄지는가.
"본사와 지국은 신문발행업자와 판매업자로서 각각 독립적인 사업자이다. 1:1로 계약을 맺는 대등한 관계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본사가 일방적으로 거래를 주도하고 지국은 본사의 직간접적 통제를 받고 있다. 수많은 각서들과 온갖 성장계획서들이 지국장을 본사의 머슴인 양 취급한다. 약정서 자체가 현대판 노비문서 수준이라고 불릴 만큼 지국장에게는 매우 불합리하다."

- 어떤 점이 불합리하다는 것인가.
"일례로 약정서에서는 '구독부수 감소와 지대를 미납하였을 경우 (본사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라고 명시돼 있다. 통상적으로 구독부수는 본사에서 받는 부수가 아니라 지국 전임자에게 권리금을 주고 인수한 것이다. 따라서 지국의 구독부수가 떨어진다고 해서 본사가 개입해 계약해지를 요구하는 것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법률(독점규제법)이 정한 불공정거래 및 시장지배적 지위남용 금지를 위배하는 것이다.

또 지대를 미납했을 때 본사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도 마찬가지다. 지대를 미납한 사유나 그 금액이 정상적인 거래관계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될 때 최고기간을 두고 해지할 수 있도록 규정해야 하는데 '지대미납'이라는 포괄적인 문구밖에 없다. 본사가 사전합의 없이 신문공급을 제한하거나 계약을 해지하는 것은 독점규제법이 정한 '부당하게 거래를 거절하는 행위'에 해당된다."

- 본사의 일방적인 계약 해지는 어떻게 이뤄지는가.
"본사는 이같은 약정의 문제점을 악용하고 있다. 지국에서 어떤 이유로든 구독부수가 줄거나 지대미납이 생기면 아무런 경고 조치도 없이 계약해지 및 신문공급 중단을 통보한다. 그리고 본사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도록 강제한다. 본사와 지국의 불합리한 관계가 고쳐지지 않는 한 그 대가는 고스란히 지국 몫으로 돌아온다. 무분별한 경품살포나 무가지 배포 등도 본사와 지국이 공정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해야 근절될 수 있다고 본다."

- 지대(본사로 입금하는 신문값) 산정에 대해 불만이 많은 듯하다.
"우선 지대를 산정하는 기준 자체가 없다. 본사에서 지국에 신문을 주면 '공급가격'이 있어야 하는데 일률적인 기준이 없다. 각 지국에 따라 다르다. 대부분 본사가 지국의 판매수량이나 단가를 정해놓고 원하는 대로 하지 않을 경우 그 수량이나 단가를 올렸다 내렸다 하고 있다. 본사 방침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본사가 요구하는 조건을 순순히 들어주는 지국에는 지대를 깎아주기도 한다. 하지만 본사나 담당자, 관계자들에게 잘못 보이면 갑자기 치솟기도 한다."

"지국이 발송부수 자율로 책정하게 해달라"

- 그럼 지국장들이 생각하는 적정한 지대 비율은.
"먼저 공급가격과 지대 산정의 근거가 제시되고 공개돼야 한다. 공급가격의 경우 신문 구독료의 40% 미만으로 책정돼야 한다고 본다. 지방신문인 <국제신문>은 한 부당 4000원씩 일률적으로 공급가격을 매겨놓고 있다. 월 구독료가 1만원이니까 40%로 공급가를 책정한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해달라는 것이다. 지대의 경우 본사에서 지국에 보내는 '발송부수'의 70%로 산정할 것을 바란다. 또 본사의 일방적인 지대 인상이 없어야 한다는 게 우리의 요구이다."

- 본사의 발송부수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던데.
"지국이 자율 증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은 본사에 의해 좌지우지된다. 각 지국의 사정에 맞게 2개월 단위로 발송부수를 지국 스스로 조정할 수 있게 해야 무가지 등 사회적 낭비를 줄일 수 있다. 본사는 지국 통제를 배제하고 순수하게 신문만 공급해야 한다."

- 별지를 끼우고 배달하는 비용을 요구하고 있던데.
"모든 신문이 광고특집 등의 별지를 내고 있다. 그러나 별지는 지국에서 일일이 본지에 끼워넣는 작업을 따로 해야 한다. 그만큼 인건비가 더 든다. 하지만 본지와 상관없는 별지를 끼우고 배달하는 비용은 고스란히 지국이 부담하고 있다. 지국장들은 이같은 비용으로 한 부당 300원 정도 들어가고 있다고 추산한다.

