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개 편안에 따른 승객들의 장점은 무엇인가?
"기존에는 시내버스가 좌석버스, 도시형버스, 마을버스로 구분이 되어있었다. 마을버스의 역할은 명확한데, 좌석버스와 도시형버스의 구분은 매우 모호하다. 유일한 차이점은 좌석수의 차이인데, 이보다는 공공교통수단이 제공해야 할 두 가지 목적인 접근성과 이동성 측면에서 각각 전문화된 지선버스와 간선버스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가령 부산행 고속버스가 시청, 청량리, 영등포 등 서울시내 10곳에서 출발하여 중간에 손님을 태운다고 가정하자. 5분 간격으로 운행으로 계획된 고속버스가 승객을 직접 끌어 모으기 위해 서울전역으로 흩어진다면 배차시간이 50분으로 길어진다.
시청 앞에서 출발하는 고속버스가 서울역, 용산을 거쳐 경부고속도로로 진입한다고 가정하면, 용산역의 승객들은 언제 도착할 지 알 수 없는 버스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타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각종 시설과 노선이 집적된 편리한 버스터미널에서 원하는 시간에 고속버스를 타는 방법이 훨씬 효율적이다.
즉, 간선은 제 역할에만 충실해야지 환승을 피하려고 지선의 역할까지 하면, 시내버스 전체 서비스 수준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간선노선은 빠른 속도를 확보하고 지선노선은 다양하고 접근성 높여 환승지에서 간선노선으로 갈아타는 체제를 구축하면 전체 서비스 수준은 더 높아진다.
운송회사 입장에서도 도시형 버스의 단거리 지선화는 운행거리 단축, 버스 회전률(버스차량이 단위시간당 그 노선을 몇 번 왕복했는가를 나타내주는 지표) 증가 등의 장점이 있으며, 여기에서 단위시간당 운수수입증가, 차량구입비 감소, 탄력적인 배차시간조절 등의 파생되는 장점을 취할 수 있다."
- 추가적인 질문 한 가지 하겠다. 좌석버스와 지하철을 비교하면 지하철이 더 고급운송수단인 것처럼 보이는데, 좌석버스의 운임이 더 높다. 이러한 운임체계가 정상적인가?
"지하철이 버스에 비해 쾌적성, 속도 면에서 장점이 있다. 그러나 지하운행, 쾌적하지 못한 공기, 버스에 비해 더 많은 수평, 수직이동 등의 단점도 있다. 도시교통 시스템 내에서 양 운송수단간 서비스 수준이 큰 차이가 나지 않는데, 차량 시스템별로 운임을 다르게 하는 것은 그다지 합리적이지 않다. 오히려, 간선계통(간선버스+광역급행버스+지하철)과 지선계통(도심순환버스+지선버스) 사이의 운임 차별이 합리적이라고 생각된다."
- 도로 중앙에 승강장이 생길 경우 불편함은 없나?
"현재 강남역 부근에는 수많은 버스들이 오고가는데, 워낙 노선수가 많은데다가 불법주차 차량이 많아서 버스가 정류장의 정위치에 정차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때문에 버스 이용객들이 버스를 타기 위해 이리저리 뛰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버스간의 환승에 있어서 가장 불편한 것은 도로 한쪽에서 모든 버스를 갈아타는 것이다.
중앙버스전용차로제가 시행된다면, 간선버스는 중앙정류장을 이용하고 지선버스는 가로변 정류장에 정차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한 정류장에 정차하는 버스노선 수가 줄어들고, 현재보다는 버스정류장 정위치에 좀 더 가깝게 버스가 정차할 수 있게 됩니다.
물론 버스를 환승하는데 있어서 가장 좋은 것은 환승센터를 이용하는 것이다. 환승센터란 시내버스의 버스터미널로 생각하면 쉽다. 환승센터에서 지하철, 버스, 택시, 자가용, 자전거, 도보 등 모든 교통수단을 한자리에서 쉽게 갈아탈 수 있다.
특히 BRT(Bus Rapid Transit)가 본격 시행된다면, 지하철 수준의 승강장에서 버스를 탈 수 있게된다. 길가와 승강장을 차단하는 스크린도어가 설치되고, 버스는 기계에 의해 자동조정되어, 지하철처럼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정위치에 정차하게 된다. 한마디로 땅위의 지하철인 셈이다."
