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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광주 기아자동차 사내 하청노동조합원들은 본 공장 정문 앞에서 집회를 갖고 하청노조 해고 간부 3인의 복직을 요구하며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22일 오후 광주 기아자동차 사내 하청노동조합원들은 본 공장 정문 앞에서 집회를 갖고 하청노조 해고 간부 3인의 복직을 요구하며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 오마이뉴스 안현주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사내 하청노조와 회사측이 지난 2002년 11월경 맺은 합의서 이행을 두고 마찰을 겪고 있다. 합의서 문안에 대한 전혀 상반된 해석 때문이다.

기아자동차 사내 하청노조는 2002년 11월 회사측과 맺은 합의서를 근거로 회사측에 사내하청 해고자 3인에 대한 복직 재 논의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회사측은 "이미 종결된 일"이라며 이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2년 노사 관련 대표가 체결한 합의서

합의서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의 생산물량 감소로 2001. 12. 31일 일부협력업체(401명)와 부득이 계약을 해지하여 지역의 중추기업으로서 지속적인 고용창출을 이루어 내지 못한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며, 계약해지 과정에서 발생했던 사내하청노조 문제의 해결을 위해 다음과 같이 합의한다.

- 다음 -
1.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고용안정소위(02.4.12) 합의정신을 존중한다.

2. 사내하청노조 문제의 당사자 6명(임○○, 정우길, 정록호, 김○○, 고재한, 명○○중 2명(임○○, 김○○)은 2002. 11. 25일자로 계약직으로 채용하고, 잔여인원 3명(고재한, 정우길, 정록호)에 대해서는 광주공장 30만대 재편 완료시점(04.5월)에 재논의 한다.

2002. 11. 20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공장장 김기철
기아 사내하청 노조 위원장 고재한
금속산업연맹 광주전남본부장 이기곤
고재한(33) 기아자동차 하청노조 조합원과 민주노총광주전남지역본부 소속 조합원 100여명은 22일 낮 12시 30분 광주시 서구 내방동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본 공장 정문 앞에서 집회를 갖고 하청노조 3인에 대한 복직을 촉구했다.

하청노조, 해고자 복직 재논의 촉구

기아자동차 하청노조위원장은 인사말에서 "해고자 3인에 대한 복직과 관련하여 합의서를 근거로 복직을 촉구해 왔지만 기아자본은 한차례 형식적인 협의를 통해 수용의사가 없음을 밝혔다"며 "당시 합의서가 버젓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 와서 뒤집고 있다"고 말했다.

고 위원장은 또 "똑 같이 일하고 똑 같이 벨트 타고 식당에서 밥을 먹었지만, 비정규직에게 돌아 온 것은 한달 70만원 월급과 2001년 12월 아무 대책 없이 날아온 해고 통지서 한 장 뿐이었다"며 "비정규직도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복직 재논의를 요구하고 있는 기아자동차 사내하청 노조 해고자들이 집회 도중 삭발식을 갖고 있다.
복직 재논의를 요구하고 있는 기아자동차 사내하청 노조 해고자들이 집회 도중 삭발식을 갖고 있다. ⓒ 오마이뉴스 안현주
이날 하청 해고자들에 대한 복직 요구 집회에는 정규직 노조 집행부 30여명이 참석해 연대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손태형 기아자동차 내 '전진하는 노동자회' 의장은 "해고자 3명에 대한 해결 없이 비정규직 해결은 있을 수 없다"며 "임·단협도 중요하지만 반드시 3명을 복직시켜 원청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투쟁에 모범을 세우는 전환점을 마련하자"고 결의를 밝히기도 했다.

집회에 참석한 노동자들은 "수년간 비정규직의 문제를 지켜봤지만 비정규직 투쟁이 승리한 곳은 정규직이 투쟁한 곳이고, 실패한 사업장은 안타깝게도 정규직이 같이 하지 못한 곳이었다"며 연대투쟁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지난 6일부터 회사 앞에서 쇠사슬 1인 시위를 벌여 온 하청노조 3명의 해고자들은, 이날 삭발식과 함께 곧바로 천막농성에 돌입키로 하는 등 투쟁 강도를 높이기로 해, 기아자동차 사내하청 해고자들의 복직요구 논란은 광주지역의 새로운 이슈로 등장할 전망이다.

고재한 사내하청 위원장은 "재작년에도 삭발을 했지만 그때와는 또 다르게 만감이 교차한다"며 "기아자동차가 불법파견에 대해 진정 사죄의 뜻이 있다면 해고자 3명에 대한 복직부터 취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기아자동차 "합의금 지급으로 종결된 사항"

