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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성 동탄 신도시 시범단지 모델하우스 개관 광경.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수만명이 모델하우스 관람을 위해 이곳을 찾았다.
ⓒ 오마이뉴스 이성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화성 새도시 모델하우스가 '오픈'하는 25일 오후 1시. 수원행 1호선 종착역인 병점역은 모델하우스를 찾는 '잠재적' 주택수요자들로 가득 찼다. 30대 초반의 직장인부터 50대 중반을 훌쩍 넘어선 중년의 주부에 이르기까지, 병점역 광장에 한 줄로 늘어서 모델하우스로 향하는 셔틀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애초 건교부와 한국도로공사, 화성시청의 방침과는 달리 셔틀버스가 30분 간격으로 운행되자 이들 모델하우스를 찾으려는 사람들에게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 거야?" "아저씨 왜 버스가 안 와요?"

기다림이 지겨웠던 탓인지 주부들은 한 줄로 늘어선 채 '낯선' 사람과 '친근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어디서 오셨어요?" "서울에서 왔습니다." "경기도 사람들이 이사와도 모자랄 텐데 서울분까지 오셨네요, 하하." "저는 산본에 사는데요, 같은 때에 신도시가 만들어졌는데 분당은 엄청 뛰고 산본은 얼마 오르지 않아서 불만이에요."

▲ 수원행 1호선 전철 종착역인 병점역 광장. 모델하우스 관람을 위해 관람객들이 길게 줄을 늘어서 셔틀버시를 기다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성규
이들의 대화가 막 시작되자마자 셔틀버스가 막 도착했다. 앞 셔틀버스가 출발한 지 약 20분이 지난 오후 1시20분이었다. 하지만 셔틀버스 운전사는 차량을 내버려둔 채 홀연히 사라졌다. 50대의 한 주부는 "아저씨 어디가세요, 모델하우스 안가요"라고 소리치며 불만을 토해냈지만, 운전사는 들었는지 아니면 애써 외면하려는지 아무 대답도 없이 가던 길을 묵묵히 걸어갔다.

이때 셔틀버스 운행을 관리하던 한 직원이 "점심식사 하러 갑니다"라며 양해를 구하자, 셔틀버스를 기다리던 사람들의 입에서 꾹꾹 눌러왔던 '감정'이 튀어나왔다. 60대의 노년 남성은 "김밥 처먹으면 되지 무슨 점심이야, 우리가 지금 얼마나 기다린 줄 알어"고 목청을 높였고, 다른 한 중년의 주부도 "아저씨 그렇게 무책임하게 말씀해도 되는 거예요?"라며 거칠게 항의했다. 이렇게 시작된 실랑이는 약 5분간 계속됐다.

40여분 동안 전투기 굉음 소리만 4차례

셔틀버스 운행 관리직원과 모델하우스를 찾으려는 사람들 사이에 벌어졌던 실랑이를 잠재운 건 다름이 아니라 전투기 굉음. 기자가 셔틀버스를 기다리던 40여분 동안 병점역 광장 상공으로 전투기가 네 차례나 지나다니며 고막이 찢어질 듯한 굉음을 발산했다. 이곳이 오산 공군기지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데다 인근 수원에 공군비행장이 위치하고 있었던 탓으로 추측됐다.

때문인지 사람들은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지금 저 전투기들이 동탄 새도시 하늘 위로 날아가는 것 아닌가요?", "그러면 시끄러워서 어떻게 살지…."