본사는 별지를 내면 광고 등 수입을 더 올리지만 지국의 부대수입은 없다. 특히 본사는 <중앙일보>라는 완제품을 지국에 공급할 의무가 있다. 부득이 그렇지 못할 경우 본사는 지국에 비용을 지불하고 이를 독자에게 배달시켜야 한다. 이를 지국에 강제로 부담시키는 것은 독점규제법이 정한 거래상 지위남용행위금지를 위배하는 것이다."

- <중앙알뜰마당> 삽지·배달료 지급 소송과 관련, 본사의 압력설을 주장했는데.
"중앙일보는 중앙타운이라는 자회사를 만들어 생활정보지인 <중앙알뜰마당>을 발행하고 있다. 이는 중앙일보 본지와 별개의 신문이다. 중앙일보와 중앙타운은 초기 <중앙알뜰마당> 한 부에 16원의 삽지·배달료를 지급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지급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어느 지국장도 왜 삽지·배달료를 주지 않는지 말을 하지 못했다. 불이익을 당하는 게 무서웠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지국을 그만둔 지국장들이 소송을 제기해 지난해 1심에서 이겼다. 이후 2심에서 조정판결로 14명의 전직 지국장이 소송액의 75%인 1억7천만원에 달하는 삽지·배달료 지급판결을 받았다. 그러니 현직 지국장들도 당연히 받고 싶어했고 지난 4월 22일 61명의 전·현직 지국장이 중앙일보와 중앙타운을 상대로 22억4000만원의 삽지·배달료를 지급하라는 소송을 추가로 냈다. 본사에서는 터무니 없는 가격을 제시하면서 합의서를 받으러 다녔지만 일부 지국장들이 거부했다.

본사는 '더 받고 싶으면 소송해서 받으라'며 소송할 경우 지국을 포기할 각오까지 하라고 압박했다. 서울의 삼성 지국은 지대미납과 구독부수 감소라는 이유로 지난 4월말 해지통보를 받았지만 사실 <중앙알뜰마당> 소송에 대한 보복적 성격이 짙다고 본다. 앞으로 이런 보복적인 행태가 나타날까봐 지국장들은 내심 불안해하고 있다."

"자동이체 캠페인으로 인한 구독료할인 피해도 지국 몫"

- 전단광고 자회사의 간접적 통제도 문제삼았던데.
"중앙일보는 '제일피알'이나 '중앙리플렛'이라는 전단광고 전담 자회사를 설립했다. 그러나 효율적인 전단광고 집행이라는 본래 취지보다는 지국을 간접적으로 통제하는 부작용이 더 크다. 각 지국의 주요 수입인 전단광고를 이들 자회사들이 거의 독점하면서 결국 지국 경영수지를 악화시키고 있다.

전단광고 계약에 대한 지국의 자율권이 줄고 자회사를 통한 본사의 직영 체제가 되는 셈이다. 또 본사는 전단광고 수입에 대해 '광고지수'라는 것을 만들어 해당 지국의 지대산정 근거로 이용하고 있는데 이도 즉각 철회돼야 한다. 이같은 방식으로 지국장의 숨통을 조여 오는데 어느 누가 본사에 부당함을 호소할 수 있겠는가."

- 자동이체를 전제로 한 구독료 할인행사로 인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는데.
"본사는 자동이체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지국장들을 불러놓고 '2년 의무구독에 무가지도 없으므로 구독 중지가 줄고 지국의 경영수지가 크게 개선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신문시장은 갈수록 엉망이 됐다. 구독료만 1만원으로 내린 게 아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도 구독료 할인경쟁에 뛰어들면서 오히려 무가기간이 6개월에서 1년으로 늘었다.

거기다가 독자 확보를 위해 3만원 이상의 백화점 상품권까지 덤으로 얹어주는 등 더 악화됐다. 결국 애꿎은 지국만 피멍이 들었다. 그런데도 본사는 이번 캠페인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면서 그동안 고생한 중앙일보 종사자의 노고를 치하한다고 한다. 본사는 지국 동의 없이 임의로 실시한 자동이체 구독료 할인행사로 인한 지국의 손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 본사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중앙일보 사설이나 칼럼 등을 보면 항상 정의를 외치고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겠다고 강조한다. 그런가 하면 신문시장 정상화를 위한 조치 등이 나오면 언론탄압이라고 반발한다. 그러나 우리는 '일선 지국장에 대한 본사의 탄압부터 중지하라'고 외치고 싶다.

본사와 지국의 관계부터 정의로워야 한다. 그동안 지국장들은 본사로부터 당할 불이익 때문에 항변도 제대로 못했다. 본사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정책으로 인한 부담도 그냥 떠안았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도 정당한 권리 주장을 하려고 한다. 공정한 계약에 따라 공정한 거래를 하고 싶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