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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7일 저녁 참여연대에서 강연을 하고 있는 노회찬 사무총장.
ⓒ 참여연대 제공
노회찬 민주노동당 사무총장의 <조선일보> 노동조합 강연을 둘러싼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언론노조와 <한겨레신문> 노조가 노 총장 행보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한데 이어 조선일보반대시민연대 관계자들은 직접 노 총장을 찾아가 우려의 뜻을 전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신학림)은 18일 '노회찬 총장은 말을 타고 싶은가' 제하의 논평을 내고 언론개혁에 대한 노 총장의 안이한 인식을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노 총장이 강연 전에 조선일보를 방문해도 좋은지 물어왔던 사실을 공개하고 "가지 않는 것이 좋고 가면 반드시 당할 것이라고 했는데도 기어이 방문했다"면서 "결국 오해를 사기에 충분한 말들을 쏟아냈다"고 지적했다.

언론노조 "백번 생각해도 수긍할 수 없는 발언"

언론노조는 언론개혁에 역행하는 노 총장의 문제성 발언으로 ▲감옥에서도 봤고, 조선일보 안보기운동을 벌이는 사람들이 있을 때도 봤다 ▲기사품질 때문에 본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기사품질이 제일 낫지 않느냐 ▲(KBS와 MBC 등의) 물리적으로 뭔가를 하는 것처럼 신문과 일전을 불사하는 프로그램 ▲비정상적이고 부자연스러운 (민주노동당과 조선일보의) 관계 ▲쌍방이 더 적극적이고 좋은 관계로 만들어야 할 필요성에 공감한다 ▲민주노동당은 이제 운동권에서 탈피했으며 민주노동당은 운동권에서 멀어질수록 성공할 것 등을 꼽았다.

언론노조는 이에 대해 "논쟁적 내용도 있지만 백번 생각해도 수긍할 수 없는 발언"이라며 "(해명으로도) 노 총장의 잘못을 무마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언론노조는 언론개혁 차원의 '안티조선운동'에 대한 노 총장의 위험한 인식을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언론노조는 "지금 조선일보 가치를 논하는 문제는 마치 '군사독재'를 놓고 가치를 평가하려는 것만큼 무의미하다"며 "개혁정당임을 자부하는 민주노동당 사무총장이 시대의 개혁운동으로 형성된 흐름에 대해 조롱하듯 발언해도 되는가"라고 되물었다.

언론노조는 개혁성향의 방송 프로그램 폄하 발언에 대해서도 "방송과 비교하지 않고 조선일보 기사만으로도 조선의 극단성을 지적할 수 있을 텐데 굳이 방송을 끄집어내 격이 어긋나는 비교를 한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민주노동당은 운동권에서 멀어질수록 성공할 것'이라는 발언 역시 "여전히 운동적 방식을 주요한 투쟁수단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는 민주노동당과 현장조직에게 중대한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고 반박했다.

언론노조는 "민주노동당의 행진은 한걸음 한걸음 분명하게 딛고 가는 것"이라며 "시대의 강력한 요구인 언론개혁과 민주노동당의 '개혁행진'이 노 총장의 안이하고 위험한 인식으로 인해 방해받지 않도록 각성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겨레노조 "언론노동자 앞에 즉각 사과하라"

언론노조 한겨레신문 지부(위원장 양상우)도 18일 성명을 내고 "(노 총장의) '조선일보 추켜세우기' 발언을 접하고 깊은 실망과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면서 노 총장의 즉각적인 사과를 촉구했다.

한겨레신문 지부는 "그동안 정당한 권리를 위한 노동자의 투쟁을 가장 앞장서 짓밟았고 진보세력의 정치세력화를 가장 악의적으로 가로막아온 조선일보에 대해 인터뷰를 거부하기로 한 민주노동당 방침은 노동자와 민중을 대표하는 정당으로서 당연하고도 원칙적인 태도"라며 "노 당선자의 이번 언행이 공식적인 인터뷰와 다를 게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질타했다.

한겨레신문 지부는 "더구나 박봉을 쪼개 민주노동당의 총선 선전을 후원했던 한겨레 지부 조합원들은 노 당선자의 발언이 언론개혁과 언론시장 정상화라는 언론노동자들의 염원을 저버린 행위"라며 "실망을 넘어 분노와 비애감을 감출 수 없다"고 개탄했다.

한겨레신문 지부는 노 총장의 문제성 발언에 대해 "열악한 노동조건에서도 수구언론의 물량공세에 맞서 진보적 대의에 맞는 신문, 좋은 품질의 신문을 만들기 위해 애써온 많은 언론노동자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모욕"이라며 "즉시 사과하고 조선일보에 대한 태도를 다시한번 분명히 밝힐 것"을 요구했다.

