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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 법대 근대법학 100주년 기념관에 설치된 최종길 교수 추모 부조.
ⓒ 명예회복추진위

지난 6일 법원이 최종길 교수 의문사 사건에 대해 화해권고 결정을 내린 데 대해 23일 최 교수의 유가족들은 "국가가 책임을 회피하고 있어 화해에 응할 수 없다"며 법원의 화해권고를 거부했다.

최 교수의 미망인인 백경자 여사는 23일 '판사들에게 보내는 글'을 통해 "국가가 지금이라도 자신의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그 책임을 다하겠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면 소송을 취하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국가사 소멸시효란 것의 뒤에 숨어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마당에 금원을 매개로 한 화해에 응하기란 너무도 구차하여 마음에 내키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백 여사는 "(법원이)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는 결정을 내려 주신 데 대해 온 가족이 다함께 감격해 마지 않고 있다"며 법원의 결정에 사회적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실망스럽게도 현 정부는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어"

아들인 최광준(경희대 법대) 교수도 "피고인 국가는 여전히 법정에서 '소멸시효가 다 지나버렸으니 책임을 질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고 의문사진상규명특별법을 포함한 여러 과거 청산을 위한 입법작업이 입법의 단계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며 "이런 상황 하에서 법원의 화해권고 결정안을 그대로 받을 수 없었던 점에 대해 이해를 구한다"고 말했다.

또한 '최종길 교수 고문치사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 추진위원회'(추진위)도 이날 성명서를 내고 "정부는 과거 불의의 정권하에서 자행된 무고한 국민에 대한 반인도덕 범죄행위가 밝혀진 이상 소멸시효를 이유로 항변해서는 안된다"며 "현행법상으로도 형사소송상의 공소시효와 달리 국가배상에 있어서의 소멸시효는 피고의 항변사유에 지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추진위는 이어 "실망스럽게도 현 정부는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현 정부가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항변해 사법부가 최 교수 사건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애초부터 박탈하는 것은 과거 불의의 독재정권과 동렬에 서게 되는 부도덕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추진위는 "정부는 더 이상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해 항변하지 말고 자기의 과오를 스스로 인정하고 그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아울러 국회는 공소시효 및 소멸시효를 배제하는 입법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과거 청산의 의지를 확고히 하라"고 촉구했다.

의문사위도 이날 "이번 권고안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시효 등의 법률적 문제를 법원이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처음부터 박탈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며 "아무런 명예회복 조치도 없고 소멸시효의 문제에 대한 아무런 판단도 없이 결과적으로 배상액만을 정하는 화해조치에는 합의할 수 없었다"고 법원의 화해권고에 대한 유가족의 거부 결정에 공감을 나타냈다.

의문사위는 "입법부는 과거의 부끄러운 역사를 청산할 수 있는 투철하고 명확한 입법을 단행해 의문사의 진상이 제대로 규명되고 국가가 관련된 반인도적 범죄에 대해 시효 등을 배제함으로써 올바른 명예회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국가 자신이 피고가 되는 소송에서 시효의 이익을 주장하며 책임을 회피할 것이 아니라 시효의 이익을 과감하게 포기해 국민의 인권을 가장 중요시하는 국가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법원은 지난 6일 최 교수의 유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사건에 대해 "피고(국가)는 중앙정보부의 조사 도중 발생한 최종길 교수의 죽음에 대해 국가적 책임이 있음을 인정하고 원고들에게 위자료로 합계 금 10억원을 지급하라"며 화해권고 결정을 내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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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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