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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원 전국보건의료노조 전남대 원내하청 지부장이 28일 파업출정식에서 삭발을 하고 있다.
강신원 전국보건의료노조 전남대 원내하청 지부장이 28일 파업출정식에서 삭발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국언
도급업체 변경에 따라 일자리를 잃게 된 전남대병원 하청노조가 고용승계와 노조 탄압 중지를 요구하며 28일 전면 파업에 돌입, 병원 업무가 일부 차질을 빚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노조 전남대병원 하청지부는 28일 오후 2시 소속 노조원 11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병원 현관에서 파업 출정식을 갖고 이날 3시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전남대 병원 기계설비를 담당해 온 하청노조원 43명은 최근 도급업체인 한남개발(대표 오시열)이 폐업방침을 밝힘에 따라 이 달 30일자로 집단해고가 예정돼 있다.

노조는 지난 11일 새로운 도급업체로 (주)전일이 낙찰되자 조합원들에 대한 고용과 단체협약 승계 등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주)전일은 이미 34명의 신규인원을 채용해 교육까지 마친 상태이며, 다음달 1일 신규 업무에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병원 측 비호 없이 집단해고 있을 수 있나"

노조는 이에 앞서 열린 파업출정식에서 "시설물 관리업을 단 한번도 해 본 적이 없는 도급업체가 어떻게 병원업무에 적격업체가 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전남대 병원이 비호하지 않고서는 집단해고라는 결정을 할 수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하청노조 미화원 아주머니들이 지부장의 삭발을 보며 고개를 떨구고 있다. 이들 노동자들도 오는 8월로 계약만료를 앞두고 있다.
하청노조 미화원 아주머니들이 지부장의 삭발을 보며 고개를 떨구고 있다. 이들 노동자들도 오는 8월로 계약만료를 앞두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국언
노조는 아울러 "병원 측은 그동안 공공연히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 노조원들간에 노-노간 갈등을 유발시켜 왔다"며 "도급계약을 빌미로 노조를 탄압하고 무력화하기 위한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날 파업과 동시에 본관 1동과 8동의 기계실을 점거해, 냉난방 시스템이 전면 중단되는 사태를 맞았다. 이에 따라 입원실은 물론 음식조리와 소독, 수술 업무에 큰 차질을 빚었다. 급기야 병원 측은 이날 오후 4시경 경찰에 시설물 보호를 요청해 둔 상태다.

노조는 이날 저녁부터 공권력 투입에 대비해 전남대 병원에서 철야농성을 진행했으며, 29일 오전 10시 현재 정규직 조합원과 비정규직 조합원 등 200여명이 농성을 전개중이다.

도급업체 비리, 병원 측은 무관한가?

도급으로 넘기면 원청의 책임은 끝인가. 하청 노조원들은 원청인 전남대 병원 측에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폐업을 선언한 도급업체 '한남개발(오시열)'이 지금까지 2억7천여만원을 체불했다며 노동청에 진정서를 제출한 상태다.

체불임금은 2002년 최저임금법 위반과 관련 2억3700만원, 지난해 3천여만원에 이어, 올해 들어서 발생한 체불임금만 1천만원에 달한다. 지난해 체불임금에 대해서는 검찰의 기소유예 판결이 이뤄지기도 했다.

노조는 2002년 합의한 단체협약에 의한 산업안전장구, 연·월차 수당, 하계휴가비, 국공일 휴일수당 등을 지급할 것을 한남개발에 요구해 왔으나 이를 무시해 오는 한편, 폐업이 임박해 있는 상태에서도 7개월 전에 신청한 퇴직금 중간정산 요구마저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

노조원들은 "도급업체와의 특수관계 때문에 눈치를 살피는 것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다. 도급업체 사장의 부인은 현재 전남대병원 모 과장으로 재직중이다. 임금체불에도 불구하고 도급업체는 지난 4월 개원한 전남대 화순병원에 1천만원을 기부, 노조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노조는 "저임금에 시달리는 노동자의 임금을 착취하고 국가에서 지정한 법정 휴일마저 외면해 왔다"며 "폐업을 이유로 아직까지 연락마저 두절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대병원, 폐기물 함부로 버려"
노조, 청소 중 주사바늘 사고 12건 고발

전남대 병원이 엄격한 분리배출을 요구하고 있는 병원 적출물을 함부로 버리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광주전남지역본부(본부장 최권종)은 27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전남대 병원 원내하청 노동자들에게 발생한 주사바늘에 의한 '혈액오염물' 사고가 12명에 달한다"며 구체적 명단과 진단서를 제시했다.

이날 노조가 공개한 12건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하청노조 미화요원들이 청소 도중 주사바늘에 찔린 12건의 사례이다.

윤모(57)씨의 경우 지난해 11월 23일 병실 바닥 반창고에 붙은 바늘에 찔리는 사고를 당했다. 양모(59)씨는 지난 2월 19일 중환자실 쓰레기통을 청소하는 도중에 왼발 뒤꿈치를 1.5㎝정도 찔리는 부상을 당해 치료를 받는가 하면, 지난 3월 17일 이모(49)씨는 일반쓰레기 배출시 오른쪽 다리를 찔리는 부상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회견에서 노조는 "병원 측은 일을 하다 주사바늘에 찔리는 사고를 당해도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응급처치를 하지 않고 그냥 근무토록 해 왔다"며 "병원 사업장이라고 보기 어려운 비상식적인 행태를 고발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광주전남지역본부와 보건의료노조 광주전남지역본부가 27일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고용승계 요구와 함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관련한 병원측 사례를 공개했다.
민주노총 광주전남지역본부와 보건의료노조 광주전남지역본부가 27일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고용승계 요구와 함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관련한 병원측 사례를 공개했다. ⓒ 오마이뉴스 이국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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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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