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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평론가 한우진씨와의 인터뷰 2부는 차세대 교통수단 BRT 버스와 경전철에 대해 들어보고, KTX의 문제점도 짚어보고자 한다...<필자 주>
저상버스 운행에 지장 없어
- 7월부터 굴절버스와 저상버스라는 다소 생소한 버스가 도입이 된다.
"굴절버스란 두 대의 버스가 주름형태의 특수구조로 연결된 버스이다. 복잡한 서울 교통상황에서는 굴절버스가 운행될 수 없다는 오해도 있으나 이미 서울시가 2003년 하반기에 서울시내버스 48번 노선에서 3개월 동안 시험 운행해 온 결과, 운행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이 버스의 회전반경인데, 굴절버스는 버스 뒷부분이 버스 앞부분보다 짧은 구조로 되어 있고, 버스 뒷부분에서 추진하는 구조로 되어 있어, 회전시에도 별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굴절버스는 한꺼번에 대량의 승객을 수송할 수 있어 기사 1인당 수송량이 늘어나므로, 기사의 인건비 절약이 가능하다. 따라서, 지선버스를 타고 온 승객이 몰려드는 간선버스의 경우, 승객을 대량으로 처리할 수 있는 굴절버스가 매우 적합하다.
특히 간선버스는 노선에 굴곡이 별로 없고 중앙버스전용차로로 안정적으로 달리기 때문에, 굴절버스가 운행되기에 안성맞춤이라고 할 수 있다. 말 그대로, 땅위의 지하철 차량이라고 부를 수 있다.
서울시에는 이탈리아의 이베코사가 제작한 IRISBUS가 도입될 예정이며 도입될 구간은 간선버스구간인 상일IC~수색시계(370번), 도봉산시계~내곡IC(140번), 도봉산시계~동대문(100번), 내곡IC~수색시계(470번)이다.
한편 저상버스란, 승객이 발을 딛고 있는 바닥면이, 땅바닥에 가까운 차량을 말한다. 즉 종래의 버스가 버스를 타기 위해, 계단을 두 개 올라가야 했다면 저상버스는 버스를 타서 발을 딛는 첫 부분이 바로 바닥면이 되는 것이다.
저상버스에 대한 오해 중에 하나는 저상버스는 언덕길 등을 달리다가 차의 밑부분이 도로면에 긁히기 쉽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상버스는 차체 밑부분이 지표면에 가까운 것이 아니라, 승객이 밟고 있는 바닥면이 지상에 가깝다. 따라서 차체 밑부분의 높이는 저상버스나 일반버스나 차이가 거의 없다.
즉 저상버스는 승객이 밟는 바닥면 아래에 있던 설비를 줄여서 바닥면을 지표면에 가깝게 만든 것이다. 이 같은 이유로 일반버스에는 아래쪽에 있던 천연가스 연료탱크가 천장으로 올라오는 경우도 있다.
저상버스가 도입될 경우 특히 노약자나 장애인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또한 보행자와 탑승자 사이의 눈높이를 맞춤으로서, 서로간의 일체성을 느낄 수 있다. 즉 버스가 보행자 친화적인 교통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같은 굴절버스와 저상버스의 도입은 버스의 서비스 수준을 높여 줄 것이다."
- 굴절버스 및 저상버스 한 대당 가격이 운송회사에게는 큰 부담인 듯하다.
"버스사업은 공공사업으로 불특정다수가 이용하는 공공재이다. 따라서 굴절버스와 저상버스도입으로 국민이 수혜를 입는다면, 이에 대한 비용은 상당 부분을 정부가 부담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아울러 이와 같은 버스도입으로 이용자의 편의성이 증가하게 되므로, 버스 구매 가격의 일부는 (버스 요금 등을 통해)이용자가 부담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편 굴절버스의 경우 한꺼번에 대용량을 수송할 수 있고 기사 인건비가 절약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운영효율성 측면에서 버스사업자도 버스 구입시 비용의 일부를 부담할 필요가 있다.
