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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사무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기자가 이상욱 위원장의 인터뷰를 기다리는 도중, 노동조합 실무진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내용은, 맥락을 통해 추측컨대, '왜 현대차는 경제가 어려운데 임금인상만 하느냐, 이런 식으로 가면 현대차 불매운동에 나서겠다'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다소 격앙된 투로 "정몽구 회장에게 돌아간 이익이 많아진 것은 왜 생각하지 않느냐", "현대차 노동자들은 심야노동을 한다, 그 부분은 왜 고려하지 않느냐"고 억울함을 호소한 뒤 통화를 마무리했다. 이 관계자는 통화가 끝난 뒤 기자에게 "작년에 비해 이같은 '항의성' 전화가 대폭 줄었다"고 했다.

이러한 항의전화는 소위 '귀족노조'라는 일각의 시선과 무관치 않다. 이상욱 위원장은 이같은 비난에 대해 "현대차 노동자들이 귀족노동자라는 얘기를 들을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반박했다.

그는 먼저 오해의 꼬리를 낳고 있는 현대차 노동자의 임금수준에 대해서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지금 현대차 노동자의 근속년수는 14년 정도 되는데, 기본급이 127만원"이라며 "나머지는 다 시간외근무를 통해서 받는 금액"이라고 말했다.

입사 19년차인 그 자신의 연봉은 4000만원, 기본급은 160만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노동조합 위원장으로서가 아니라 현장 노동자라고 봤을 때 많은 임금은 아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근거로 '귀족노동자'인지 아니면 '열악한 환경에 노출된 노동자'인지 판단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귀족노조' 표현, 조중동과 정부가 확대재생산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귀족노조라는 비난이 조·중·동이라는 보수언론과 정부에 의해 확대재생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조·중·동이 이처럼 보도하는 이유에 대해 "'대학을 졸업하고 사법고시를 통과한 판사의 연봉이 4000만원인데, 소위 공돌이들이 아무리 많은 일을 하고 있다고 해도 6000만원을 받아가는 것은 부당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본다"고 풀이했다.

특히 이 위원장은 노무현 대통령이 현대자동차와의 인연을 근거로 현대차 노조를 '잘못된 노동조합'의 표본으로 제시한 점에 대해 상당히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대통령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오버하는 것 같다"고 노 대통령을 향해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현대차 노조원의 자녀는 채용에 우선권이 주어진다'는 일각의 의혹에 대해서도 이 위원장은 "단협안으로 올리자는 의견이 나오긴 했다"고 인정하면서 "하지만 여러가지 우려되는 점이 있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자칫 조합원 자녀들이 고용승계를 목적으로 학업을 게을리하는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는 이러한 의혹의 시선이 실업문제 때문이라고 진단하면서 고용확대를 위해 "2교대를 4조3교대로 바꾸는 방식과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귀족노조 비난은 노동자 단결 와해시키려는 음모"

▲ 이상욱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위원장.
ⓒ 오마이뉴스 권우성
- 알다시피 '귀족노조라'는 표현이 일반화되고 있다. 특히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등 대규모 사업장 노조를 지칭하는 표현으로 쓰인다. 그러한 얘기를 들을 때마다 어떤 느낌이 드나.
"지난해 여러 보수언론, 특히 조·중·동이 '현대차 노조원들은 1년에 6000만원을 받는다'고 보도했었다. 우리는 그 배경이 무엇일까 고민했다. 몇가지로 해석하고 있다. 6000만원을 버는 귀족노동자로 몰아가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구분한다. 노동자들의 생명은 단결인데 이를 분리시키려 하고 있는 것이다. 원청과 하청, 대공장과 소공장, 이런 식으로 노동자의 단결을 와해시키는 음모가 들어있다고 본다. 이것은 노동자의 정치적 개입, 현장 정치를 차단하려는 술수이고 음모라고 생각한다.

현대차 노동자들이 귀족노동자라는 얘기를 들을 하등의 이유가 없다. 지금 현대차 노동자의 근속년수는 14년 정도 된다. 기본급이 127만원이다. 나머지는 다 시간외근무를 통해서 받는 금액이다. 이 돈을 받고도 귀족노동자라는 비난을 들어야 하는 것인지, 반대로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는 노동자인지 판단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차 노조를 지칭해서 귀족노동자라고 하는 것은 현대차 노조가 가지는 사회적 영향이 크기 때문이라고 본다. 또 해마다 임금협상이나 단체협상을 할 때 현대차 노사가 결정하는 임금 수준이 그해 임금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를 약화시키려는 것이다. 여전히 기업하는 사람들은 저임금을 강요하고 있고 정부도 발맞춰 가고 있다."

- 귀족노조라는 얘기를 듣는 원인이 정보전달을 왜곡한 조·중·동의 책임이라는 말인가.
"그렇다. 조·중·동과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본다. 고졸 출신의 생산직이 160여일 놀면서 6000만원을 받아갔다고 보도하지 않았나. 즉 '공돌이'들이 아무리 일을 많이 해도 6000만원을 받아 가는 것은 부당하다는 얘기 아닌가. '대학을 졸업하고 사법고시를 통과한 판사가 4000만원인데, 니들이 아무리 많은 일을 하고 있다고 해도 6000만원을 받아 가는 것은 부당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본다."

