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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표, 득표율 10%하락...`집권 프로젝트' 마련

한나라당 박근혜 신임 대표는 20일 오전 동작동 국립 현충원을 참배하는 것으로 대표 취임 첫날의 스타트를 끊었다.

이날 참배 행렬에는 원희룡, 이강두, 이규택 신임 최고위원을 비롯해 김덕룡 원내 대표, 김형오 사무총장, 이경재, 고흥길, 김석준, 배일도, 송영선, 이군현, 진수희, 진영 의원 등이 참여해 명실상부한 박근혜 체제의 출발을 확인시켜주었다.

앞서 한나라당은 지난 19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당원 및 대의원 6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당대회를 열어 박근혜 후보를 2년간 새 대표로 선출했다. 박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 경선에서 42.1%인 8433표를 득표했다.

또 2610표(13.0%)를 얻은 재선 소장파 원희룡 후보가 2위로, 당 대변인을 지낸 3선의 김영선 후보가 2249표(11.2%)를 얻어 3위로 최고위원에 선출되는 이변이 연출하기도 했다. 원-김 최고위원은 박 대표의 확실한 우군으로 분류되고 있다.

개혁파 원희룡 의원은(서울 양천갑, 재선) 7·19 전당대회에서 ‘개혁’과 ‘젊음’을 강조하면서 “젊은 세대를 설득해야 당의 지지도가 향상된다, 박 대표를 지원할 젊은 의원을 써 달라”고 호소했다. 최고위원으로서 박 대표를 대선후보로 지원하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이날 전당대회에서 ‘한나라당의 잔다르크’로 주목받은 3위 김영선 의원 역시 “나라가 망하고 있다, 이는 여야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새로운 한나라당을 만들어 정권 재창출에 이바지 하겠다”며 박 대표를 대통령으로 만들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시사했다.

실제로 박 대표는 일찌감치 재신임을 염두에 두고 ‘집권 프로젝트'를 만들기 위해 문민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을 지낸 정책통인 박세일 의원을 중심으로 원희룡, 박재완, 박형준, 윤건영 의원 등으로 태스크포스를 가동해왔다.

박 대표의 집권 프로젝트명은 ‘5107'

2007년 대선에서 51% 지지로 집권한다는 의미를 담은 숫자코드다. 이는 박 대표가 차기 한나라당 대선후보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을 공식화 하는 셈이다. 하지만 그의 앞길이 그리 순탄치 만은 않아 보인다.

박 대표는 7·17전당대회에서 당초 득표율 60%에 육박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42.1%의 저조한 득표율에 그치고 말았기 때문이다.

이는 상황에 따라 박 대표에게 등을 돌릴 수 있는 사람이 적어도 절반은 된다는 뜻을 의미하는 셈이다. 특히 박 대표의 이번 득표율은 지난 3·23 전당대회에서 51.8%의 득표율을 얻어 대표에 선출된 것에 비하면 무려 10%이상 하락한 것으로 그에 대한 당내 지지도가 예전 같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3·23 전대에서 박 대표는 5명의 후보가 난립해 당초 2차 결선투표에서 대표가 결정되지 않겠느냐는 예측을 깨고 1차 투표에서 과반수를 차지, 결선투표 없이 당 대표에 선출됐었다. 박 대표는 총 유효 투표수 2522명 중 1359표를 얻어 53.9%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박 대표는 10% 정도 대의원 지지도가 낮아진 점 대해 “개인적으로 많이 주셔서 과분하게 생각한다”며 난처한 기색을 보이기도 했다.

이 시장, 잇따른 실책...당내 반전 가능성에 ‘느긋’

이는 이명박 서울시장 등을 차기 당내 대권주자로 생각하고 있는 비주류 의원들로 하여금 공세의 명분을 제공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실제로 당내 수도권 ‘3선 3인방'으로 불리는 이재오, 홍준표, 김문수 의원 등은 "청와대와 여당이 상대하기 쉬운 박 대표를 (대선) 파트너로 선택했다"며 ‘필패론'을 내세워 박 대표를 노골적으로 비난하고 있다.

