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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불량 만두 파동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성남의 한 만두공장에서 식약청직원이 압류한 냉동만두들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10일 불량 만두 파동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성남의 한 만두공장에서 식약청직원이 압류한 냉동만두들을 보여주고 있다. ⓒ 연합뉴스 진성철
"공장문 닫는 것도 감수하겠지만 '쓰레기'라는 오명만은 벗고 싶다."

만두 제조업체 비전푸드 사장 신영문(35)씨의 한숨섞인 말이다. 그는 특히 불량만두를 제조한 책임과 잘못을 전적으로 인정하면서도 "지금과 같은 엄청난 사태를 불러온 데는 정부의 잘못 역시 막대하다"면서 "정부는 불량 무말랭이가 만두소로 유통되는 것을 막지 못한 책임이 큰데도 무조건 만두공장만 잡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비전푸드는 지난 10일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공개한 소위 '쓰레기 만두소'를 공급받아 만두를 생산한 12개 업체 중 하나다. 신씨는 지난 11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불량 무말랭이 납품업체인 '00식품'이 지난 2001∼2003년까지 파주시청으로부터 행정조치를 3차례나 받았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정부당국이 00식품의 무말랭이 유통을 적극적으로 막지 않았고, 자신도 이 사실을 모른 채 그 업체로부터 계속 불량 무말랭이를 공급받아왔다는 주장이다.

'정부 책임론'을 강조하는 신씨의 주장은 인터뷰 내내 계속됐다. 신씨는 "만두소로 무말랭이가 사용된다는 것을 알았던 정부가 애초부터 단무지 자투리 등 무말랭이의 생성과정에서부터 위생상태를 지속적으로 감독했다면 오늘과 같은 엄청난 사태는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신씨는 "이유가 어찌됐든 이미 소비자의 신뢰를 잃은 불량만두 제조업체 대표로서 앞으로 만두공장 운영은 불가능할 것 같다"며 "정부는 불량만두를 근원적으로 못막은 것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확실한 안전시스템을 갖춰 이런 사태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언론의 보도 태도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일침을 가했다.

"(언론은) '쓰레기'라는 단어만 부각시키고, 근본적인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처음부터 철저한 관리만 있었다면 충분히 만두소로 쓸 수 있는 단무지 자투리지만, 이것을 관장하는 시스템의 부재로 오늘날과 같은 일을 겪었다는 것은 외면했다. 시스템을 세우지 못한 정부의 과오보다 만두공장만 죽일놈들로 매도됐다."

최근 며칠 동안 잠을 이루지 못한 듯 신씨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정부가 불량만두 사태의 근원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하는 신씨는 인터뷰 중간 중간에 격한 감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신씨는 "죄인이 무슨 사진을 찍느냐"며 사진촬영은 한사코 고사했다.

다음은 신씨와 나눈 일문일답 내용.

"잘못은 인정한다, 하지만..."

- 만두 사태에 대한 정부 책임이 막중하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문제가 되는 무말랭이는 만두에 들어가는 19가지 재료 중 하나다. 많은 무말랭이 납품업체들은 단무지 제조공장에서 규격화시키고 남은 단무지 자투리를 원료로 무말랭이를 만들어 납품한다. 이 과정에서 위생이 확보돼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쓰레기 속에서 뒹군 무말랭이를 비위생적으로 처리해서 만두소로 납품했고, 만두공장이 이걸 받아서 완제품 만두를 생산해서 일어났다.

비위생적인 재료를 쓸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무말랭이를 납품하는 '00식품'은 과거에 파주시청으로부터 행정조치를 3차례나 당했다. 그렇다면 정부 당국은 '00식품'이 비위생적인 무말랭이를 더 이상 만들지 못하게 지속적으로 감독했어야 한다. 그러나 그게 없었다."

- 문제의 무말랭이를 납품받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2001년 만두공장을 창업할 때 소개를 받아 '00식품'을 알게 됐다. 이 회사는 정부로부터 정식으로 허가받았다. 그리고 '우리 제품은 대기업에도 들어간다'는 말을 믿었다. 계약맺을 때 송부했던 시험성적서도 정상으로 나왔다. 그래서 믿고 거래해왔다."

- 이번 사태에 정부 책임론을 강조하는데, 그렇다면 정부가 이중적 잣대로 불량만두 사태를 대하고 있다는 것인가.
"그렇다. 단무지 자투리로 만든 무말랭이에 대해 무조건 '쓰레기'라고 매도하고 있고 만두공장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쓰레기로 만든 만두가 왜 이제까지 국가공인 기관에서 실시한 품질검사에서 적합판정을 받아왔겠는가.

