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교육환경에 항의하며 9일째 '학교운영 투명화'와 '학교장 퇴진 운동'을 벌이고 있는 의정부 Y고등학교의 학내소요 사태가 이 학교의 교감 및 교사의 폭로로 인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Y고 안아무개(80) 교장의 측근으로 알려졌던 교사 유탁희(42)씨와 교감 전기동(47)씨는 20일 11시 '양심선언'을 통해 안 교장의 학교운영비 유용 및 부당행위 사례를 폭로했다.
전기동 교감과 유탁희 교사는 올 학내분규가 시작된 6월 14일부터 '교사비상대책위원회' 공동대표로 활동하는 등 안 교장 및 재단측에 맞서왔으나 학교측의 부당사례를 구체적으로 폭로하지는 않았다. 전 교감 등은 "학교의 치부를 드러내기 싫어 해결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노력해왔으나 경기도 교육청의 특별감사가 너무 형식적이고, 결과를 신뢰할 수 없어 양심선언을 하게 됐다"고 학교측의 부당사례를 폭로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전 교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허위로 학교운영비 지출 결의서를 작성하게 해 업체에 입금을 시키고 내 통장으로 다시 환불을 받아 교장에게 전달했다"며 "짧은 충정심으로 안타까운 행동을 했다"고 밝혔다. 전씨는 이와함께 본인 명의의 통장 사본 4매를 공개했다.
공개된 통장 사본에는 학교와 거래하는 업체의 박아무개씨로부터 2001년 1월 3백만원 등 이듬해 5월까지 총 3회에 걸쳐 450여 만원을 환불받은 내역이 드러나있다.
또 전씨는 "6개월 동안 교장의 기사 노릇을 하느라 수업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결국 피해자는 학생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유탁희 교사는 안아무개 교장의 개인별장 및 사찰에 학교운영비가 유입됐다고 주장했다. 유씨는 "개인별장 수리비, 개인사찰 공사비 등에 학교운영비 약 9천여만원이 유용되었다"는 것.
유씨는 2001년 제주도에 위치한 안 교장의 개인별장 수리비에 2천만원, 2002년 남양주에 위치한 교장의 개인사찰 옹벽공사에 1천만원, 2003년 개인사찰 도로공사에 5백만원, 수년간 개인별장의 작업에 3천여 만원의 학교운영비가 지출됐다며 위 내역을 기술한 자필 양심선언서 2매를 공개, 이같이 주장했다. 또 2002년 학교 공사비용 중 700만원, 2003년 학교건물 도색비 중 1천여만원이 유용됐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편 위 두 교사의 양심선언은 지난달부터 경기도 교육청이 이 학교에 대해 벌이고 있는 특별감사가 종료되지 않은 시점에 나온 것이어서 이 내용이 특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재단 사무국장 허아무개씨는 "이미 감사를 받은 내용이다. 현재 특별감사가 종반에 왔는데 지적사항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반박했다. 허씨는 또 "학교장이 교사들의 요구를 다 들어주겠다고 했다"며 "설립자인데 왜 그만 두라고 하는지 대화를 해야 하지 않겠냐?"며 대화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전기동 교감을 비롯한 대책위는 "징계 등 엉뚱한 일을 꾸미기 때문에 대화를 할 수 없다"고 밝힌 뒤 "교장의 말을 믿을 수 없기 때문에 '교장 퇴진'이 문서로 먼저 약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기동, 유탁희씨는 안 교장과 이아무개 행정실장에 대한 고소장을 서울검찰청 의정부지청에 접수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미 안 교장이 전기동 교감을 '단체행동 주모'의 이유로 고발한 상태여서 자칫 학교문제가 법정싸움으로 비화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현재 강남 모 병원에 입원중인 것으로 알려진 안 교장은 16일 학부모들에게 보낸 서신을 통해 "교장인 나와 이사장이 물러났을 때 그 자리를 차지하려는 사람들의 음모"라고 학내분규에 대한 입장을 밝힌 뒤, "나와 같은 교육철학과 사명감을 가진 사람에게 맡기고 물러나겠다"고 퇴임의사를 밝힌 바 있다.
21일 오전 Y고 학생들은 대의원회를 개최, 수업복귀를 논의했으나 학내정상화가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수업에 복귀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