- 위원장 자신의 연봉은 얼마인가.
"난 올해 입사 19년차다. 내가 4000만원 정도 받는다. 수당 등 모든 것을 다 포함해서이다."

- 월급이 많다고 생각하나, 적다고 생각하나.
"내 임금은 주야 노동 10시간씩을 일할 때 받는 임금이다. 노동조합 위원장으로서가 아니라 현장 노동자라고 봤을 때 많은 임금이 아닐 수 있다. 모두 오버타임을 해서 받는 것이다. 기본급으로 따지면 160만원 정도 된다."

- 조·중·동의 왜곡보도와 정부가 문제였다면, 그간 어떤 대응을 해왔나.
"올해는 국민들의 인식이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울산 시민들은 '일을 많이 해서 돈을 번다'는 쪽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 그리고 조선일보사를 상대로 건당 3000만원씩 7건에 대해 2억1000만원 손해배상 청구를 했다. 그리고 해당 경제부 기자를 형사고발 조치 했다. <조선>을 빼고 <동아>, <중앙>, <한국경제>, <매일경제>를 언론중재위에 제소했다. 그 결과 반론 및 정정 보도가 받아들여졌다."

장기근속 조합원 자녀 '고용승계' "논의는 있었지만 우려된다"

▲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승용차 생산라인.
ⓒ 오마이뉴스 권우성
- 현대차 노조 조합원의 고용승계 문제에 대한 관심이 많다. 장기근속자의 자녀를 우선채용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던데, 이는 사실상의 고용세습 아닌가.
"지난해 단협안으로 올리자는 의견이 나오긴 했다. 하지만 여러가지 우려되는 점이 있다. 이 제도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내부의 다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신분제 형식으로 악용될 수 있다. 대를 이어서 고용을 세습한다는 것은 어렵지 않나 생각된다. 예를 들면 장기근속자의 아들들이 이 제도를 믿고 공부 안 할 수도 있는데 자칫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희망퇴직을 유도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같은 시선은 결국 실업문제에서 파생된 것이라고 본다. 본질적으로 실업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2교대를 4조3교대로 바꾸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또한 청년실업자들이 지금 갈 곳이 없다. 이 문제는 노동시간 단축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해결해나가야 한다. 아버지가 다닌 회사에 자식이 대체돼 들어오는 방식보다, 우리들은 58세로 규정된 정년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 노무현 대통령은 "노동계에 대해 계속 문제를 얘기하는 것은 노동운동을 앞장서서 지도하는 사람들이 잘못 가고 있기 때문"이라며 "현재 노동운동은 전체적으로 노동자들을 위하는 길이 아니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현대차 노조가 이 대상에 포함돼 있다는 해석도 많은데.
"대통령의 활동은 헌법에 기반해야 한다. 노동조합의 노동 3권은 헌법에 보장돼 있는 사항이다. 우리는 법에 보장된 활동을 하고 있다. 대통령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오버하는 것 같다. 노사안정을 대공장 노조를 눌러서 찾겠다는 발상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본다. 노사간의 문제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협상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줘야할 것 아닌가. 귀족노조니 강성노조니 하면서 한쪽(노조쪽)을 눌러 자율적 협상을 흐트리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니 탄핵이라는 말이 오가지 않나. 이해찬 총리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정신 나간 사람들이다."

- 과거 현대차와의 인연과 경험을 통해 볼 때 노 대통령이 무엇을 지적하기 위해 이러한 발언을 연발한다고 보나.
"과거 인권변호사를 잠시 할 때 중재단으로 이곳에 온 적이 있다. 당시 그분이 알고 왔나. 전혀 모르고 온 것 아닌가. 인권 변호사를 했다는 관록으로…. 노동자와 본질이 다른 분 아닌가. 노동자를 이해한다느니 해도 알긴 무엇을 알고 있나. 노동자를 알면 그렇게 말을 하지 않을 것이다. 정부에서 해야할 일은 산업공동화 문제에 대해서 정부가 무엇을 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제조업 노동자는 모두 서민이라고 보면 된다. 지금 서민경제가 다 무너지게 생겼다. 이런 문제를 고민해야지, 귀족노조니 강성노조니 이런 얘기를 하나. 체통을 못 지키고….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노 대통령이 노동자를 이해한다는데, 알긴 무엇을 알고 있나"

- 대규모 사업장의 노조를 이익단체로 규정하는 시각이 많다.
"노동조합은 결성의 취지와 목적이 있다.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약자인 노동자를 대변하는 것이다. 또한 노동자의 임금개선을 통해서 사회·경제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노조의 역할이다. 대통령이 강성노조라고 하는데,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의 지위를 강화시키는 행위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주는 대로 받고, 시키는 대로 하고, 정치든 경제든 개입하지 말고 임금만 받고 노동하라는 것이다. 대통령이 인권변호사 출신인데 이를 몰라서 그러겠나. 아니라고 본다. 2만불 시대라고들 하지 않나. 대통령은 국민중심으로 경제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재벌중심으로 경제성장을 바라보기 때문이라고 본다.