문제는, 과거 파주시청의 00식품 단속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정부는 이런 재료가 만두공장으로 납품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때 유해성 검사를 실시해 만두공장에 불량제품이 못들어가게 했어야 했다. 그동안 이런 문제를 방치하다가 국민여론이 폭발하자 '만두공장이 책임져라'고 하는데, 이것이 바로 정부의 이중잣대다."

- 정부에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만두는 쓰레기'라는 오명을 벗겨달라는 것이다. 무말랭이가 만두소로 쓰이는 현실에서 무조건 쓰레기로 매도하지 말고, 정부가 관리감독을 철저히 했다면 단무지 자투리로 만든 무말랭이도 좋은 만두재료가 될 수 있었다는 것을 인정해달라는 것이다. 말이 자투리지, 모양만 단무지와 다를 뿐 성분은 똑같다.

애초에 단무지 자투리가 생기는 과정에서부터 정부가 철저히 개입해 위생상태를 점검했다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과수원의 배가 낙과되면 농민들은 이걸 깨끗이 씻고 썩은 곳을 도려내 소비자가 좋아하는 배즙을 만든다. 만두 파동을 대하는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낙과된 배도 땅에 떨어졌으니까 '쓰레기 배즙'이라는 말이냐."

- 그렇다 하더라도 불량만두를 제조한 책임은 크지 않은가.
"잘못을 인정한다. 아무리 만두 제조과정에서 위생상태에 만전을 기했어도 문제의 무말랭이를 사전에 잡아내지 못한 것은 인정한다. 법적인 책임도 당연하게 받겠다. 그러나 과거 정부 당국에서 무말랭이 납품업체에 대해 단속했음에도 불구하고 뒤처리를 흐지부지해놓고 이제 와서 파장이 커지니까 무조건 만두공장만 잡고 있다."

"무조건 만두공장만 잡고 있다... 정부와 대기업은?"

- 00식품이 과거 파주시청으로부터 3차례나 단속에 걸렸는데도 몰랐나.
"정말 몰랐다. 거기에 대해서도 의문점이 든다. 동일업종에서 세 번이나 단속에 걸렸으면 합당한 가중처벌 있었을텐데 말이다. 그러나 납품처를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았던 내 책임도 크다. 사전에 방문해서 현장을 확인했더라면 거래를 끊었을 것이다."

- 대기업에 만두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원가를 맞추기 위해 문제의 무말랭이를 썼다는 지적도 있다.
"참고로 우리 회사는 대기업 납품업체가 아니라 자체 브랜드로 사업을 해왔다. 그러나 대기업과 납품업체간의 문제는 심각하기 때문에 한마디 하겠다. 대기업이 납품업체에 OEM을 주는 조건이 무언지 아는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단가가 똑같다는 것이다. 때문에 납품업체 중에는 단가를 맞춰 이윤을 남기기 위해 알면서도 불량재료를 쓴 곳이 있을 수 있다.

진정으로 소비자를 생각한다면 대기업들도 적정 가격을 제시해서 중소기업과 같이 성장하는 마인드가 필요하다. 공존하려는 마음도 없이 무조건 낮은 단가만 요구하니까 하청을 따기 위한 업체끼리 경쟁적으로 로비하고, 그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품질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불량재료를) 쓰는 업체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 불량 만두 사태를 보도한 언론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을 것 같은데.
"솔직히 불만이 많다. '쓰레기'라는 단어만 부각시키고, 근본적인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처음부터 철저한 관리만 있었다면 충분히 만두소로 쓸 수 있는 단무지 자투리지만, 이것을 관장하는 시스템의 부재로 오늘날과 같은 일을 겪었다는 것은 외면했다. 시스템을 세우지 못한 정부의 과오보다 만두공장만 죽일놈들로 매도됐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정부 책임이 크다고 했는데 내 책임 역시 크다. 회사 문 닫는 것도 감수하겠다. 그러나 쓰레기라는 오명은 벗고 싶다. 무말랭이의 정체를 알았다면 쓰지 않았다. 정상적으로 관리만 하면 얼마든지 만두재료로 쓸 수 있는데 관리는 하지 못하고, 지금에야 만두공장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식의 행정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답답하다. 내가 죽는 것은 상관없다. 그러나 또 다시 이와 유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는 국민에게 사과하고 확실한 안전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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