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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광주 전남대병원 앞에서 가두시위를 벌이고 있는 민주택시노조광주전남지역본부, 금속연맹광주전남지역본부 조합원을 비롯한 민주노총광주전남지역본부 소속 노동자들
지난 16일, 광주 전남대병원 앞에서 가두시위를 벌이고 있는 민주택시노조광주전남지역본부, 금속연맹광주전남지역본부 조합원을 비롯한 민주노총광주전남지역본부 소속 노동자들 ⓒ 오마이뉴스 안현주
병원 노조의 파업 이후 16일부터는 택시노조와 금속노련의 파업이 시작된다는 기사를 보면서 답답한 마음에 한숨을 내쉬고야 말았습니다.

몇 해 전부터 직업상 택시를 많이 이용해 왔고, 기사님들과의 이야기를 통해서 일반인들에게는 절대로 알려지지 않은 택시업계의 현실에 대해 좀 알게 되었습니다. 때문에 무거운 마음으로 몇자 적어 올릴까 합니다.

제가 택시 기사님들의 현실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 2001년부터 모 잡지사에서 일하게 되면서부터입니다. 바쁜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서 하루에 적어도 3번 이상을 택시를 타야 했습니다. 게다가 워낙 남들과 이야기 나누기를 좋아하는 성격에 한두 마디씩 기사님들과 대화를 하게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 짧은 소견으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택시업계의 열악한 노동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12시간씩 26일 일해도 기본급은 60만원

제가 서울시에 문의한 바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현재 서울시에는 258개의 택시회사가 있으며 차량 대수로는 대략 2만5천대(2004년 4월 현재 영업용 중형) 정도 된다고 합니다. 이런 회사 택시는 대부분 2교대 26일 근무 제도를 택하고 있으며, 일부 회사는 도급제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쉽게 설명하면 하루 12시간씩 맞교대로 한달에 26일을 일한다는 것입니다. 운전이 워낙 노동강도가 센 일이라 26일을 모두 채우지는 못하고 실제로는 23~24일 정도 근무한다고 합니다.

이런 근무 환경이야 어차피 택시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입니다. 주5일 근무니 8시간 노동이니 하는 것들은 택시업계에서는 그림의 떡일뿐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많은 시간을 노동하고도 기본급은 고작 60만원이라는 것입니다. 그것도 순수 기본급이 아니라 각종 수당, 상여금을 포함한 금액이라고 하네요.

물론 회사마다 금액의 차이가 있습니다. 제가 지난 1월부터 6월 중순까지 약 200여대의 회사 택시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최저 47만원에서 최고 70만원까지 기본급이 다양하게 나타났으며, 보통 57~60만원을 받는다고 합니다. "택시야 기본급이 적더라도 성과급으로 먹고 사는 직종 아닙니까?"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그런 생각이 이렇게 기본급을 적게 만드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다음에는 회사 택시기사님들의 노동 환경을 살펴 보겠습니다.

하루 평균 12만원 수익에 사납금은 8만 8천원

택시업계의 월급 구조를 보면 '기본급+성과급'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서울시에서 모든 택시회사가 '전액관리제'와 '월급제'를 시행하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서울시에서 이야기하는 '월급제'는 한달에 얼마를 정해 놓고 주는 고정 급여가 아닌 한달에 한번 급여를 주는 방식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1997년 도입된 '전액관리제'는 회사가 운송수입금을 전액 가져가고 택시기사에게는 기본급에 초과수입분을 나누어 주는 제도입니다. 흔히 알고 있는 지입제나 사납금제는 모두 불법으로 전액관리제를 위반하는 업체가 전체의 90%를 넘는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택시 기사들은 얼마나 월급을 받을까요? 제가 지난 1월부터 6월 중순까지 약 200여대의 회사 택시와 개인 택시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택시의 하루 평균 수입은 평일에는 10~13만원, 주말에는 12~16만원 정도였습니다. 그나마 주간에는 하루에 11만원 벌기도 빠듯하다는 것이 거의 모든 기사님들의 평가였습니다.

하루 평균 수입을 12만원이라고 할 때 26일 동안 일한 기사님들은 과연 얼마를 월급으로 받을 수 있을까요? 택시에서 말하는 성과급이란 하루에 입금하기로 되어 있는 '사납금'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월급날에 모아서 주는 것을 말합니다.

사납금은 회사에 따라 차이가 큽니다. 가장 사납금이 많은 업체 Y흥업과 Y콜택시는 9만6천원을 입금해야 기본급을 받을 수가 있습니다. 가장 적은 D운수의 경우에도 8만원으로 평균적으로 8만8천원 정도의 사납금이 책정되어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물론 사납금에 따라서 기본급이 5만원 안팎의 차이를 보이지만, 실제로 기사님들이 느끼는 차이는 미미하다고 합니다.