- 정말 버스 운행시간이 단축될 수 있나?
"가장 오해가 많은 부분이다. 버스를 갈아타는 환승시간 및 대기시간 때문에 전체 소요시간이 길어진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지·간선제 도입 시 목적지 도달 시간은 단축되는데, 3가지 측면에서 생각할 수 있다.
간선버스는 중앙버스전용차로 상에서 기존 굴곡 노선보다 적은 정류장만 정차하며 빠르게 달리기 때문에 시간이 절약이 된다. 중앙버스전용차로만 놓고 보자. 천호대로(96년부터 중앙버스전용차로 시행)의 경우, 전용차로 시행전 버스 운행속도가 18.2km/h였는데, 현재는 속도가 35∼37km/h 정도로 향상되었다. 따라서, 환승시간 보다는 노선 운행 단축의 효과가 크다.
둘째로 평균대기시간이 줄어든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기존 체제에서는 도심에서 외곽의 주거지로 이동 할 때, 노선이 다양하지 않아 장시간 기다려야 했다. 즉 주거지 방향의 간선방면으로 가는 버스는 많았지만, 정작 자기 집 앞에까지 들어가는 버스는 별로 없었던 것이다.
종래의 굴곡노선 중 간선도로 운행구간이 간선버스 노선으로 통합될 경우, 여러 노선번호가 하나로 통합되는 셈이므로, 배차시간이 단축될 수밖에 없다. 나머지 지선구간의 경우에도 노선길이가 단축되어 버스회전률이 증가되므로 배차시간이 단축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종래에 비해 조금만 기다려도, 간선버스가 오고, 집근처 간선도로에서 내린뒤 (이전과 비교하여) 조금만 기다려도, 집 앞으로 가는 지선버스가 온다. 이렇게 배차시간이 단축되면, 배차시간의 1/2인 평균 대기시간도 따라서 줄어들게 되므로, 목적지 소요시간중 버스대기시간이 줄어들어, 소요시간이 줄어드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노선을 이용할 수 있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앞서 지/간선제의 장점이 다양한 지선노선의 개발이라고 언급했다. 예를 들어, 주거지인 A지역에서 출발하여 C지역으로 가고자 한다.
기존 체제에서는 A지역에서 출발하여 B지역 구석구석을 일일이 정차하여 C지역에 도착했는데, 지선노선이 많아지면, A지역에서 출발하여 B지역을 무정차 통과하여 간선도로 C지역에 도착하는 지선버스가 개발될 수 있습니다.
B지역을 통과운행함으로써, A지역 주민들은 종래보다 단축된 노선의 이용이 가능하다. 또한 B지역에서 출발하는 버스는 종래의 A와 B를 모두 경유하는 버스에 비해 혼잡이 감소하여, B지역 주민들이 보다 편리하게 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지선버스의 경우 승객이 원하는 다양한 노선개발이 중요하다.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수요감응버스(Demand Responsible Bus, 수요자가 원하는 구간에 요일별/시간대별로 탄력적으로 운행하는 버스)가 대표적인 예이다.
아울러 종래의 장거리 버스의 경우 간선 노선으로서의 역할이 미흡하여, 지하철이 간선운송수단으로서 큰 역할을 했다. 고속 간선버스망이 구축될 경우 지하철 대신 간선버스를 이용한 후, 지선버스로 갈아탈 수 있다. 이 경우 지하-지상환승이 아닌 지상-지상 환승이 되어 오히려 환승시간이 대폭 줄어들게 된다. 결과적으로 환승시간 때문에 목적지 도달시간이 크게 늘어나는 일은 없다."
교통세 공공교통에 재투자되어야
- 1년 반만에 기본 요금이 오른다.
"이번 요금제도는 기본요금인상과 요금제도 합리화 두 가지 측면이 있는데, 전자만 지나치게 강조되는 것 같아 아쉬움이 있다. 저도 골수 대중교통이용자이기 때문에 요금인상이 그다지 달갑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요금인상을 하지 않고 있으면 지하철이나 버스의 적자는 결국 누군가의 돈으로 메워져야 할 것이고, 그 돈은 결국 시민들이 낸 세금이니 요금으로 돈을 내나 세금으로 돈을 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가장 핵심적인 해결책은 자가용 이용자들이 대중교통 이용자를 위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가용은 교통정체를 유발하고 대중운송수단의 통행속도를 떨어뜨리고, 과다한 유류소비로 나라의 에너지 수입을 늘리고, 각종 교통사고와 환경오염까지 일으키고 있다. 그럼에도 이에 상응하는 비용 지불에는 인색하다. 물론 자가용 이용자들은 "이미 자동차세와 유류세(교통세)를 충분히 내고 있다"라고 항변할 것이다.
