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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현장에 출동한 소방차
사고현장에 출동한 소방차 ⓒ 김해영
그 장면을 보는 순간 '앗 이것도 기사감이닷'하고 갖고 다니던 디지털 카메라를 꺼내들고 버스에서 뛰어 내렸습니다.

소방차가 서 있는 인도에는 많은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었고, 한쪽에서는 토하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나는 주변 분들에게 물어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들 대부분은 방금 화재 현장에서 탈출한 이들었습니다.

우왕좌왕하는 시민들
우왕좌왕하는 시민들 ⓒ 김해영
그분들에 따르면 11층 뷔페에서 2~3팀 80여명이 돌잔치를 하고 있었는데, 주방에서 갑자기 불길이 치솟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직원들이 소화기를 이용해 불을 끄는 동안 하객들은 계단으로 대피했다고 하더군요.

약 15분 정도 경과한 상황이었습니다. 11층을 올려다 보니 연기가 거의 걷혀있는 상태였습니다. 현장 사진이 더 필요하겠다 하는 생각으로 소방서 직원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11층으로 올라갔습니다.

화재 현장에는 산소 탱크를 메고 방화복을 입은 소방관 10여명이 소화전을 연결해서 화재를 진압하고 있는 중이었고, 연기가 대충 빠진 상태였습니다.

사진을 몇 장 찍고 있는데, 여자 친구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어디서 뭐하냐"구요. "11층에 있어 곧 내려갈께"하는 순간에 갑자기 시커면 연기가 다시 막 뿜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순간 독한 연기에 숨이 탁 막혔습니다. 저도 모르게 비상구 쪽으로 몸을 돌렸고, 옆에 있던 경찰서 직원들과 함께 연기를 피해 비상구로 나왔습니다. 여자 친구는 전화로 "빨리 내려오라"고 고함을 쳤습니다.

이 사진 한장에 목숨을 걸 뻔 했습니다.
이 사진 한장에 목숨을 걸 뻔 했습니다. ⓒ 김해영
계단으로 1층까지 내려가는데, 밖에서 여자 친구가 화가 난 얼굴로 서 있더군요. '니가 뭔데 거기를 기어올라갔냐'고 화를 내더군요. 그녀가 그렇게 화 내는 모습은 처음입니다.

저는 기자 정신 발휘해서 정확한 현장 사진을 찍고 싶었다고 여자 친구에게 이야기했지만 그녀는 더 화를 내더군요. 그래서 그 불구덩이에 뛰어들어 갔냐구요.

할말이 없었습니다. 밖에서 보기에는 제가 갔던 곳이 큰 화재가 난 것처럼 보였으니까요. 제 몸에선 연기 냄새가 풀풀 났구요.

저 때문에 밑에서 가슴 졸였다는 여자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는 나머지 시간을 여자 친구 기분 풀어주는데 전부 소비하고 말았습니다.

아무튼 그 사건은 뷔페 주인의 요청으로 기사로 올리지 못했습니다. 제가 보기엔 직원들이 신속하게 대응하여 부상자도 전혀 없었고, 자기네 가게에 불이 난게 뭐 자랑이냐는 주인의 말에 일리가 있어 그만 두기로 했습니다.

하마터면 특종기사 한 건과 여자친구를 바꿀 뻔한 아슬아슬한 사건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또 그런 일이 생긴다면 전 현장 사진을 찍으러 올라가고 싶습니다.

이제는 디카와 함께 방독면도 하나 챙겨가지고 다녀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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