언론개혁 진영 인사들 우려와 당부 전달

한편, 조선일보반대시민연대 공동대표인 홍근수 목사와 김동민 교수를 비롯해 이기현 집행위원장, 최민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사무총장 등은 19일 오전 민주노동당 당사로 노 총장을 직접 찾아가 이번 파문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이들은 먼저 언론개혁과 안티조선운동의 본래 취지와 달리 오해를 줄 수 있는 노 총장 발언에 유감을 표명했다. 또 '조선일보’를 놓고 진보진영이 분열하는 듯한 양상으로 비화하는 문제에도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노 총장은 면담에서 "▲허위·왜곡보도의 위험을 알면서도 조선일보 노조 강연을 강행한 것에 대한 잘못을 인정한다 ▲본인 강연까지 왜곡한 문제에 대해 어떤 수준과 형태로 대응할지 당과 논의해서 결정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조선일보 품질론 발언과 관련, 한겨레에 어떤 형태로든 뜻을 전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노 총장의 측근은 19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구체적으로는 모르지만 (노 총장이) 내일 의원단 회의 등을 통해 당에 보고하고 논의가 있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노 총장은 19일 오후 7시40분 현재 행사관계로 직접 연결이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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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 입장] 노회찬 총장은 말을 타고 싶은가?

한자성어 중에 '마행처 우역거'(馬行處 牛亦去)라는 말이 있다. 말이 가는 곳은 소도 갈 수 있다는 뜻이다. 목적한 곳에 빨리 가기 위해 누구든 말을 타고 싶겠지만 소를 타고 갈 수밖에 없는 사람이 세상에는 더 많다. 가진 것이 없어 힘없는 이 땅의 수많은 노동자, 농민, 서민들이 바로 그들이다. 비유하자면 민주노동당은 소를 타고 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대표하는 정당이다. 그런데 최근 노회찬 총장이 소 대신 말을 타고 싶어하는 것 같이 보여 안타깝다.

노회찬 총장은 지난 11일 조선일보 노동조합의 초청으로 조선일보를 방문해 '나와 조선일보'라는 주제로 2시간 가량 강연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를 방문하기 전 노 총장은 언론노조에 "조선일보를 방문해도 좋은 지"를 질의해 왔고, 언론노조는 "가지 않는 것이 좋고 가면 반드시 당할 것이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노 총장은 가지 말라는 얘기를 들으니 "더욱더 가고 싶다"며 기어이 조선일보를 방문했다.

노 총장은 강연에서 "조선일보에 대해서는 좋은 말을 많이 할 수도 있지만 오해를 살까봐 자제하겠다"고 전제했지만 결국은 오해를 사기에 충분한 말들을 쏟아내고 말았다. 노총장의 발언 중 우리를 민감하게 하는 부분은 이런 것들이다.

"중학교 2학년 때인 1970년부터 조선일보를 구독했고, 감옥에서도 봤고, 조선일보 안 보기 운동을 벌이는 사람들이 있을 때도 봤다". "품질에서 제일 낫다는 생각에서 조선일보를 보고 있다". KBS와 MBC 등에서 진행하고 있는 개혁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물리적으로 뭔가를 하는 것처럼 신문과 일전을 불사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폄훼하고, 민주노동당이 조선일보와 공식 인터뷰를 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과 관련해서는 "비정상적이고 부자연스러운 관계"며 "쌍방이 더 적극적이고 좋은 관계로 만들어야 할 필요성에 공감한다"라고 밝혔다. 또 "민주노동당은 이제 운동권에서 탈피했으며, 민주노동당은 운동권에서 멀어질수록 성공할 것"이라는 주장도 서슴치 않았다.

일부 논쟁적 내용도 있지만 백번 생각해도 수긍할 수 없는 발언들이다. 일이 발생한 경위와 관련해 노 총장은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당선자들과 상의했다고 해명했고, 뒤늦게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지만 그것으로는 노 총장의 잘못을 무마하지 못한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조선일보가 어떤 집단인가?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조선일보'라는 이름은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하나의 담론으로 정형화된 용어다. 따라서 이 시대에 조선일보의 가치를 논하는 문제는 마치 '군사 독재'라는 용어를 놓고 가치를 평가하려는 것만큼 무의미하다. 오죽하면 '안티조선'이 하나의 개혁 운동으로 우리 사회의 가장 중심적인 화두가 되었겠는가? 이런 점에서 30년이나 "조선일보를 봤고, 품질이 제일 낫다"고 추켜세우는 것은 조선일보에서의 덕담이라 하더라도 너무 지나치다. 개혁 정당임을 자부하는 민주노동당의 사무총장이, 이미 시대의 개혁 운동으로 형성된 흐름에 대해 이렇듯 조롱하듯이 발언해도 되는 것인가?