절대빈곤계층이 200만명에 달하고 절대빈곤층에 진입하고 있는 국민이 300만명이라고 한다. 정부에서는 이런 문제에 대해 아무 대응도 못하고 있다. 오히려 이 문제에 대한 책임을 대공장 노조에 전가시키고 있다. 대통령이 노조의 사회적 역할을 몰라서 그런 발언을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 사회적 문제에 대한 책임을 전가시키려 하고 있는 것이다. 파병문제, 산업발전 및 사회공헌 기금을 요구했는데 이마저도 못하게 하고 있다. 과거처럼 노예로 돌아가라는 것 아닌가."

- 현대차 노조 하면 기득권을 가진 계층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보고있는 것도 사실이다. 기득권을 버리는 선택을 할 때 국민들의 이해의 폭도 넓어진다고 생각하는데.
"우리는 버릴 것이 더 없다. 뭘 버렸으면 좋겠나. 자동차산업은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생산자도, 소비자도 우리 국민이다. 재벌이라는 개인이 잉여를 가져가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잉여를 사회화시킬 수 있도록 권고해나가야 한다. 그리고 노사가 합의해 그 잉여를 사회로 환원하도록 만들어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해야할 일이다.

자동차 산업은 지속적으로 성장을 해야 한다. 그래서 올해 산업발전 전망을 만들기 위한 협의체를 만들었다. 사회를 향해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지를 고민하면서 올해 임금협상을 진행했다. 작게는 이런 점도 있다. 지난 3월 조류독감이 유행했을 때, 우리 노조는 닭 100만 마리 먹기 운동도 했다. 이런 활동들을 통해서 끊임없이 우리 노조가 사회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 노동자의 임금이 오르면 차값에 전가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자동차 가격은 품질에 의해 결정되지, 노동자의 임금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모델이 나오면 기능이 업그레이드 되지 않나. 이로 인해 10만∼20만원씩 오르는 것이다. 그같은 지적은 노동자 임금 억제를 위한 또 나의 이데올로기이다. 현대자동차의 총매출 25조원 중에서 임금을 포함한 전체 노무비는 2조5000억여원에 불과하다."

▲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생산된 수출용 승용차들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노동자 임금 오르면 차값 오른다는 건 임금억제 위한 이데올로기"

- 한국의 임금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고 본다. 이 때문에 사쪽은 장기적으로 임금 수준이 낮은 곳으로 생산공장을 옮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장기적 전망에 의해 결국 울산공장도 규모가 축소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럴 경우 정리해고 바람이 불어닥칠 수도 있는데.
"우리는 두가지 정도의 우려를 가지고 있다. 그 하나가 과잉생산에 따른 구조조정 문제이다.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3000만대 정도는 과잉생산되고 있다. 과잉생산에 따른 구조조정 문제는 우리나라 업계 뿐 아니라 세계 자동차 업계 모두에게 닥친 현안이기도 하다. 그리고 자본이 해외로 이동하면서 발생하는 문제이다.

우리들은 이 문제에 대해 개입하고 있고, 앞으로도 개입을 해 갈 것이다. 이런 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노동시간 단축이 획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획기적'으로 된다는 것은 주간 연속 2교대를 통해 야간노동의 병폐를 없애야 한다. 또 닥쳐올 구조조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주간 연속 2교대를 해야 한다고 본다.

현대자동차는 임금 체계가 '시급제'이다. 주간 연속 2교대를 하려면 '월급제'를 해야 한다. 임금체계를 월급제 형태로 만들어나가야 한다. 올해 임금 협상에서 주간 연속 2교대를 위한 위원회 구성에 합의했다. 그리고 울산공장 폐쇄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는데, 자동차 산업이 무너지면 한국 산업 구조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 그리고 울산공장 전체를 폐쇄하게 된다면 울산 경제도 무너지게 된다. 그런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 현대중공업은 임금피크제 도입을 검토한다고 했다. 어떻게 보나.
"쉽지 않다. 중공업과 우리는 또 다르다. 중공업은 배 1대를 생산하는데 3년이 걸리지만 우리는 분당 몇대씩 생산된다. 중공업도 임금피크제 받아들이기 힘들 것으로 본다."

- 많은 사람들이 현대자동차 노조는 왜 이 어려운 시기에 임금동결을 하지 않느냐고 한다.
"올해 현대차는 2조원의 이익을 냈다. 지금 회사가 어렵나. 회사가 이익을 내지 못한다는 것은 공황 내지 불황으로 간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노사가 그 상황과 여건에 맞게 지혜를 짜내게 될 것이다. 하지만 임금 동결을 전제로 얘기해서는 안된다. 98년의 경우엔 임금 반납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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