병점역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15분 가량 들어가자 막 택지개발을 마친 듯 광활하게 펼쳐진 '허허벌판'이 눈에 들어왔다. 그 옆 공간으로는 어림잡아 수천 대에 이르는 승용차들이 빼곡이 주차장을 점유하고 있었다. 어른 한두명 정도가 지나갈 수 있을 만큼 좁은 인도엔 몸집 보다 큰 쇼핑백을 어깨에 걸어 맨 사람들이 관람을 마치고 자신의 승용차를 찾아 헤매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뼈대만 남은 아파트 "평당 720만원~750만원으로 저렴하다" 홍보

기자는 시범단지 8곳의 모델하우스 가운데 5곳을 둘러봤다. 한화건설의 '꿈에그린', 삼성물산의 '래미안', 현대산업개발의 'I'PARK', 포스코건설 'the #', 금강종합건설 'SWITZEN' 등. 모델하우스 한 곳을 둘러보는 데만 평균 30분이 소요됐다. 50m 이상 늘어선 관람객 행렬에서 입장을 기다리는데 10분, 모델하우스 내부를 둘러보는데 15분, 상담 5분. 모델하우스를 둘러보기 위해 기다리는 2~3시간여 동안에도 전투기 굉음은 여러차례 상공을 가득 채웠다.

처음 한화건설 '꿈에그린' 모델하우스를 방문했던 기자는 업체 쪽이 제시한 분양가 안내서부터 살펴봤다. 33평형 '기준층'의 분양가는 2억 4045만원으로 평당 728만원이었다. 분양원가 공개 논란과 시민단체의 평당 분양가 500만원대 책정 요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700만원대를 고수한 것.

하지만 분양가가 그들의 홍보대로 평당 728만원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33평 B형을 관람하기 위해 모델하우스에 들어서자 곳곳에 '옵션'(OPTION)이라는 딱지를 발견할 수 있었는데, 평당 728만원이라는 가격은 이 옵션들이 제외된 '뼈대만 남은' 아파트의 분양가였던 거다.

특히 '빌트인으로 더 눈부시고 편리해진 주방'이라는 화려한 수식어를 동원해 가며 홍보했던 주방 용품들은 대다수가 '옵션'이었다. 예를 들어 주방액정TV, 식기세척기, 절수형 페달벨브, 광파오븐 등 주요 주방가전용품들 가운데 '옵션'이 아닌 제품은 찾기 힘들었다. 만약 소비자가 옵션을 빼버린 채 계약하게 될 경우 주방은 싱크대와 수납 공간 외엔 갖춰진 것이 없는 앙상하게 '뼈만 남은' 요리공간이 되는 셈이다.

▲ 삼성 '래미안' 모델 하우스 내부 전경. 모델하우스 내부에 들어오기 까지 수십분을 기다려야 했다.
ⓒ 오마이뉴스 이성규

주요 옵션 포함하면 평당 분양가 760만원대 '껑충'

뿐만 아니라 '당신이 꿈꾸면 이루진다'고 광고했던 유비쿼터스 시스템'(홈네트워크 시스템)도 각 침실 온돌 바닥재 등도 모두 옵션이었다. 하지만 정작 안내요원들은 "무엇이 옵션이고 무엇이 기본 사양인가요"라는 질문을 하기 전까지 옵션사항에 대해 일언반구 설명하지 않았다. 최소한의 주거요건을 갖추기 위해 평균 옵션만 선택한다더라도 평당 분양가는 750만원대를 훌쩍 넘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추측이 가능했다.

물론 타 업체의 아파트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32평형 모델의 평당 분양가가 720만원(2억3149만원)이어서 비교적 싼 축에 든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던 금강종합건설 'SWITZEN'의 한 상담요원은 옵션을 갖추게 될 경우 평당 분양가는 790만원 정도가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옵션이 얼마나 된다고 평당 70만원까지 오르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 상담원은 "지금 제시한 분양가는 부가가치세가 10%가 제외된 가격이며 부가가치세와 옵션 제품의 가격을 합치면 그 정도가 늘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기자가 "그렇다면 720만원대라는 말은 홍보에 불과한 것 아니냐"고 계속 따지자 이 상담원은 "그건 화성시가 분양가를 낮추라고 요구해서 그 가격대에 맞춘 것에 불과하고 이건 다른 업체도 사정은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다른 업체에 가서 부가가치세가 붙으면 얼마인지, 풀옵션을 갖추면 얼마인지 물어보라"고 충고까지 해 줬다.

