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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형
26일. 광화문엔 아직 지치지 않았다고, 아직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한상렬 통일연대 상임대표, 최규엽 민노당 최고위원 등은 미대사관을 등지고 얇은 홑이불같은 현수막을 하나 들고 섰다.

표정이 밝을 수 없다. 이들이 선포하는 광장, ‘파병철회 미국반대 통일연대 상설마당’이 아직 외롭게 보이기 때문이다. 지나가는 시민들 중 이들 주위에 모여드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분명 이들의 시작은 미약하다. 과연 나중은 창대할 것인가? 다음달 13일까지 매일 3시에 열리는 상설마당. 과연 이 마당은 파병철회를 일궈낼 광장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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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설마당을 뒤로 하고, 미 대사관을 오른쪽으로 바라보며 조금 더 걸으면, 광화문 열린 시민 공원이 나온다. 지난 4월 선거 이전에는, 밤샘 농성을 하면서도 이슬을 가릴 천막 하나도 칠 수 없었던 곳. 지금은 과거 명동성당에서 종종 보인 천막들이 자리하고 있다. 국회 교섭단체를 이루지는 못했지만 민주노동당이 국회에 진출하면서 얻은 작은 성과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역시 국회의원이 힘이 세긴 세!”라고.

26일은 민주노총 단식 6일째 되는 날이다. “파병을 막기 위해서 모든 방법을 다 써본 것 같다”고 말하는 이수호 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노총 사람들이 모여서 회의를 하고 있다. 이 회의에서는 향후 민주노총의 파병반대 투쟁 방향 등에 관한 얘기가 오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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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은 ‘이라크 파병반대 비상국민행동’(이하 비상국민행동)에 속한 단체들 중 하나다. 미국의 이라크 전쟁이 명분 없는 전쟁임이 미 상원 보고서를 통해 밝혀진 후 비상국민행동의 움직임은 더욱 분주했다. 하루에 한 끼씩 굶는 10만 릴레이 단식농성은 비상국민행동이 더욱 많은 시민들에게 호소하기 위한 절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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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서는 안되는 전쟁. 전쟁에서 떳떳하게 죽는 것을 명예라고 군인들은 생각하겠지만 과연 그들이 죽어갈 전쟁은 어떤 전쟁인가? 모든 전쟁이 군인의 목숨을 요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가? 군인에게 어디에서 죽는가가 중요하듯이, 무엇을 위해서 죽는가 란 질문 역시 중요한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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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들은 ‘싸움을 하러 군인을 보내는 것’을 막기 위한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승리하고 있습니다”라고 현수막에 쓰인 것이 눈에 들어온다. 여기서 승리는 이미 시작했지만 아직 이루지 못한 것이다. 지금은 전투 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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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병철회를 외치며 단식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죽기 위해 굶고 있는 것이 아니다. 며칠 째 식사를 못하고 물만 마시고 있는 각계 대표들을 걱정하는 주변의 배려인지, 병원에서 나와 간단한 기초 검사를 한다. 혈압과 혈당을 재는 것이다. 주변의 근심스런 눈길.

지금 광화문에선 파병 반대 목소리가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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