현재 서울시는 대당 5억원인 굴절버스에 대해 2억원을, 대당 1억 8천만원인 저상버스에 대해서는 1억원 정도를 지원할 방침이다. 싼 물건이 좋은 법이 없듯이 좋은 공공교통 서비스를 누리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투자가 필요하다.
문제는 정책적인 뒷받침인데, 앞서서 설명했듯이 개인교통(자가용)이용자가 지불하는 비용이 개인교통으로 위한 도로건설로 재투자되지 않고, 공공교통에 우선적으로 투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 차세대 교통수단에 대한 얘기도 들어봤으면 한다. 굴절버스 및 저상버스와 함께 논의되는 이야기가 BRT이다. BRT란 무엇인가?
"BRT란 Bus Rapid Transit의 약자로 흔히 '간선급행버스'라고 번역한다. BRT 도입은 전혀 새로운 시스템을 설치하는 것은 아니고, 기존의 버스가 혼잡한 도로에서 제대로 달리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각종 정책의 패키지 모음이다.
BRT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구성되는데 가장 중요한 하드웨어는 버스를 승용차와 분리하여 빠르게 안정적으로 달리게 해주는 중앙버스전용차로 및 도로이다. 아울러, 교차로에서의 버스의 빠른 통과를 위하여 버스우선신호 및 시설과 램프를 설치하고, 버스끼리의 편리한 환승을 위하여 쾌적하고 안전한 정류장과 환승센터를 구축해야 한다.
버스정보시스템(BIS, BMS 대전 등 일부 도시에서 시행)을 설치하여, 동일 노선 앞 뒤 버스간의 배차시간을 조절하고 승객에게 실시간으로 버스정보를 제공하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교통카드 기반의 통합적인 요금관리시스템을 구축하여, 합리적인 요금수수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하드웨어가 구축되면 두 가지 소프트웨어를 구축해야 하는데, 이동성 중심의 간선노선과 접근성 중심의 지선노선의 합리적 노선망을 구축하여, 전체 버스노선시스템의 효율을 높이며 이러한 노선망에서 효율적으로 동작할 수 있는 통합요금제도를 시행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BRT기반의 버스는 기존에 버스의 비해, 속도, 접근성, 정시성, 예측가능성 및 수송력 등에서 보다 우수한 서비스를 실현하게 된다. 특히 버스를 이용하여 지하철 수준의 고성능 및 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하여 '땅위의 지하철'로도 불린다.
BRT의 장점은 기존의 버스시스템을 그대로 이용하므로 도입시 어려움이 적고, 지하철의 1/10의 비용 투자와 단시내에 구축하여 경전철 수준의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이 때문에 21세기 도시교통문제의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이미 미국과 유럽 등 세계 40여개 도시에서 시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서울시가 올해 7월 1일 개통을 목표로 초보적 수준의 BRT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그 외 자치단체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또한 건설교통부는 BRT의 적극적인 추진을 이미 천명하였으며, 특히 전주와 대전에서는 기존계획인 경전철 계획을 버리고 BRT로 전환하라는 시민단체의 요구가 있을 정도로 주목받고 있는 교통시스템이다."
- BRT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교차로 개선이 필수라는 지적이 있다.
"공공교통수단은 기존 도로와 분리된 형태가 있고 기존 도로를 함께 쓰는 형태가 있다. 전자가 지하철, 경전철 중 자동궤도주행시스템(AGT) 등이며, 후자는 버스, BRT, 경전철 중 신형노면전차(SLRT) 등이다.