문제는 이들이 내는 세금의 상당수가 개인교통을 위한 도로건설로 재투자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교통세의 배분비율 중, 도로에 대한 배분비율은 언제나 50%이상이다. 도시교통문제 해결에 중요한 철도나 광역교통시설 계정에 배분되는 비율은 도로에 비하면 정말 낮다.
그러나 대중교통이 교통세에만 의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석유는 자가용만 쓰는 것은 아니라 대중교통 운송수단도 쓰고 있다. 또한 대중교통보다 개인교통이 효율적인 지방의 경우, 개인교통이용자들에게만 무작정 부담을 지울 수는 없다.
대도시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개인교통 이용자를 정확하게 계산하려면 도심혼잡통행료를 받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발달된 IT기술이면, 각종 영상장치나 GPS등을 이용하여, 도심혼잡통행료를 받는 것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미 런던에서는 성공적으로 정착했다.
자가용 이용자들의 세금에서 마련된 재원으로 공공교통요금의 인상을 억제하여 공공교통이용자가 이익을 보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은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서라도 개인교통수단을 버리고 공공교통수단으로 이동한다.
자가용보다 공간 효율이 뛰어난 버스가 도로를 이용이 높아져, 자원의 효율적인 활용이 가능하며, 결과적으로 공공교통은 이용자가 늘어 수익이 증가하므로, 재투자를 할 여력이 생기게 된다. 현재와 같이 보조금에 연명하는 체제가 아닌 자생적으로 운수사업을 꾸려나가는 선순환이 시작될 수 있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승용차 자율요일제는 자가용을 포기한 사람이 얻는 이익은 별로 크지 않은데 비해, 자가용을 고수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길이 잘 뚫려 이익이 얻는 구조로 되어 있다. 캠페인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이 오히려 이익을 보는 구조이므로, 이러한 자율요일제는 애당초 성공을 할 수가 없다."
- 일부에서는 이번 버스 체계 개편 후 자가용 이용자가 늘어 대중교통 이용객이 감소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버스시스템에 익숙해진 사람들의 경우, 바뀐 시스템에 당분간 적응하기 어려울 지도 모른다. 이런 분들은 버스이용을 포기하여 자가용 이용자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반면, 복잡한 버스노선과 낮은 서비스 수준으로 인하여 예전부터 버스이용을 포기하고 있던 사람들은 중앙버스전용차로로 빨라진 속도, 지/간선 노선개편으로 합리화된 노선체제, 환승객을 우대하는 새로운 요금제도가 도입되는 것을 보고 새롭게 버스이용을 시작할 수 있다고 본다. 즉, 이번 버스개편은 양면적인 효과를 가지고 있다.
새롭게 버스이용을 시작하는 사람이 버스 이용을 포기하는 사람보다 더 많아야, 서울의 버스개편이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다. 제가 보기엔 서울시가 방향은 제대로 잡고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새로운 버스시스템이 동작하기 위한 하드웨어가 충분치 않다는 것이 문제다. 중앙버스전용차로와 환승센터가 충분치 않은 점은 마음에 걸린다."
- 서울지하철공사와 도시철도공사는 요금인상으로 인한 적자해소는 불가능하다고 한다. 무료환승으로 인한 손해도 예상하고 있다.
"지하철이 적자 탈출이 힘든 것은 지하철 회사가 건설부채를 직접 부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하철은 사회 인프라 차원에서 건설비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100% 지원을 하도록 하고, 운영비도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도시철도나 버스 같은 공공교통보다는 개인교통수단을 위한 도로 개설에 많은 힘을 쏟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하철 회사의 사업다각화도 필요하다. 일본의 사철(私鐵)들은 철도만 운영하고 있지 않다. 호텔부터 백화점, 버스, 프로야구단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업을 동시에 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지하철 회사가 해야할 사업은 바로 부동산 개발이다. 도시공간을 개발하며, 많은 사람들을 끌어모은다는 측면에서, 지하철과 부동산 사업은 매우 잘 어울리는 사업이다. 결국 지하철 회사는 지하철만 운영할 것이 아니라, 종합 도시서비스 사업체로 사업다각화가 필요하다."