각 업체별 옵션 품목...기본 사양보다 옵션이 더 많아

▲ I'PARK 쪽이 홍보용으로 관람객들에게 배포한 카탈로그. 24평형 옵션사양과 기본사양을 열거해 놓았다. 옵션사양이 기본사양보다 더 많다는 것을 눈어림으로도 알 수 있다.

문제는 앞에서도 밝혔듯이 '옵션' 사항이 단순한 '옵션'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음은 IPARK 쪽이 24평형 옵션사항이라고 밝힌 물품들이다.(모델하우스에는 다음 옵션이 모두 갖춰져 있었다.)

▲부부욕실 고급 비데 ▲고품격 거실장 ▲발코니 창고문 ▲빌트인 식기세척기 ▲빌트인 행주도마 살균기 ▲주방용 고급 라디오폰 ▲빌트인 보조주방기구(김치냉장고, 전기렌지) ▲빌트인 가스오븐 ▲음식물 쓰레기 탈수기 ▲전 침실 온돌마루 ▲부부욕실 고급비데

다음은 포스코건설 'the #' 30평의 옵션사항.

▲안방·침실 온돌마루 ▲현관바닥 천연대리석 ▲현관바닥 굽도리 대리석 ▲세면대 선반 천연대리석 ▲렌지후드 ▲식기세척기 ▲행주도마살균기 ▲전동빨래 건조대 ▲가스쿡탑, 오븐렌지 일체형 ▲주방 TV폰 ▲안방발코니 선반가구(1개소) ▲침실 반침장(1개소) ▲드레스룸 화장대 ▲드레스품 반침장 ▲보조주방 가구 ▲현관거울 ▲현관 디지털 도어록 ▲음식물 탈수기 ▲개별정수기 ▲부부욕실 비데 / 이성규 기자

옵션이 건설업체 폭리 취득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듯

즉 각 업체들이 홍보하고 있는 평당 분양가 720∼750만원은 말 그대로 '홍보용', '여론 면피용' 분양가일 뿐 실분양가는 아닌 셈이다. 한마디로 분양가를 인하하라는 정부와 화성시의 요구에 부응해 주면서도 실질적인 분양가 인상효과를 거둘 수 있는 '눈속임 전략'으로 옵션을 활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옵션이 건설사 폭리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이 사실의 확인하기 위해 기자는 삼성물산의 '래미안', 현대산업개발의 'I'PARK', 포스코건설 'the #', 금강종합건설 'SWITZEN' 모델하우스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옵션이 갖춰진 분양가를 상담원에게 꼬치꼬치 캐물었다.

그 결과 평당 분양가는 최소 30만원에서 최대 60만원까지 부풀어 올랐다. 언론의 보도대로 동탄 신도시 시범단지 아파트의 평당 분양가는 720∼750만원이 아니라 750∼790만원으로 거의 800만원대에 육박하는 수준임을 알 수 있었다.

삼성물산의 '래미안'의 한 상담원은 30층 31평형 모델의 평당 분양가가 685만원에 불과하다고 했지만 이내 옵션을 갖추게 될 경우 750만원 이상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고, 현대산업개발의 'I'PARK'의 상담원은 24평형은 500만원, 34평 A형은 700만원이 더 내셔야 옵션을 갖춘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I'PARK'의 평당 분양가는 24평형이 775만원, 34평 A형이 759만원으로 높아지게 된다.

기준층 33평형 기본형 평당 분양가가 741만원이라던 포스코건설 'the #' 상담원은 옵션을 추가할 경우 계약할 때 700만원을 더 추가하면 된다고 말했다. 즉 이 경우 평당 분양가는 762만원으로 약 20만원의 추가 부담 요인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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