이들은 또 ‘독재자의 딸'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고, 결국 대선전이 본격화되면 과거사문제로 박 대표는 낙마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최근 여권에서 친일진상규명특별법 개정안에 박정희 전 대통령을 조사대상에 포함시킨 것도 여권의 이같은 전략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대안을 모색해야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이명박 서울시장이다. 공식적으로 이 시장의 이름이 거론된 적은 없으나 3선 3인방과 이 시장이 절친한 사이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바다.

비주류 한 관계자는 “박 대표의 지지율이 10% 이상 하락한 것은 ‘영남 표심의 분산’과 ‘선명한 야당으로 유약한 리더십’이 주요 원인”이라며 “한나라당이 집권을 위한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박 대표가 비록 7·19전대에서 재신임을 받았으나 3·23전대 이후 불과 4개월 만에 지지율이 10% 이상 하락한 것은 그의 입지가 생각처럼 확고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차기 주자로 꼽히는 이명박 서울시장과 손학규 경기지사가 본격적인 대권 행보를 벌이기 시작하면 ‘대여투쟁 선명성' 경쟁이 본격화 되면서 한나라당은 예측 불허의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온다.

이 시장의 한 측근은 “현재 대중교통체계 개편과 서울봉헌 발언 등으로 인해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으나, 시간이 가면 해결될 문제”라며 “박 대표의 한계를 극복하자면 당에서도 이시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미 이 시장은 ‘수도 이전’과 관련 ‘국민투표 찬성’과 ‘권한쟁의 심판권’을 검토하는 등 본격적인 대권행보에 나선 상태다.

국내 인기를 모으고 있는 싸이 월드에 미니 홈페이지까지 개설하면서 ‘젊은 층 끌어안기’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게시판이나 ‘일기장’에 직접 글을 올리면서 ‘네티즌들과 친숙한 서울 시장’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게 측근의 전언이다.

미니홈페이지 주소는 ‘MBtious’로 이 시장의 이름 이니셜(명박; MB)과 ‘야망을 품은’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 ‘ambitious’를 합성한 것이다. 이는 이 시장의 대권행보가 본격화 됐다는 점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이 시장의 한 측근은 ‘이명박 대망론’에 대해 “대권후보로서 나쁘지 않으며 사실 대권 후보권으로 있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60대의 나이가 부담이 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경륜이 없는 사람들이 해서 나라가 어렵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볼세비키 혁명이 실패한 것은 주체세력이 20~30대였기 때문이다”고 안정적인 국가운영에는 경륜 있는 후보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손 지사, 뒤늦은 ‘스타트’...DR계 약진에 은근기대

한편, 손학규 경기도지사는 같은 민주계 출신인 김덕룡(DR)의원 계파의 약진에 기대하는 눈치다.

이번 7·19전대에서 최고위원에 선출된 이강두, 이규택 의원은 모두 DR계로 분류되고 있는 사람들이다.

사실 손 지사는 이 시장과 달리 외자유치 등 도정에서 눈부신 활약을 하고 있으나 당내 입지가 취약한 것이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되던 터였다.

특히 ‘영남에서 인지도 부재’가 그의 가장 큰 약점이었다. 한나라당 지지층중에서 영남만큼 2007년 ‘정권 교체’를 열망하는 지역도 없다. 손 지사는 영남지역에서는 지지도는 고사하고 ‘인지도’가 전무한 상황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따라서 DR계의 약진은 그에게 희망을 갖게 하는 요소가 되기에 충분하다.

현재 ‘박근혜-DR 투톱체제’가 잡음 없이 굴러가고 있는 데다 반(反) 박근혜 전선을 펴고 있는 이재오-김문수-홍준표 ‘3인방’이 이 시장과 교감을 하고 있다는 설이 돌고 있어 이도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손 지사를 잘 알고 있는 한 지인은 “손 지사는 진보와 보수 양면을 모두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며 “이런 장점이 차기 대권주자로서 유리한 면모를 갖게 할 것”이라며 “2007년까지 아직은 시간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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