전자는 기존도로에 영향을 받지 않아, 고속성의 실현이 가능하나, 기존 가로와 분리되어 있어, 승객 접근성이 좋지 않다. 물론 후자는 그 반대이다. 따라서 후자의 교통수단을 도입하려면, 기존도로의 영향을 받더라도, 영향을 최소화하여 속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노면전차가 운행되는 유럽의 예를 보면 노면전차도 교차로를 통과할 때는 신호등을 받아서 통과한다. 다만 신호등은 일반차량보다는 노면전차에 우선적으로 녹색신호를 주게 된다.
BRT도 마찬가지로서 교차로에 버스와 일반차량이 왔을 때, 버스에게 우선적으로 신호를 주는 버스우선신호 시스템의 도입이 필요하다. 버스가 우선 교차로를 통과한 뒤에, 일반차량이 통과하는 식이다.
기존 도심에 BRT를 구축할 때는 이러한 버스우선신호가 필요하며, 서울과 경기도를 잇는 수도권 간선도로에 BRT가 구축될 경우, 장기적으로는, 버스전용도로를 입체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경전철과 BRT는 상호보완적인 교통수단
- 최근 여러 도시에서 경전철을 추진하고 있다. 종류도 꽤 많고 개념 자체가 생소한 것 같다.
"경전철이란 말이 주변에서 많이 쓰임에도 불구하고, 경전철에 대해 정확한 이해가 부족한 이유는 우리나라에는 현재 상용화된 경전철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직접 눈으로 본적이 없는 것이다.
경전철이란 기존 도시철도의 수송력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기존 버스보다는 수송력이 큰 신 개념의 소형 도시철도 시스템을 말한다. 경전철이란, 크게 4종으로 나뉠 수 있다.
첫째, AGT(Automatic Guideway Transit)는 자동궤도주행시스템의 약자로 고무바퀴와 철바퀴로 나뉜다. 현재 철도기술연구원에서는 고무바퀴 경전철을 국내표준으로 개발하고 있으며, 올 여름 개통을 목표로 경북 경산에 시험선을 건설하고 있다. 아울러 국내에 도입되는 경전철은 대부분 AGT를 채택하고 있다.
AGT는 한마디로 서울지하철 2호선 지상구간을 작게 축소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기존 지하철보다 작은 크기, 작은 편성량 수, 배차시간의 단축, 무인운전 및 고가운전 등이 특징이다. 흔히 경전철 하면 떠오르는 무인운행 시스템이 바로 AGT이다. AGT의 바퀴는 철바퀴와 고무바퀴가 있으며, 고무바퀴를 쓸 경우 당연히 소음이 줄어든다.
둘째, 신형노면전차로 불리는 SLRT(Street Light Rail Transit)는 옛날 노면전차를 새롭게 다시 만든 것 이다. 노면을 운행하는 자동차들과 함께 달려야 하므로, 경전철 중에서 속도는 제일 낮다. 하지만, 도로 위에서 바로 탑승할 수 있기 때문에, 접근성이 가장 좋다. 또한 건설비가 저렴한 장점이 있다.
예전에 도시 내를 운행하던 전차는 차량도 좋지 않고 속도도 느렸지만 유럽을 중심으로 새롭게 건설되는 신형노면전차는 미래형 디자인을 채택하고 안락한 탑승감과 환경친화적 시스템으로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국내에서는 전주와 울산에서 도입을 추진중이다.
셋째로 AGT와 비슷한 LIM(Linear Induction Motor)으로 선형유도모터를 말하는데, 종래 시스템의 원형모터 대신 선형모터를 사용함으로써, 차량의 높이를 크게 낮출 수 있다. 이 때문에 지하구간에서 운행할 경우 터널을 작게 만들어도 되므로 건설비를 줄일 수 있다. 국내에서는 용인경전철이 LIM방식을 채택하여 사업을 추진 중이다.