- 이번 노선 개편 때도 서울시와 경기도의 마찰이 있었다. 대책은 없나?
"저도 경기도 주민이지만, 수도권 교통문제를 보는 경기도의 시각은 매우 안이하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수도권 교통문제가 더욱 심각한 것은 서울보다는 경기도이다. 아울러 서울의 교통이 막히는 이유도 서울 내부의 통행발생량보다는 경기도에서 서울로 쏟아져 들어오는 자가용들 때문이다.
서울시가 많은 빚을 져가며 스스로 도시철도를 짓는 동안, 경기도는 도내의 광역철도를 철도청에만 수동적으로 의존하였으며, 그나마 사업비 납부 지연 및 민원 발생으로 인한 공기 지연 등 문제들이 많다.
이번 버스노선개편문제만 해도 그렇다. 서울과 경기도를 연결하는 광역급행버스(레드버스)의 경우 효율적인 운행을 위해서는 간선역할만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광역급행버스는 대부분 경기도 위성도시내를 모두 지나는 지선역할까지 함께 수행하고 있다.
이럴 경우 장거리-굴곡 노선의 폐해가 그대로 나타날 뿐이다. 서울시에서 노선개편을 하는 것에 맞추어 경기도도 위성도시 초입에 환승센터를 건설하고, 광역급행버스는 환승센터에서 회차하고 환승센터와 위성도시내 각 지역을 무정차로 직행운행하는 지선버스들을 운행한다면, 어느 지역에서나 승객들이 좌석에 앉아갈 수도 있고, 중간지역 통과운행으로 소요시간 단축 등 많은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경기도는 아무런 준비도 없으니 답답한 일이다.
현재 서울-수도권의 버스, 지하철 운영형태를 보면, 지하철 쪽은 서울시 산하의 서울지하철공사,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있고, 인천시 산하의 인천지하철공사, 그리고 철도청의 수도권전철운영단이 있다.
버스의 경우 각각의 운송회사가 노선면허를 받아 운영중에 있고, 현재 서울시가 버스 준공영제 운영을 도입하면서 운송회사들이 컨소시엄을 이루어 입찰대상 간선노선에 입찰을 받아 새로운 간선노선 운영을 준비중에 있다.
결국 운영주체들이 모두 따로 놀고 있기 때문에, 일관된 정책 추진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순전히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로 말씀드리는데, 근본적인 대책은 바로 서울 및 수도권의 교통문제를 통합 관장할 수 있는 가칭 "수도권 광역교통공사"가 서둘러 설립되는 것이다. 이러한 기구를 통하여, 서울 및 수도권내의 도시교통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제가 생각하는 방안은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 철도청 등이 출자하고, 건교부가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서울-수도권 종합교통정책기구인 "수도권 광역교통공사"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 회사는 일종의 지주회사의 역할을 하며, 공사 산하에 서울지하철공사, 서울도시철도공사, 인천지하철공사가 자회사로 들어가도록 한다.
철도청이 한국철도공사로 민영될 경우를 전제로, 현재 수도권 전철을 담당하는 곳인 철도청 영업본부 산하의 "수도권 전철 운영단"을 분사시킨 후에, 이 회사도 "수도권 광역교통공사"로 자회사로 편입시키자는 것이다.
아울러 현재 서울시 교통국이 시행하는 버스 준공영제 운영도 역시 "수도권 광역교통공사"가 맡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할 경우, 수도권 공공교통에 대해 일관되고 통일된 정책시행이 가능해 진다. 이러한 기구가 설립될 경우, 서울과 경기도 사이에서 나타나는 정책상의 불협화음이 많이 감소할 것이며, 장기적이고, 일관된 정책 시행으로 정책의 난맥상도 줄어드리라고 본다. 서울시보다는 경기도가 이러한 기구 설치에 앞장서야 할 텐데, 경기도는 이 문제에 있어서 적극적이지 않다는 느낌이다."
(2부에서는 차세대 교통수단인 BRT 버스와 경전철 그리고 KTX의 운영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