한편 기아자동차는 지난달 31일 원하청 노조와의 본 협의 자리에서 "이미 종결된 사안"이라며 복직요구를 수용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지난 15일 양자간의 실무협의에서도 역시 같은 뜻을 재확인했다.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사내하청 노조 3명의 간부들이 천막농성장 앞에서 쇠사슬 시위를 갖고 복직을 촉구하고 있다.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사내하청 노조 3명의 간부들이 천막농성장 앞에서 쇠사슬 시위를 갖고 복직을 촉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안현주
회사측 한 관계자는 2004년 5월 30만대 재편 시 재 논의키로 한 것과 관련해 "합의서 작성 당시 재 논의한다는 문안을 빼려고 했는데 사내하청 노조가 대외 명분상 필요하다고 해서 넣었던 것일 뿐"이라며 하청노조의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합의서는 재논의한다고 돼 있지만 실질 내용은 합의금을 지급하면서 종결된 문제다"며 합의 당시 지급된 합의금을 그 근거로 들었다. 그는 "재 논의한다고 했지만 그렇다고 합의서에 복직한다는 문안도 없지 않느냐"며 "재 논의한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논의를 통해 회사 입장을 전한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기아자동차는 지난 5월 30만대 생산체제 재편이 완료됨에 따라, 최근 2차에 걸쳐 500여명의 계약직을 신규 채용한바 있다.

다음은 고재한 기아자동차 하청노조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회사측에서는 합의금 지급으로 종결된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2002년 합의문을 도출할 당시 합의금 얘기는 꺼낸 적도 없었다. 노조는 오히려 부당 해고를 인정하고 이를 합의서에 명시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회사측에서는 이를 합의문에 명시하면 기업 입장에서 곤란한 문제에 부딪힌다며 대신 고용창출을 지속하지 못한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문안으로 대신한 것이다.

부당해고를 인정한 것이 전제 조건이었고, 이에 연동돼 해고자 2명의 복직도 이뤄졌던 것 아닌가. 합의금이라고 얘기하는데, 엄밀히 말해 해고기간에 따른 임금지급 성격이다. 불법파견을 피하기 위한 일방적 해고였고, 해고기간에 따른 임금지급을 요구한 것은 노사 문제에 있어 상식적인 일 아닌가."

- 회사측은 오히려 노조가 대의명분을 살리자는 차원에서 문구를 추가해 주도록 요구했고, 더 이상거론하지 않는 조건으로 형식상으로 추가한 것이라고 밝힌바 있는데.
"한마디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양해를 구할때는 언제고 지금에 와서 발뺌하는가. 설사 그렇다고 치더라고 합의서를 그렇게 쓴 회사가 잘못한 것 아닌가. 만약 그때 끝난 문제라면 진즉 각자 먹고살길 찾아갔지 지금까지 이렇게 복직 하나만을 기다리고 있었겠는가. 상식적으로 생각해 달라.

불법파견으로 판정되고 벌금과 함께 노동청으로부터 시정조치까지 받은 사안이다. 마무리 짓는다면 그때 마무리 짓는다고 합의서에 쓰지 뭐 하러 날짜까지 명시했겠는가. 복직을 전재로 하지 않는 재 논의라고 한다면 시기를 못 박을 이유도 없고, 30만대 재편이라는 표현도 굳이 필요 없는 것 아닌가."

- 합의금 성격이 틀리다는 것인가. 합의금 수령에 따라 부당노동행위 진정 건도 스스로 취하했다고 하는데.
"교통사고로 예를 들자면 형사와 민사는 또 다른 문제 아닌가. 합의금이 있었다고 민사까지 모두 끝난 것은 아니지 않는가. 진정 건 취하는 쌍방 간에 제기된 고소고발을 모두 취하하기로 한 것에 따른 것일 뿐이다. 회사측도 명예훼손, 업무방해 등으로 사내하청 노조를 고소한 것이 있었는데 합의서에 따라 모두 취하한 것이다. 복직 논의와는 전혀 무관한 얘기다."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사내 하청 문제 어떻게 왔나?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의 비정규직 문제가 불거진 것은 지난 2001년 말경. 18개 인력파견업체를 통해 900명 남짓의 비정규직을 고용하고 있던 회사는, 생산라인에 직접 파견업체 노동자들을 투입하고 있었던 데다, 2년 이상 장기근속자까지 점차 늘어남에 따라 새로운 불씨를 안고 있었다. 파견법 위반이었다.

회사측은 그해 12월 31일부로 7개업체 총 401명에 대한 대규모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불법파견 논란에 따른 정규직화 요구를 미리 차단하기 위한 것. 401명에 대한 일방적 계약해지가 다분히 불법파견 시비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은, 회사측이 인력 파견업체와의 계약해지 직후인 2003년 1월 3일 정규직 50명과 또 다른 비정규직을 다시 고용했던 사례를 통해서도 잘 알려진 바 있다.

불법파견 문제로 1년여에 걸쳐 노사 마찰을 빚은 기아자동차는 2002년 11월 하청노조와 금속연맹광주전남지역본부, 회사 각 3주체의 대표간에 합의서를 체결하면서 잠시 이 문제를 일단락 지은바 있다. 합의서 당시 쟁점은 하청노조 문제의 최종 당사자인 6인에 대한 거취문제였다.

합의서에서 논란이 된 부분은, 고재한 하청노조 위원장 등 3인에 대해 "광주공장 30만대 재편 완료시점(04.5월)에 재 논의한다"는 당시 합의문에 대한 해석차이 때문. 하청노조는 "사실상 복직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는 반면, 회사측은 "형식상의 문구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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