마지막으로 열차가 한 가닥의 레일에 매달려 운행하는 시스템인 모노레일 (Monorail)이다. 유원지에서 볼 수 있는 놀이용 모노레일보다 큰 것이라고 보면 된다. 모노레일은 교각과 궤도가 일체화되어 있어 건설비가 저렴하고, 노반이 따로 필요하지 않아 지상에 그늘을 드리우는 정도가 덜하다. 이것이 AGT에 비해 장점으로 작용한다. 국내에서는 서울시 강남구가 강남 일대를 순환하는 모노레일 건설을 추진 중에 있다."
- 모노레일 하니까 경전철은 느리고 짧은 구간에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편견이 앞선다.
"‘경전철은 싸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지만, 무인운전 때문에 많은 자동화장치와 안전장치가 필요한 AGT의 경우 값이 그렇게 싸다고 볼 수도 없다. 더욱이 지하철의 적자운영을 경험한 국민들이 경전철도 마찬가지 상황이 될 것을 걱정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적은 비용과 적은 시간 투입으로도 경전철 수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BRT가 주목받고 있으며, 대전과 전주에서는 시민단체가 공개적으로 경전철 대신 BRT를 요구하는 것이다.
사실 경전철 자체는 훌륭한 시스템이나 재정이 부족한 지자체가 민자유치로 추진하려다보니 그동안 제대로 추진이 되지 않았다.
김해, 의정부, 용인시의 경전철 사업은 10여년을 끌어온 후, 이제서야 슬슬 착공하려는 상황이다. 하지만, 국내 유일의 공공사업 경전철인 부산 3호선 반송선은 그보다도 늦게 사업을 시작했음에도 오히려 착공은 더 빨리 하였다. 이것만 봐도 민자유치 사업의 어려움을 알 수 있다.
현재까지의 경전철은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지나치게 경쟁적으로 도입을 발표한 느낌이 없지 않다. 이미 세계의 도시교통문제 해결방안의 트렌드가 경전철에서 BRT로 옮겨가고 있는 만큼, 각 지자체들은 BRT를 심도 있게 검토해야 한다. 아울러 BRT와 경전철은 상호배타적인 교통수단이 아니며, BRT를 우선 추진한 후 수송수요가 계속 늘어난다면 BRT구축으로 확보한 도로 중앙 공간을 이용하여 추가로 경전철을 추진할 수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KTX 영업체계 유연성이 부족
- KTX 얘기로 넘어가 보자. 철도청은 개통 초기임을 감안하면 운영이 잘 되고 있는 편이라고 한다. 그런데 승객들은 불만이 많다.
"철도는 여객이나 화물을 수송하는 것으로서 선로와 역이 있으며, 이러한 설비에 열차를 달리게 함으로써 수송이 실현되어, 그 대가로 수입을 얻어 경영을 해나간다. 따라서 철도의 업무는 선로나 역 같은 설비의 건설과 보수, 열차를 운행시키는 운영, 운임을 받기 위한 영업의 3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를 제조업에 비유해본다면, 영업은 제조업과 동일하고, 선로나 역은 제조업의 생산설비에 해당하고, 열차의 운영은 제조업의 상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철도를 이에 맞추어 생각해본다면 가장 약한 부분은 바로 상품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생산설비가 부족한 것도 문제이지만, 부족한 생산설비를 이용해서라도 최선의 상품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그러지를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시율과 같은 한국철도의 개별적인 시스템들은 분명히 비교적 훌륭하다. 하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시켜 상품을 만들어내는 통합운영체계는 아직 개선의 여지가 많아 보인다.
예를 들면, 고속열차와 일반열차의 유기적인 연계는 아직도 부족하고, 일반열차를 지나치게 감축하여 환승열차를 이용하기가 곤란해지거나, 영업 측면에서 유연성의 근간인 자유석을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운영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 KTX 개통 초기 땅 위의 비행기라는 홍보문구를 본 적이 있는데, 새마을호 객실보다도 못하다는 승객들의 지적이 많다.
