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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실련은 15일 오전 경실련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당정의 모호한 분양가 연동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 경실련 제공
'어정쩡한' 절충안이 서민주거안정의 근본적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열린우리당과 건설교통부의 절충형 분양가 연동제 방안에 대한 반발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시민단체와 야당은 물론 열린우리당 내부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소속 의원들에 대한 '읍소형' 설득을 통해 일단 이견을 봉합하기는 했지만, 타협적 결과물에 수긍하지 않는 목소리를 완전히 잠재우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민단체가 원가공개 등에 대한 대안으로 줄곧 요구해 왔던 후분양제 도입 주장이 정치권 내부에서 본격 제기됨으로써, 이를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예고되고 있다. 만약 당정이 절충형 분양가 연동제에 대한 별다른 보완책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주택법 개정안 논의과정에서의 야당 반발로 적잖은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당정 협의결과에 가장 먼저 대립각을 세웠던 시민단체는 15일, 한층더 매서운 시선으로 '절충형' 분양가 연동제에 칼끝을 들이댔다. 당정의 협의결과는 미봉책에 불과할 뿐 소비자들의 불만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선분양제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 의사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는 점에 유감을 표시하고 있다.

경실련은 이날 오전 대학로 경실련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당정의 절충형 분양가 연동제를 '정책실패를 감추려는 미봉책'으로 규정, "이 방안으로는 공급자 위주의 주택정책으로 인한 시민과 소비자들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는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경실련은 "분양가 연동제는 주택의 질을 저하시키고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도움도 주지 못하는 등 부작용이 많아 정부 스스로 폐기했던 반시장적인 정책"이라고 강조하며 "시장원리를 부정하고 다시 과거의 주택정책으로 회귀하는 시대에 뒤떨어진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서는 후분양제를 도입하는 것이 근본적인 대안이라면서, 하지만 선분양제를 고수할 경우 소비자 보호와 분양가 책정의 투명성을 보장할 수 있는 원가공개가 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① 원가공개의 범위는 시행령이 아니라 주택법개정내용에 포함되어야 한다.
② 건축비의 경우 공종별 공사비 내역이 공개되어야 한다.
③ 아파트의 분양계약 시 대지비와 건축비를 구분하여 계약하고, 계약자들에게는 공종별 건축공사비내역서 등을 반드시 첨부하여 소비자들이 계약내용대로 아파트가 지어지지 않을 경우 법적 절차를 통해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④ 99년 분양가자율화 이후 지난 5년간 공공택지 공급가격, 택지조성원가가 공개되어야 한다.


경실련은 "이번 대책은 후분양제의 전면적 확대 조치는 포함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공공택지에서 조차 선분양제 유지를 전제로 가격규제를 통한 부분적인 보완책만 제시되고 있다"며 후분양제의 전면적 도입을 거듭 요구했다.

한나라당 "분양가 연동제 투기조작, 공급위축 때문에 폐지된 법안" 후분양제 검토

▲ 15일 오전 최영한 한나라당 제4정조위원장이 국회브리핑에서 아파트분양가 원가공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권우성
야당도 이러한 움직임에 적극 호응하고 나섰다.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의 당론인 분양가 연동제 도입을 시장의 자유를 침해하고 원가공개를 회피하려는 것이라며 반대한다는 당론을 확정했다. 한나라당은 대안으로 주택 후분양제 도입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영한 한나라당 제4정조위원장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원가연동제는 사실상 분양가 직접규제와 마찬가지로 지난 89년 실시됐다가 여러 가지 문제가 있어 폐지된 바 있어 실시하면 15년 전으로 되돌리겠다는 것"이라고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주택공급 위축, 투기조작, 부실공사 등의 폐해 있어 폐지된 법안"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최 위원장은 "민간 아파트 원가공개 반대가 장사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노 대통령의 인식은 이해되는 부분이지만, 공영아파트의 원가공개에 반대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공기업의 설립목적이 공공성이기 때문에 세부 원가공개를 통해 주택가격을 안정시키고 민간 분양가의 인하를 자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규모에 상관없이 민영아파트의 원가공개에는 반대한다는 뜻도 아울러 밝혔다. "거품제거는 해야하지만 민간까지 공개하는 것은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조만간 분양가 거품 제거를 위한 방안 마련을 위해 공청회와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여론 수렴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주택 후분양제 도입과 골조·마감 분리 준공제 시행 등을 추진해 나갈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당론에도 불구하고 유림종합건설 대표 출신인 김양수 한나라당 의원은 민영·공영에 관계없이 아파트의 공사원가를 전면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을 동료 의원들의 서명을 얻어 발의해 주목된다.

열린우리당 내부서도 반발 움직임...최재천 "후분양제 가야"

열린우리당은 당정 협의 결과를 당론으로 추인하긴 했지만, 반발 분위기는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 당내 일각에서는 후분양제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어, 상임위 논의과정에서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오전 열린 열린우리당 정책의원총회에서도 당론에 대한 반발 분위기가 감지됐다. 홍재형, 안병엽, 김혁규 등 관료 출신 정책지도부들이 원가공개에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자 반론 차원에서 이러한 목소리가 쏟아진 것이다.

▲ 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
ⓒ 이종호
최재천 의원은 이날 의총에서 "부동산 투기는 만악의 근원이며 투기 소득이 누구에게 가는가가 문제"라고 지적하고 "특수 계층이 문제이지만, 우리가 국민들에게 설득하려면 후분양제로 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그는 주택건설 사업이라면 개입 할 수 없겠지만 주거권 안정이라면 개입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정부 개입'이 시장질서에 반한다는 이유로 원가공개에 반대론을 펴는 일부 의원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유선호 의원도 "그동안 아파트 가격을 주도한 것은 대형 아파트, 민영화 아파트인데 이것을 방치하는 것은 미봉적인 것"이라며 시민단체의 목소리에 동감을 표시했다. 이어 "분양원가 공개를 했을 때 아파트 가격이 폭등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의식주의 문제는 복지사회의 기본"이라며 "대폭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당론 수정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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