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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16대 국회의 거대 야당이 저지른 반민주적 탄핵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기각을 결정했다. 드디어 노무현 대통령이 다시 돌아왔다. 노 대통령이 보냈을 지난 두 달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하지만 탄핵 기각과 열린 우리당의 총선 승리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인 기대를 품는 것을 철저하게 경계해야 하는 시점이 바로 ‘지금’이다.
탄핵 반대 촛불을 들었던 많은 시민들이 노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그들은 탄핵이라는 사상 초유의 횡포에 반대했던 것 뿐이었다. 이제부터가 중요하고, 이제부터가 ‘진짜 노 정권의 실체’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14일, 오후 6시 광화문으로 나섰다. 광화문에서는 ‘탄핵 기각 축하 행사’와 ‘이라크 파병 철회 행사’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열리고 있었다. 잠깐 동안 어디로 가야하나 망설였지만, 나는 이내 ‘파병 철회 행사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포로 학대와 인질 살해로 이어진 미군과 이라크의 공방을 매스컴을 통해 보면서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증오는 증오를 낳고, 피는 피를 부르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누가 이 전쟁을 ‘해방 전쟁’이라고 호도하는가. 누가 이 전쟁의 증오를 미화한단 말인가.
제국주의적 발상에 의해 이루어진 침략전쟁의 전모는 이미 낱낱이 밝혀졌다. 한 이라크 시민이 시사프로그램에 나와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대량 살상 무기는 이라크에 없다. 대량 살상 무기는 내 마음 속에 있다” 부시 정권은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를 발견하지 못했다. 대신 이라크인의 마음 속에 ‘대량살상무기에 버금가는 증오’를 심어주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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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명분 없는 전쟁에 왜 우리가 파병을 해야 한다 말인가. 노무현 정권은 이라크에 파병함으로써 “사진을 찍으러 미국에 가지 않겠다”던 그의 후보자 시절의 대미 자세에 의구심을 품게 만들었다.
왜 우리가 베트남전의 악몽을 다시 반복해야 하는가. 이라크인들에게 필요한 건 군대가 아니라, 빵과 우유, 의약품이라는 사실은 너무나도 당연한 상식이다.
미선이, 효순이의 죽음을 애도하던 바로 그 자리에서 사람들이 이라크 파병 철회를 외치고 있었다. 이라크의 수많은 미선이, 효순이를 위하여 그들이 나선 것이다. 우리의 친구, 우리의 아들, 우리의 남편을 전쟁에 보내지 말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아무도 ‘경제적인 관점을 내세우는 국익’을 말하지 말아야 한다. 그 입을 닫아야 한다. ‘국익의 논리’는 아시아와 아랍권을 제국주의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는 침략국가의 의견일 뿐이다. 한반도는 제국주의적인 관점의 중심부에 서있는 침략국가들과는 달리, 전쟁 위험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지역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 위험한 침략국가의 논리를 그대로 수용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의 1인당 군 유지비용(1만3000달러)은 한국군의 그것(5000달러)에 약 3배에 달했다. 연병력 32만 명의 한국군으로 인해 미국은 무려 25억 6천만달러(8천달러×32만 명 = 25억 6천만달러)를 절약할 수 있었다고 한다.
미국의 베트남 전쟁비용은 총 1조 110억달러로 집계된다. 그렇다면 이 중 한국이 베트남 특수로 원조 받은 10억달러는 미국의 전쟁비용 중 겨우 0.1%에 불과한 것이다. 누가 베트남전이 한국에 경제적 이익을 안겨주었다고 하는 것인가. 또한 이라크전이 베트남전의 반복이 되지 않을 거라고 그 누가 어떤 증거를 가지고 확신할 수 있는가.
플라톤은 “전쟁은 죽은 자에게만 끝난다”고 말했다. “전쟁을 시작하기는 쉽지만 전쟁을 멈추기는 어렵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반드시 한국 군대를 철수시켜야 한다. 미국의 용병이 되어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기는 행위는 베트남전 파병으로 충분하다. 정말 한국군이 테러의 대상이 되고, 이라크 민중과 도저히 화해할 수 없는 불화를 겪어야만 하는 것인가. 그들을 모두 죽이고서야 전쟁을 끝낼 것인가.
2004년 현재, 고엽제로 고통 받는 월남참전 용사들이 7만 948명이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게다가 PTSD(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고통 받는 사람들에 대한 조사는 아직 이루어지지도 않았다. 예컨대 베트남 전쟁은 아직도 한국 역사에서 끝나지 않은 셈이다.
이라크 한국군 파병을 반대한다. 파병 연기, 파병 중지에도 반대한다. 이라크에서의 한국군은 '완전히' 철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