"새마을호는 세계 최고 수준의 편의 시설을 갖추고 있는데, 이는 경부선의 낮은 속도와 좋지 않은 선로조건을 보상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
우리나라 국력 수준이라면, 고속철도 개통 이전에 이미 경부선의 전철화가 완료되었어야 했고, 속도도 고속철도 수준은 아니더라도 상당수준 개선이 되어 있어야 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 철도청은 접근이 쉬운 승객 접객 시설을 먼저 개선했다.
더구나, 경제력의 발전으로 승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열차가 통일호, 무궁화호, 새마을호 순으로 향상되어 왔다. 결과적으로 수십년간 속도의 향상은 경험하지 못하고, 내장재의 향상만 경험해온 승객들의 머리속에는 열차의 업그레이드란 내장재의 업그레이드라는 생각이 박히게 된 것이다.
(1960년 최초 도입된 무궁화호의 서울-부산간 운행시간은 6시간 40분, 1969년 최초 도입된 서울-부산간 새마을호의 운행시간이 5시간 30분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열차 속도의 향상은 상당히 더디었다고 볼 수 있다...필자 주)
그러던 것이 고속열차가 외국에서 도입되어 내장재에 손을 쓸 수 없는 상태에서 도입되자, 승객들은 업그레이드된 열차가 내장재가 왜 이 모양이냐는 불만을 보이게 된 것이다. 결국,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열차 업그레이드 문화에 고속열차라는 이질적인 열차가 도입되면서 나타나게 된 문제라고 본다.
제 생각으로는 이제는 내장재에 따른 열차의 구분을 하는 시대는 지났고, 속도에 따른 열차의 구분을 할 때라고 생각한다. 내장재에 따른 구분은 한 열차 내에서 특실과 일반실로 구분을 할 내용이지 열차 등급별 구분 대상은 아니라고 본다.
철도청은 현재 새마을호의 운임을 고속열차가 비해 많이 깎아주고 있는데, 새마을호의 훌륭한 내부 디자인을 생각해볼 때 이는 오히려 새마을호를 KTX의 경쟁자로 부각시키는 역효과만 일으킬 뿐이다. 오히려 새마을호의 훌륭한 내부 시설에 대한 충분한 대가를 수수하여 운임을 올릴 필요가 있으며, 이를 이용하여 KTX 일반실의 운임을 낮추는 것이 가능하리라고 본다.
아울러 KTX 일반실과 무궁화호 일반실은 내장이 비슷하므로, 오로지 속도 차이로만 구분지어 무궁화호를 KTX의 주력 연계열차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게 가능하려면 무궁호화를 가감속도가 빠른 연계용 열차로 재편성해야 하는데, 주요 철도의 전철화 이후 전후동력형 전동차로 편성하는 것도 생각해 볼만하다."
- 최근 역방향 문제가 많이 대두되고 있다. 외국의 사례는 어떠한가?
"TGV와 ICE는 일반실이 고정식 역방향 좌석이며, 신칸센의 경우 회전이 가능하다고 알고 있다. 역방향 좌석 문제는 누가 누구에게 강요할 문제는 아니고, 승객이 원하는 대로 시행되는 것이 제일 좋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자유석 확대 시행을 원하고 있는데, 역방향 고정식 좌석은 계약문제로 당장 개조가 어렵기 때문에 1석 2조의 효과를 누리기 위해 순방향 좌석은 지정석, 역방향 좌석은 자유석으로 운영하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을 한다.
영업의 유연화를 위해 이용 시간이 짧은 단거리 통근객을 역방향의 자유석으로 유도해도 무관하다 것이다."
- 동일구간에 여러 등급의 열차가 운행 중이라서 혼란스럽다. 김세호 철도청장의 한 언론(중앙일보 5월 7일자) 인터뷰에서 역시 기존 열차선은 화물전용으로 쓰겠다고 했다.