방송의 개혁프로와 관련된 발언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KBS와 MBC의 매체비평 프로그램이나 시사 프로그램에서 언론개혁의 과제로 조선일보를 다루는 것을 두고 노 총장은 "방송에서 물리적으로 뭔가를 하는 것처럼 신문과 일전을 불사한다"고 표현했다. 그 표현이 전혀 틀린 것은 아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조선일보와 일전을 불사'하는 흐름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고, 언론노조 또한 이 흐름에 동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노 총장이 이를 두고 방송이 조선일보를 대하는 "너무 주장이 센"느낌을 조선일보로부터도 받고 있다며 조선일보에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 말은 방송이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데 조선일보에도 방송과 같은 잘못이 보인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우리가 보기에 조선일보의 주장은 너무 센 수준을 넘어 섬뜩할 만큼 극단적이다. 특히 노동자들에 대한 조선일보의 논조와 사실왜곡이 어떠했는지는 누구보다도 조선일보를 30년 간이나 애독해온 노 총장 자신이 잘 알 것이다. 방송과 비교하지 않고 조선일보의 기사만으로도 '조선'의 극단성을 지적할 수 있을텐데 굳이 방송을 끄집어내 격이 어긋나는 비교를 한 노 총장의 의도가 의심스럽다.

또 하나 노 총장의 발언 중에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민주노동당은 이제 운동권에서 탈피했으며, 운동권에서 멀어질수록 성공할 것"이라는 발언이다. 이 말은 민주노동당이 하루 빨리 대중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되지만 민주노동당의 현실적 토대와 그 토대에 있는 현장 조직들은 여전히 운동적 방식을 투쟁의 주요한 수단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노 총장의 발언은 훨씬 민감하고 중대한 해석의 여지를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이는 노 총장이 "조선일보와 좋은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한 발언과 큰 틀에서 맥을 같이 한다.

이 밖에도 노 총장은 최근 모 언론과 가진 대담에서 시장 점유율 제한 추진과 관련해 이를 "이중규제"라며 반대 의견을 밝히는 등 언론개혁에 소극적으로 보이는 발언을 한 사실이 있다. 국회의원 당선자로서 언론제도 개혁과 관련해 개인 의견을 말하는 것이야 나무랄 수 없지만 노 총장은 언론개혁이 얼마나 절박한 과제인지 또 우리나라의 신문시장에서 이중규제는 고사하고 신문고시 등 최소한의 법과 제도조차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는 사실에 대해서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혹시 노 총장이, 이제는 소 대신 말을 타고 싶어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은 말을 타고 달려가는데, 달라진 위상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소잔등에 앉아 있는 자신의 모습에서 답답함을 느낀 것은 아닌가?

그러나 중요한 것은 민주노동당의 행진은 주마간산 격으로 빨리 가는 것이 아니라 한걸음 한걸음을 분명하게 딛고 가는 것이며, 말 가는 곳은 소도 반드시 간다는 믿음을 가지는 것이다. 시대의 강력한 요구인 언론 개혁과 민주노동당의 '개혁행진'이 노 총장의 안이하고 위험한 인식으로 인해 방해받지 않도록 노 총장은 각성하길 바란다.

2004년 5월 18일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겨레노조 성명] 노회찬은 언론노동자 앞에 즉각 사과하라

노회찬 민주노동당 당선자가 지난 11일 조선일보사 노조 초청강연에서 한 <조선일보> 추켜세우기 발언을 접하고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겨레신문 지부는 깊은 실망과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노 당선자는 이 자리에서 "<조선일보>를 30년 넘게 구독한 애독자," "<조선일보>의 논조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품질은 가장 낫다고 생각한다"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보도됐다. 노 당선자는 또 "공식 인터뷰를 하지 않기로 했는데 이는 비정상적이고 부자연스러운 관계"라며 "쌍방이 더 적극적이고 좋은 관계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는 그동안 정당한 권리를 위한 노동자의 투쟁을 가장 앞장서 짓밟았고 진보세력의 정치세력화를 가장 악의적으로 가로 막아온 <조선일보>에 대해 인터뷰를 거부하기로 한 민주노동당의 방침은 노동자와 민중을 대표하는 정당으로서 당연하고도 원칙적인 태도라고 믿는다.

우리는 먼저 노 당선자의 이번 언행이 공식적인 인터뷰와 다를 게 무엇인지 묻고 싶다. <조선일보>의 과거를 용서할 만큼 <조선일보>가 변하기라도 했다는 말인가. 더구나 박봉을 쪼개 민주노동당의 총선 선전을 후원했던 한겨레지부 조합원들은 노 당선자의 발언이 언론개혁과 언론시장 정상화라는 언론 노동자들의 염원을 저버린 행위라는 점에서 실망의 수준을 넘어 분노와 비애감을 감출 수 없다.

노 당선자가 말한 '신문의 품질'이란 무엇인가. 현실을 왜곡해서까지 수구적 논조를 강요하는 신문을 평가할 때, 논조 이외에 그 신문의 품질을 평가할 잣대가 또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노 당선자의 발언은 열악한 노동조건 속에서 수구언론의 물량공세에 맞서 진보적 대의에 맞는 신문, 말 그대로 좋은 품질의 신문을 만들기 위해 애써온 많은 언론노동자들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모욕이다.

우리는 노 당선자의 이번 발언이 의례적인 인사치레 속에서 나온 실언일 것이라고 믿고 싶다. 만약 그렇다면 노 당선자는 즉시 사과하고 언론개혁과 <조선일보>에 대한 태도를 다시 한번 분명히 밝힐 것을 요구한다.

2004. 5. 18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겨레신문 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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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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