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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비로 막혀있는 죽전동과 구미동의 경계 지점
중장비로 막혀있는 죽전동과 구미동의 경계 지점 ⓒ 천선채
지방 자치단체 간 경계선을 잇는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지방 자치단체와 토지공사가 논란을 거듭하는 사이에 지역 주민들끼리 감정을 상하고 갈등을 겪는 일이 발생했다.

문제의 도로는 용인시 죽전 신도시와 분당구 구미동을 잇는 도로로 분당 주민들과 성남시의 반대로 두 시 사이의 경계 구간 7m가 개통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이달 말부터 시작되는 용인 죽전 신도시의 입주를 앞두고 지난 10일 새벽 한국토지공사가 7m의 경계선을 뚫는 공사를 감행했다. 하지만 현장에 모여든 분당 주민들과 성남시의 강력한 반대로 공사는 중지됐다. 이 과정에서 일부 주민이 토지공사가 동원한 용역회사 직원들과 몸싸움을 벌이다 다쳐 입원하기도 했다.

도로 접속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공사 현장 주변의 지도. 빨간 점이 현장.
도로 접속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공사 현장 주변의 지도. 빨간 점이 현장.
분당 주민들이 공사 현장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분당 주민들이 공사 현장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 천선채
해당 도로는 죽전 신도시에서 출발해 분당을 통해 서울로 이어지는 주요 도로망 중의 하나로, 2008년에는 동백지구까지 연결될 예정인 도시 고속화도로의 일부이다.

토지공사는 죽전 지구에 이달 말 4천여 세대를 시작으로 연말까지 1만900여 세대(3만4천명)의 입주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죽전동~구미동 간의 도로를 서둘러 뚫어야 하는 절박한 입장이었다. 현재의 도로 여건이 미흡해 이 도로가 개통되지 않으면 일대에 교통대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다.

공사 현장에서 바라본 죽전 신도시 모습. 이달 말부터 입주가 시작된다.
공사 현장에서 바라본 죽전 신도시 모습. 이달 말부터 입주가 시작된다. ⓒ 천선채
하지만 성남시와 분당 주민들은 이 고속화도로가 분당 지역의 주택가를 통과하는 것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분당 주민들은 용인시와 토지공사가 그 동안 별다른 교통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가 죽전 신도시 입주 시점이 코 앞에 닥친 시점에서야 분당 도로를 이용해 안일하게 사태를 해결하려 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주민들은 이 도로가 개통되면 분당까지도 교통 대란에 휘말리면서 용인 난개발의 피해를 고스란히 입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죽전 주민들이 근심스럽게 공사 현장을 바라보고 있다.
죽전 주민들이 근심스럽게 공사 현장을 바라보고 있다. ⓒ 천선채
농성장에서 만난 분당 주민들은 언론이 겉핥기식 보도만 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하며 "우리가 오히려 약자다. 우리는 난개발의 유탄을 맞았다. 용인시가 벌여 놓은 난개발의 피해를 왜 우리가 맞아야 하느냐. 도로 계획도 없이 개발을 밀어붙이고 이제 와서 고속화도로를 분당 주택가를 통과하도록 하는 게 옳은 것이냐"고 항의했다.

이에 대해 현장을 지켜 보던 죽전 지역 주민들은 "기본적으로 행정 당국이 해결할 일이기는 하지만 분당 주민들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며 "그러면 분당 사람들은 남의 땅 안 밟고 살 것이냐. 서울 사람들이 분당 사람 지나가는 거 반대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 길은 막는 게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곳을 지나던 죽전 주민과 분당 주민이 현장에서 토론을 하다 언쟁을 벌이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분당에서 살다 죽전으로 이사를 했다는 한 주민은 "도시 계획상에 나 있는 길을 막는 게 말이나 되느냐. 같은 지역에서 이렇게 갈등을 겪어서 되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분당 주민은 "사태를 정확히 알고 이야기 해야지 무조건 분당 주민이 나쁘다고 하면 되느냐. 주택가를 통과하는 고속화도로가 어디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죽전 주민들이 공사 현장을 힘겹게 넘어가고 있다.
죽전 주민들이 공사 현장을 힘겹게 넘어가고 있다. ⓒ 천선채
마침 현장에 나왔다가 이 모습을 지켜 본 성남시 의회 이호섭(한나라당) 의원은 양쪽을 말리며 "길을 무조건 막자는 것이 아니다. 용인시가 좀더 도로 건설에 성의를 보여줘야 한다. 영덕-양재간 도로 착공과 용인 주민을 위한 경부고속도로 진출입로 건설, 경부고속도로 확장 계획을 서두르는 것도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교통 대란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용인시 의회 박순옥(무소속) 의원은 "정책 입안자들의 잘못이다. 용인 시장, 성남 시장, 경기도 지사, 건교부 장관, 토지공사 사장 등이 모두 만나 광역 교통망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 양쪽 주민 모두 정당한 분양금 주고 입주를 했는데 왜 고통을 받아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박 의원은 사견임을 전제로 "막대한 이익금을 남긴 토지공사가 문제 해결의 키를 쥐고 있다. 토지공사는 분당 주민들에게 이익금의 일부를 돌려 주든가 그들이 원하는 숙원 사업을 해결해 주는 것도 문제를 푸는 한 방법"이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이어서 그는 "분당 주민들도 그 동안 분당 주민을 위해 건설한 지하철로 인해 죽전 지역 주민들이 지하철 소음으로 많은 고통을 겪어 왔음을 이해해 줘야 한다. 그리고 지하철 차량기지가 죽전 지역에 있음으로 해서 지역 개발에도 큰 문제점이 되고 있다는 점도 알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분당 구미동에 걸려 있는 현수막.
분당 구미동에 걸려 있는 현수막. ⓒ 천선채
이러한 논란의 와중에도 양쪽 지자체의 입장은 여전히 창과 방패처럼 대립하고 있다. 성남시 관계자는 "근본적인 문제는 용인 난개발과 토지공사가 법을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2006년까지 광역 교통망이 완공되어 교통량이 분산되면 그때 길을 열어 주겠다. 고속화도로로 인해 분당 지역에 미치는 교통환경 영향 평가와 성남시의 허락도 받지 않고 시 경계 구역을 공사하는 것은 토지공사가 잘못하는 것"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용인시와 토지공사는 "이 도로는 90년대 초 성남 기본 계획에 들어 있었고, 99년 12월 건교부가 죽전 택지개발사업 계획을 승인하면서, 그리고 2001년 2월 경기도 지사가 승인을 한 사항"이라며 "성남시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시 경계 구역 7m는 성남시의 소유이므로 성남시의 허가를 받고 공사를 해야 한다는 성남시의 주장에 대해 토지공사 관계자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말이다. 허락 받을 이유가 없으며 여러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길은 반드시 뚫는다. 다만 이 도로가 분당 주택가를 통과하는 데 따른 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협조를 할 용의는 있다"고 덧붙였다.

분당으로 넘어가려는 한 주민이 중장비 사이를 지나가기 위해 몸을 숙이고 있다.
분당으로 넘어가려는 한 주민이 중장비 사이를 지나가기 위해 몸을 숙이고 있다. ⓒ 천선채
현재 분당 구미동 주민들은 공사 현장에서 천막 농성을 벌이며 관계 당국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이곳을 오가는 죽전 시민들은 포클레인과 공사 차량 사이를 지나다녀야 하는 불편과 위험을 겪고 있다. 경기도 중재 하에 11일 성남시와 용인시, 토지공사가 가졌던 협의는 소득 없이 끝났고 15일 다시 2차 협의를 갖기로 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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