"다양한 열차가 운행되는 것은 승객의 선택폭이 넓어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일이다. 또한 고속철도라는 주간선이 생긴 만큼 장거리 고속수송은 고속열차가 담당해야 하고, 고속철도의 정차역에서 고속철도 비정차역으로의 수송은 일반열차가 연계수송하는 '허브 앤 스포크(Hub & Spoke)' 개념이 정립되어야 한다.
하지만 일반철도에 대한 투자가 부실하여, 단선 및 비전철인 노선이 많은데다가 이용할 수 있는 열차 수도 많지 않아 열차연계가 쉽지 않은 것이 문제이다.
여객용으로는 고속철도를 중심으로 사용하고 일반철도를 고속철도 연계용으로 단거리 위주로 사용하면서, 일반철도의 장거리 구간은 화물열차가 사용하게 한다면, 트럭 위주의 화물수송을 철도로 돌릴 수 있어 국가물류경쟁력 증가가 기대된다.
물론 각각의 화물발생지점까지 직접 연계되는 철도가 확충되어야 한다. 항만이나 공업단지까지 직접 들어가는 지선 철도의 확충이 시급하다."
열차 환승, 이용자나 운영주체 모두 적극적이어야
- 고속철도가 장거리 여객 열차의 역할을 한다면, 이에 따른 교통수단 연계 대책이 필요하지 않은가?
"국민들이, 지하철 환승은 당연하게 생각하면서 철도 환승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갖고 있던 이유는, 그동안 우리나라 철도망이 그다지 복잡하지 않아 환승 자체가 의미가 없었던 것에 기인한다.
하지만 고속철도 개통으로 인해 환승 이용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커진 만큼, 철도 이용자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환승 이용을 고려할 필요가 있으며, 정부는 보다 편리한 환승을 위해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
편리한 환승의 제 1원칙은 '갈아타려는 열차에 대해 별로 걱정을 하지 않아도 쉽게 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열차가 대폭 감축이 되어서, 환승역에 고속열차를 타고 온 후에도, 타고 싶은 열차가 없거나 지나치게 오래 기다려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지나치게 지정석 위주의 영업을 하고 있어서, 환승열차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없는 것도 문제이다. 또한 환승역의 승강장 구조는 지나치게 경직되어 있어서, 환승열차를 갈아타려고 할 때 많은 거리를 걷고 계단을 이용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문제점을 뒤집으면 해결책이 나온다. 고속철도 연계용 일반철도를 시급히 복선전철화 하여, 연계용 열차를 자주 운행함으로써, 환승낭비시간을 줄이며 연계열차를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또한 연계열차에는 자유석을 확대하여, 편리한 열차 선택을 가능하게 하며, '승강장| 선로| 승강장| 선로' 형태의 승강장 구조를 일반화하여, 고속열차와 연계열차가 맞은 편 폼에 정차하여, 환승시 불편을 최소화시켜주어야 한다.
철도 외의 타 교통수단간의 환승도 중요하다. 현재 대부분의 도시는 버스터미널과 철도역이 분리되어 있는데, 이것을 하나의 건물로 통합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고속철도역을 그 도시의 주된 교통허브로 만들고, 한 건물 안에 고속버스터미널, 시외버스터미널, 시내버스 환승센터를 설치하여 한 건물 안에서 환승이 완료되도록 하여야 한다.
물론 지하철역, 택시 승강장, 자가용 이용자를 위한 배웅 승강장, 자전거 주차장, 렌터카 대여소 등도 모두 통합되어야 할 것이다. 당국은 사람의 행동을 유발하는 가장 큰 요소는 '접근성'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 그런데 일부에서는 고속철도망보다 기존철도망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있다.
"그동안 대규모 국책사업인 고속철도에 신경을 쓰다보니, 일반철도에 소홀히 한 느낌을 받게 된다. 고속철도 개통과 동시에 경부선 전구간 전철화도 동시에 개통되었다면 좋았겠지만 사업끼리의 시간차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고속철도 1차 개통으로 한숨 돌렸으니, 이제는 일반철도 개량에도 신경을 쓸 시기이다. 기존선 중 특히 고속철도의 지선 역할을 할 수 있는 대구선, 동해남부선(동대구~포항/울산), 경전선(밀양~마산) 등의 복선전철화를 서둘러 연계열차 운행을 본격화하여야 한다.
