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7대 국회는 자유와 평화를 향한 국민의 소박한 바람을 잊지 말아야 한다.
17대 국회는 자유와 평화를 향한 국민의 소박한 바람을 잊지 말아야 한다. ⓒ 김윤섭
각 안건을 인권 차원에서 검토하는 절차를 확립하고 인권보장 방안을 마련하는 꾸준한 노력이 병행되지 않으면,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것은 빈말이 되기 쉽다. 따라서 인권영향평가제 도입 등 각 의안 검토에 인권의 시각을 더할 수 있는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17대 국회가 맞닥뜨리게 될 인권 과제는 매우 다양하고 또한 인권 문제의 본질적 부분에 접근해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우선, 자유권적 기본권의 신장을 위해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침해하는 국가보안법 폐지가 가장 시급한 과제다. 남북 정상이 서로 통일의 동반자로 인정하고 남북국회회담까지 준비하는 터에, 남북대결의 산물이자 권위주의적 정치권력의 방패막이 역할을 하는 국가보안법이 아직도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침해하면서 건재하는 것을 방치할 수 없다.

이라크 파병 역시 중대한 인권 현안이다. 헌법이 선언한 국제평화주의는 타국 국민들의 평화로운 생존을 침해하지 말 것을 명하고 있다. 그러나 미군이 이라크인의 인권을 무참히 유린한 사실이 드러나는 상황에서 미군의 동맹군으로 국군을 파병할 경우, 국군도 무력충돌과 인권유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17대 국회는 평화와 인권의 원칙에 따라 파병을 철회함으로써 우리 국민들과 이라크인들의 평화로운 생존권을 보장해야 한다.

16대 국회가 과도하게 제한한 표현의 자유를 회복시키는 것도 시급하다. 16대 국회가 집회와시위에관한법률을 개정하여 학교와 군사시설 주변 집회 허가제, 주요 도로 행진 금지와 소음규제를 신설하는 등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크게 제약하였으나, 사회구성원 각자가 열린 공간에서 자유로이 말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헌법적 요구다.

형사소송법을 개정하여 형사피고인의 절차적 권리와 신체의 자유를 보장하고, 16대 국회의원 과반수의 동의를 얻은 사형 폐지 문제를 처리하여 생명권의 본질적 내용을 보장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국가인권위가 이미 16대 국회에 폐지 권고한 사회보호법은, 피보호감호자들에 대한 이중처벌로, 그 폐지가 시급하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권리를 확보하는 것은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필수적이다. 다수와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과 불편을 감수해 온 장애인과 동성애자, 성전환자,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외국인 노동자들에게도 사회와 공존할 권리와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다양한 삶의 형태를 인정하고 포용하지 않고서는 인권신장을 말할 수 없다.

사회적 약자 권리 확보 필요

특히 경제성장 과정에서 소외되고 구제금융사태로 경제활동 기회마저 잃은 경제적 약자들은 심각한 빈곤에 처해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 노동자들에 비하여 불합리한 차별로 안정된 생활을 위협받고, 어린이와 노인들은 생존마저 위험한 상황이다.

호주제 폐지를 주 내용으로 한 민법 개정은 헌법 제36조가 규정한 결혼과 가족생활에서 개인의 존엄과 남녀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들과 북파공작원들이 겪은 침묵의 고통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역사적 사실을 제대로 밝히는 것이 필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미 16대 국회에 한국전쟁 전후 각지의 민간인 희생 문제를 조사할 통합 특별법 제정과 북파공작원 및 삼청교육 관련자를 위한 특별법제정을 권고한 바 있다.

아울러 17대 국회는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북미갈등 해소 여부에 따라 동북아에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질 수 있다.

미군기지 평택 이전과 함께 주한미군이 동북아 지역 전체로 신속히 전개되는 병력으로 변화하며 새로운 동북아 질서를 추구하고 있으나, 이는 헌법의 국제평화주의 및 주한미군의 주둔목적을 한국 방위로 제한한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배치된다. 한반도에 안정적인 평화체제를 정착시키는 것은 정치적 차원의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 민족 전체의 평화적 생존을 보장하는 중대한 인권문제다.

17대 국회는, 각자가 자유롭고 평화롭게 생존을 위협 당하지 않으면서 살아가고 싶다는, 소박하고도 절실한 꿈을 현실로 만들어 내기를 바란다. 잊지 마시라.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에 대한 오랜 바람, 이것이 17대 국회를 만들어 낸 힘이라는 것을.

관련
기사
국회와 인권, 절반의 희망 절반의 좌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발행하는 <월간 인권>의 주요기사를 오마이뉴스에 게재하고, 우리 사회 주요 인권현안에 대한 인권위의 의견 등을 네티즌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꾸벅...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