단순히 계산하면 하루 수입 12만원에서 사납금 8만8천원을 제하고 난 3만2천원이 성과급입니다. 기본급 60만원에 26일 동안의 성과급 83만2천원을 합하면 143만원이 택시기사님들 평균 월급이 되어야 되겠지요. 여기에 주말에는 좀 더 버니까 대충 150만원을 받는 직업이구나 하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제가 이런 기사를 쓸 필요가 없겠지요. 문제는 사납금 이외에 택시 운행을 위한 가스비가 더 나간다는 것입니다.

부족한 가스 값은 기사에게 전가

하루 12시간 택시를 운행하려면 LPG가스를 적게 사용해도 40리터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많이 돌아다니는 날에는 50리터 가까이 사용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회사에서 택시에 공급하는 가스는 고작 25리터밖에 없습니다. 근무 조건이 좋기로 유명한 D상운 등 일부 회사에서는 40리터를 넣어 주거나 사용량 전부를 회사에서 지급하기도 하지만 그런 곳은 열 군데도 채 안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하루 필요량에서 부족한 나머지 부분은 어떻게 할까요. 그건 그냥 택시기사들이 알아서 자기 돈으로 넣어야 합니다. LPG가스 1리터당 가격을 600원으로 환산했을 때 최하 9천원(15리터)은 가스비로 부담하고 평균 12000원(20리터) 정도의 추가 가스를 사용해야 사납금을 채울 수 있다는 것이 대부분의 기사님들의 의견이었습니다. 이렇게 나가는 가스비가 한달이면 40만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자, 그렇다면 다시 계산해 볼까요? 하루 평균 수익 12만원에서 사납금 8만8천원과 가스비 1만2천원을 제하면 성과급은 2만원이 남습니다. 기본급 60만원에 성과급 52만원을 더하면 평균 급여는 112만원이 되겠지요. 여기서 각종 세금과 연금을 제하고 나면 고작 백만원 안팎의 돈이 기사님들 손에 쥐어지게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제가 적고 있는 이야기가 단순하게 숫자 놀음일 뿐이라고 비판하는 분들도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제가 들은 택시업계의 이야기는 이정도면 아주 양호한 편에 속한다는 것입니다.

얼마 전에 모 택시회사에서 50명이 한꺼번에 그만둔 일이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택시 차고지 옆에 위치한 버스회사에서 한달에 160만원을 줄 테니 옮겨 오라는 이야기를 했고, 1종 대형면허가 있는 분들이 한꺼번에 빠져 나가면서 50명이나 한번에 회사를 옮기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기사님들은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요. 제가 만난 분 중에 택시를 10년 가까이 운전하신 분들은 대부분 "개인택시 면허 하나 바라보고 운전대를 잡는다"고 하더군요. 영업용 택시 10년 무사고 경력이면 개인택시면허 신청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나마 현재는 개인택시 면허 발급이 거의 중단된 상태이기 때문에 돈을 주고 사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한숨을 쉬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요금 인상은 대안이 아니다

언론에 보도되는 내용들을 보면 택시회사들이 어려움을 호소해서 택시 요금을 현실화하기 위해서 2006년까지 2단계로 요금을 인상하고 인원에 따라서 택시 요금을 더 받는 요금체계로 개편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택시 기사들은 "요금 인상은 대안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지난 2001년 서울시는 택시 요금을 인상한 바 있습니다. 이렇게 택시 요금이 한번 인상되고 나면 처음 서너 달은 승객이 30% 이상 줄어든다고 합니다. 문제는 승객은 줄어드는데 사납금은 올라간다는 것이죠.

요금 인상 전 사납금이 평균 7만4천원이었는데 요금 인상 후에는 8만8천원으로 인상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손님들은 평균 20% 이상 줄었으니 기사님들이 아무리 노력을 해도 요금 인상 전보다 30% 이상 급여가 줄 수밖에 없었다는 것입니다. 이번에 또 요금이 올라가면 가뜩이나 더 손님이 줄어들 테고, 회사에서는 사납금을 더 올릴 텐데 그러면 이제 기사들은 뭐를 먹고 살아야 하냐고 역정을 내기도 합니다.

하루에 12시간씩 한달 중에 26일을 좁은 차 안에 갇혀 앉아서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용변도 제대로 못 보고, 치질과 변비와 무좀과 땀띠에 시달리면서 일을 해도 한달에 돌아오는 월급은 쥐꼬리 만한 택시 기사님들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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