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TV <전설의 고향>에서 ‘구미호’가 나오는 날에는 일찌감치 잠을 자려고 애를 썼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평상에 텔레비전을 내다놓고 구미호를 본다며 온 동네 사람들이 시끌벅적하게 모이는 경우가 있어 어쩌다 한 번 보기도 했다. 그런 날이면 잠을 설치기가 일쑤였다.
이런 유년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이 지난 25일 삼성역 코엑스 3층 장보고홀에서 열린 세계귀신대탐험 고스트 판타지(Ghost Fantasy)를 둘러보았다. 이 전시는 총 4개의 탐험지로 구분되어 있었으며 실제로 공포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용솟음치는 용의 모양으로 만들어진 제1탐험관은 '귀신의 나라'로 귀신들의 정체를 알 수 있는 곳이다. 잘 알려져 익숙한 귀신 또는 괴물이 전시되어 있었다. 드라큘라, 강시, 구미호 등…. 드라큘라는 루마니아 옛 왕국의 왕자가 모델이 되었다는 것과 일본 귀신 '갓파'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제1관은 그다지 무섭지 않았으나 갑자기 검은 망토를 입은 남자가 무서운 표정으로 걸어와 순간적으로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제2탐험관은 '모험의 나라'로 왕자와 공주의 로맨스에 등장한 괴물을 물리치는 상황을 연출했다.
이윽고 가장 무서운 '공포의 나라' 제3탐험관으로 향했다. 가면서도 이 체험을 해야할지, 말아야할지 결정하기 어려웠다. 본격적으로 귀신과 대면을 하는 곳이기에 함께 갔던 아이들이 많이 울었기 때문이다.
드라큘라, 피 흘리는 백인 흡혈귀 여인, 공동묘지 옆의 구미호, 붕대를 풀어 제친 미이라, 프랑켄슈타인, 학교에서 한을 품고 죽은 여학생 귀신, 좀비 등 여름밤 누구나 한 번쯤 이야기 하고, 들었음직한 귀신들이 숨을 죽이며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가 슬그머니 나타났다.
끝으로 '마법의 나라' 제4탐험관은 귀신과의 한판 승부가 끝나고 즐기는 마술쇼이다. 무엇보다 그 동안 공포로 울먹이던 아이들의 기분을 단숨에 돌려놓았다는 점에서 좋았다.
공포영화 <장화와 홍련>이나 <여고괴담> 등을 살펴보면 어김없이 귀신의 존재가 등장한다. 뿐만 아니라 꽤 많은 사람들이 여름이면 공포영화를 보기위해 줄을 선다.
왜 사람들은 일부러 공포물을 즐기는 것일까? 더운 여름날은 등이 오싹해지고 간담이 서늘해져야 더위를 잊을 수 있는 것일까?
@IMG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