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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대선공약인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을 둘러싸고 찬반양론이 팽배하다. 이는 시민단체들이 서울 과밀화를 해소하기 위해 '중앙정부의 지방이전'을 요구했던 것보다 한발 앞선 것이었다.

필자는 행정수도 이전 논란과 관련한 흥미로운 글을 찾아냈다. 16대 대통령선거 직전인 2002년 12월 12일 강찬석 코리아 헤리티지 집행위원장(전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장. 건축가)이 작성한 '행정수도가 반드시 이전되어야 하는 이유'가 그것.

▲ 강찬석 코리아 헤리티지 집행위원장
ⓒ 박신용철
박정희 정권시절 'D건설회사 설계실'에 근무했다는 강 집행위원장은 1978년∼1979년 2년간에 걸쳐 행정수도 이전계획의 일환으로 '행정수도 도시설계와 건축설계'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고 밝혔다. 일명 '행정수도 백지계획(건설장소를 비밀로 하고 백지상태에서 설계하는 계획)'이라는 지침서만 가지고 설계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강 위원장은 "박정희 정권은 군사적 문제로 행정 이전을 주장했고, 노무현 후보는 수도권 과밀해소와 지방의 균형발전이라는 것에 차이가 있다"며 "서울은 세계에서 가장 실패한 도시"라고 주장했다.

그는 행정수도가 이전되어야 하는 이유로 △역사적 측면 △도시공학적 측면 △문화적 측면 △행정적 측면 △환경적 측면 등 다섯 가지 근거를 제시했다.

이 글이 16대 대선 직전 썼다는 점을 감안하면서 그의 입을 빌어 행정수도 이전 주장이 현재에도 유효하다는 점을 살펴보기로 하자.

역사적 측면= 서울은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무계획도시로 성장해 왔다. 도시 구성은 경제적 논리에 의해 지배되어 왔고, 도시적 맥락은 고려 대상에서 제외된 덩치만 큰 기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도전이 계획한 한양은 북악산 정기가 조선의 정궁인 경복궁을 거쳐 한반도 전체로 퍼져 나가도록 되어 있던 것이다. 지금의 현실은 어떠한가?… 일본인들은 조선의 정통성을 말살하기 위해 궁궐을 해체하고 모든 도시의 구조를 일본식으로 뜯어고치면서 전통적인 역사적 모습은 망가질대로 망가졌다. 개발독재의 경제논리에 의해서 만들어진 건물과 혼합이 되면서 서울은 그야말로 혼재되었다.

서울의 역사성을 되찾기 위해서는 먼저 청와대를 이전하는 것이 첫 번째 작업이어야 한다. 서울은 역사성 회복의 차원에서 서울의 도시구조를 재편할 필요가 있으며 그 일환으로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관련 부처를 옮기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

도시공학적 측면= 서울은 이미 비대해질대로 비대해진 과포화상태의 도시이며, 행정수도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와 정부관련 부처가 광화문과 그 주위에 버티고 있는 한 경복궁을 비롯한 문화적인 공간이 권위주의적 공간에 의해 점령당함으로써 서울의 도시공학적 공간 구성에 큰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청와대가 그곳에 있음으로 해서 시민의 공간이어야 할 삼각산과 북악산은 청와대 경비를 위한 군인들의 공간으로 변모해 버렸고, 시민의 광장이어야 할 광화문은 정부부처와 미대사관 등이 점령함으로써 자동차만이 난무하는 권위주의적 공간으로 변해 버렸다. 우리는 이제 청와대를 비롯한 권위주의적 공간을 몰아냄으로써 서울의 제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문화적 측면= 겸재 정선의 눈에 비친 옛 서울의 모습은 수목으로 뒤덮인 전원의 도시였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인사동의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중요성을 느끼기 시작했고 북촌마을의 소중함을 깨닫기 시작했다.

일제에 의해 해체된 5대 궁궐과 종묘, 사직 등 문화재에 대해 소중히 여기기 시작했다. 이미 때가 늦은 듯 하지만 광화문과 세종로는 문화의 거리로, 삼각산과 북안산은 시민의 문화적 공간으로 전환시켜야 할 때다.

행정적 측면= 현재 정부내 각 부처는 뿔뿔이 흩어져 있는 상태다. 일부는 과천에, 일부는 대전에 있다. 우리나라 행정부가는 분리되어 있어 비능률적이다. … 정부의 각 부처가 흩어지게 된 이유는 광화문 인근에 사무공간의 확보가 힘들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선진국가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서는 정부기관들의 비능률적인 공간배치로는 힘들 것으로 생각한다. 하루 속히 행정수도를 이전, 통합하여 능률적인 정부의 기능을 갖추어야 한다.

환경적 측면= 청와대를 이전함으로써 철조망과 군인초소로 인해 접근이 불가능했던 서울의 가장 소중한 자연환경인 삼각산과 북악산을 시민에게 돌려주어야한다. 청와대를 이전하고 삼각산과 북악산을 시민에게 되돌려 줄 수 있다면 청계천복원과 함께 서울의 환경복원의 큰 축을 형성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강 위원장은 현재의 행정수도 이전 논란을 예상이라도 한 듯 "마치 행정수도를 이전함으로써 서울시민에게 큰 불이익이 돌아갈 것 같이 호도하고 있지만 대한민국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서울 시민으로서, 건축가로서, 1978년 행정수도 이전계획의 설계자로서, 서울이 문화도시가 되길 바라는 사람으로 행정수도는 반드시 이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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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2002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위원 2002년 3월~12월 인터넷시민의신문 편집위원 겸 객원기자 2003년 1월~9월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 창립멤버 및 취재기자 2003년 9월~2006년 8월 시민의신문 취재기자 2005년초록정치연대 초대 운영위원회 (간사) 역임. 2004년~ 현재 문화유산연대 비상근 정책팀장 2006년 용산기지 생태공원화 시민연대 정책위원 2006년 반환 미군기지 환경정화 재협상 촉구를 위한 긴급행동 2004년~현재 열린우리당 정청래의원(문화관광위) 정책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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