또한 남한의 제 2간선축이면서도 소외받고 있는 중앙선도 전 구간 복선전철화가 시급하며, 장항~군산, 강릉~속초, 보성~임성리, 마산~사상 구간과 같은 미싱링크(Missing Link)들의 연결도 중요하다. 장기적으로는 인천공항~광명~성남~이천~충주~문경~김천~진주에 이르는 남한의 제 3간선축인 중부내륙선의 완공도 중요하다.
고속도로가 전국의 간선망으로 연결하고 있는 것처럼, 철도도 빠짐없이 전국을 간선망으로 연결하여야 한다."
- 마지막으로 천안아산역 문제를 얘기해보자. 이용객이 다른 역에 비해 많지 않다.
"철도역은 도시의 중심부에 설치되어, 그 도시와 함께 발전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반면 비교적 개발이 덜 된 곳에 철도역이 설치되어 역세권의 발전을 선도하는 경우도 있다. 천안아산역이 그런 예이다.
안타까운 것은 연계교통이 부실하다는 점이다. 역 주변이 미개발지이니, 2차 역세권이라고 할 수 있는 천안, 아산, 조치원, 청주에까지 연계교통이 확실하여야 하는데 그러하지 못하다.
천안아산역의 경우 장항선 천안~천안아산역~온양온천 구간이 복선전철화되어 전동차가 운행될 예정이나, 개통시기가 2006년이다. 철도당국의 준비부족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비록 늦었지만, 연계철도의 조기개통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조치원, 청주 권의 수요흡수를 위해서, 전철화되는 경부선을 이용하여, 천안아산역~천안역 미경유~조치원/청주역의 연계열차 운행도 검토해 볼 만하다.
좀 더 욕심을 부리자면, 단기시책으로서 천안~천안아산역~온양온천 구간의 BRT 구축도 고려해 볼 수 있겠다."
대중교통이라는 용어 대신 '공공교통'이 적절
- 한국 대중교통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제가 감명깊게 본 책인 <도시철도론>(김경철 저)의 머리말을 읽고 느낀 점을 <오마이뉴스> 독자분들과 공유하면서 인터뷰를 마치고자 한다
모든 교통은 개인교통과 공공교통으로 나뉜다. 개인교통은 개인이 교통수단을 관리하는 것이고, 공공교통은 공공기관이나, 정부의 관리를 받는 기업이 운영하는 교통수단이다. 공공교통이라는 말은 영어의 'Public Transportation'에서 온 말이다. 영어로도 공공교통이고, 중국과 일본도 제대로 번역하여 공공교통이라고 쓰는데 왜 우리만 대중교통이라고 쓰는 것일까?
대중(a crowd)이라는 말에는 인간의 존엄성이 들어있지 않다. 마치 소떼나 이리떼를 연상시킨다. 그 동안 우리의 대중교통정책은 공공교통의 공공성을 먼저 따져, 질을 따지는 정책이 아니라, 많은 사람의 떼를 무조건 실어 나르기만 하면 된다는 양적 개념만 존재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 21세기에는 그러한 개념이 바뀌어야 한다. 개인교통과 공공교통을 명확히 구분하고, 비용을 발생시킨 자에게는 그 부담을 확실하게 지워야 한다.
공공교통은 개인교통보다 효율적이다. 자가용 50대로 수송할 수 있는 사람들을 버스 1대로 수송할 수 있다. 공공교통은 개인교통보다 환경친화적이다. 지하철은 전기로 달리고, 버스는 천연가스로 달린다.
