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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필관 님의 오보에 연주
ⓒ 정일관
유월의 꽃이 피는 화단을 보면서 자연의 아름다운 섭리를 느낍니다. 어느덧 영산홍이 곳곳을 빨갛게 물들이고, 도라지도 꽃피울 준비를 합니다. 샛노란 꽃을 피우는 우드베키아도 한 둘 고개를 내밀어 더운 여름을 꾸미려 합니다.

꽃과 어우러진 유윌 햇살은 눈이 부십니다. 6월 3일, 경남 합천 대안학교 원경고등학교에서는 문화관광부 후원을 받은 <사랑의 문화 봉사단>이 기숙사 5층 강당에서 '청소년과 함께 하는 클래식 연주회'를 열었습니다.

'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다면'을 주제로 내 건 <사랑의 문화 봉사단> 클래식 연주회는 문화소외지역 학교를 찾아 가는 공연으로 1018번째 이어진 공연입니다. 원경고등학교에서도 올해 들어 3번째 공연을 했습니다.

▲ 서정실 님의 클래식 기타 연주
ⓒ 정일관
이번 청소년과 함께 하는 클래식 연주회에서는 서양 악기 연주와 성악을 선보였으며, 퉁소와 장고 등 전통 악기 연주도 함께 하였습니다.

오보에 연주로 아트 포 라이프의 성필관 관장이, 클래식 기타에 수원대 평택대 명지대 계원예고에 출강 중인 서정실 교수가 나섰습니다. 또 성악 독창에는 성악 박사이며 가톨릭 대학 교수인 이춘혜씨, 퉁소에 고장욱님, 장고 장단에 전경춘님 등이 참여했습니다.

새벽에 서울에서 출발한 공연자들은 먼 길을 오느라 지칠 법도 한데 공연 시작 2시간 전부터 단 5분도 쉬지 않고 연습을 했습니다. 연주를 하러 오신 분들이 대개 중년의 품위와 격조를 갖추고 있어 무대에 더욱 안정감을 주었습니다.

▲ 오보에, 기타 반주로 이춘혜 님의 열창
ⓒ 정일관
5층 강당의 조촐한 무대에서 80명 정도의 학생들이 모인 가운데 공연이 시작됐습니다. 클래식 연주를 기계를 쓰지 않고 직접 만나게 함으로써 학생들에게 살아 있는 감동을 주고받을 수 있었답니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등 주옥같은 작품들과 롤랜드의 탱고 음악을 연주한 클래식 기타 연주자는 온몸으로 탁월한 무대 매너를 보였습니다. 푸치니의 아리아 등을 부른 성악 독창도 매끄러운 음색을 보여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습니다. 끝 공연에서는 퉁소의 반주에 맞추어 아리랑을 부르기도 했습니다.

▲ 퉁소와 성악의 만남-아리랑
ⓒ 정일관
이번 공연은 청소년들에게 아름다운 문화적 감수성을 키워주려는 앞선 세대 문화예술인들의 애정과 열정이 돋보이는 공연이었습니다.

공연이 끝난 뒤 오보에 연주자인 성필관 관장은 헤르만 헤세의 말을 인용하여 "클래식의 감성 수준은 모럴, 즉 도덕적 수준과 같은 것"이라며, "클래식이 울려 퍼지는 곳에 건강한 도덕이 설 수 있다"고 강조했으며 오늘날 학교 교육과 우리 사회의 문화적 지향점에 대한 시사를 해 주기도 하였습니다.

▲ 사인을 주고 받으며
ⓒ 정일관
책상물림보다 문화 예술적인 '끼'가 다분하여 동적인 자기표현을 잘하는 원경고등학교의 톡톡 튀는 학생들을 보며 더욱 답답한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을 짚어보게 되었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학생들은 연주자들에게 몰려들어 사인을 받았는데, 연주회가 환상적이었다고 좋아하는 원경고등학교 밴드부 리더인 한성아 학생에게 한 연주자가 써준 사인 글은 그래서 참으로 의미가 깊었습니다.

"인생을 축제로!"

▲ 공연을 마치고 연주자들과 함께
ⓒ 정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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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합천의 작은 대안고등학교에서 아이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시집 <느티나무 그늘 아래로>(내일을 여는 책), <너를 놓치다>(푸른사상사)을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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