따라서 정부는 개인교통보다는 공공교통을 먼저 지원하여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개인교통이용자들이 유발한 에너지소비, 환경오염, 교통 혼잡 등에 대한 비용을 확실하게 청구하여야 한다. 그리고 그 비용으로 공공교통 이용자들을 지원하여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은 이익을 얻는 쪽에 서기 위하여 공공교통쪽에 서게 된다. 이렇게 공공교통이 서비스 수준이 올라가면, 도로의 혼잡이 감소하여, 개인교통의 서비스 수준까지 올라가게 된다. 이를 교통 정책에 대한 선순환적 측면이라 할 수 있다.
반대로 정부가 개인교통(자가용과 이를 위한 도로시설)에 투자를 하면, 사람들은 너도나도 개인교통이용자가 되려고 한다. 그러면, 도로 혼잡으로 버스는 제대로 달릴 수가 없고, 지하철은 수입이 줄어, 공공교통의 서비스 수준이 떨어지게 된다.
그러면 남은 공공교통이용자들마저 또다시 개인교통이용자가 되려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도로가 혼잡해져, 개인교통의 서비스 수준까지 떨어지게 된다. 이는 정책적인 악순환의 측면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기득권층과 정책을 결정하는 고위 공무원들이 대부분 개인교통 이용자들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공공교통의 심각성을 모르기 때문에, 공공교통 투자에 소극적이다. 더구나 본인들이 이용하는 개인교통 억제책을 실행할 수는 없고, 공공교통에 투자를 하자니 돈은 없고 하여, 악순환이 계속 되어 온 것이라고 보인다.
이제는 이 같은 상황이 바뀌어야 한다. 개인교통 이용자들이 비용을 지불하고, 이것이 공공교통에 투자되어야 한다는 개념이 확실히 정립되어야 한다. 공공교통에 투자를 하면, 교통혼잡이 줄어들어, 개인교통까지 좋아진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개인교통 이용자가 지불한 교통세의 상당수가 개인교통 이용자들을 위한 도로 건설로 재투자되어서는 안된다. 이러한 것은 교통혼잡에 보조금을 주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우리가 쓰는 용어부터 바꾸어야 한다. 정부의 공공성이 결여된 '대중교통'이라는 말을 버리고, 이제는 '공공교통'이라는 용어를 써야한다. 공공성을 강조하고, 정부의 의무와 시민의 권리를 말해야 한다. 용어가 바뀌면 생각이 바뀌고,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려면 우선 공공교통이 선진국 수준이 되어야 한다. 공공교통을 이용하라고 캠페인만 벌일게 아니라, 공공교통에 투자를 해야 한다. 공공교통이 발전하여, 개인교통이용자가 공공교통 이용자로 돌아서는 선순환 구조가 시작되어야 비로소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 정부가 악순환을 방치하고 있었던 결과, 많은 공공교통이용자들이 개인교통이용자들로 돌아서 버렸다. 개인교통을 억제하고, 공공교통을 우대하려고 해도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이 개인교통이용자들이 되어 버렸다.
이 때문에, 중앙버스전용차로제 같은 공공교통우대 정책이나 혼잡통행료, 강력한 도심주차제한 같은 개인교통 억제정책을 시행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악순환 쪽으로 돌던 바퀴를 멈추고, 선순환쪽으로 다시 돌리는데는 정말로 큰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공공교통 정책의 선순환의 바퀴를 돌리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는 것은 정말 요원한 일이라 본다.
다행히 서울시의 버스중심 교통개편, 건설교통부의 대중교통육성법 입법, 일부 시민단체들의 BRT요구 등 주목할 만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어 다행이다. 개인적으로는 법 이름도 '대중교통육성법'이 아니라, '공공교통육성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마이뉴스> 독자분들도, 개인교통과 공공교통의 차이를 인식하시고, 공공교통에 먼저 투자를 하는 것이 우리나라가 발전하는 길임을 기억해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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