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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탁 할머니들이 모여사는 평화의 집
무의탁 할머니들이 모여사는 평화의 집 ⓒ 윤기창
자식들조차 노부모 모시기를 꺼려하는 요즘 세상에 결혼도 포기하고 무의탁 할머니들과 함께 한평생을 같이 살아가는 천사 같은 사람이 있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비인가 사회복지시설인 평화의 집을 운영하는 백영신(45)씨는 올 5월 충남 태안읍 장산리 275-1에 평화의 집을 마련, 무의탁 할머니 여덟 명과 함께 살고 있다.

그녀가 이곳으로 오기 전, 지난 4년 동안 원북면 반계리에서 전세를 얻어 할머니들과 함께 살았다. 협소한 공간과 불편한 시설 때문에 어려움을 겪다 지난해 조그만 터를 사들여 집을 지으려 했지만, 혐오시설 중 하나인 노인요양시설 신축을 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서 이마저도 무산됐다.

그녀는 올해 초 때마침 현재의 평화의 집이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주변의 도움으로 집을 살 수 있었다. 5월께 이 집으로 이사와 여덟 명의 할머니와 넉넉한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다.

다음은 백씨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왜 여자로서의 평범한 삶을 포기하고 외롭고 힘든 노인의 집을 운영하게 됐나?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복지기관에서 근무했었다. 우리 사회에는 나보다 더 어렵고 힘든 사람이 많고, 또 그들은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 일부분을 내가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14년 전 경기도 지역에서 이 일을 하기 시작했다."

-태안지역으로 오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천주교를 신봉하는데 같은 교회 신도가 이 지역을 소개해서 4년 전에 내려와 원북면 반계리에 평화의 집을 만들었다."

-노동력도 없는 데다 아프기까지 한 할머니들의 생활비는 어떻게 마련하나?
"할머니들 대부분이 기초생활 수급자여서 한 달에 30여만 원씩의 생계보조비를 받고 있으며 혼자서 고생하는 저의 처지를 안타깝게 여기는 친구와 가족들이 보내주는 후원금으로 생활한다."

-그 정도의 돈으로 생활하기에 충분한가?
"필요한 것으로 따지자면 턱없이 부족하다. 할머니들에게 좋은 옷과 좋은 음식은 못해드리지만, 알뜰하게 생활하면 헐벗고 굶주리지 않으며 마음 편히 살 수 있어 행복하다."

-할머니들이 아프면 어떻게 하나?
"할머니들은 차에 태워 병원에 기서 진료 후 진단서를 받아 태안시내 모약국으로 가면 무료로 약을 조제해 준다. 그 약을 먹으면 웬만한 할머니들의 병은 금방 치료된다."

-할머니들이 돌아가셨을 때 장례는 어떻게 치르나?
"중병이 발병한 할머니는 태안군 보건의료원에 입원시키고 그곳에서 돌아가시면 장례식장에서 화장을 하고 장례를 치른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나오는 장제비와 사회복지과에서 주는 화장 장려금으로 장례를 검소하게 할 수 있다."

-평화의 집에 사는 할머니들은 누구들인가
"평화의 집에는 최모(86)씨, 고모(83)씨, 김모(83)씨, 이모(81)씨, 송모(77)씨, 신모(65)씨, 박모(79)씨, 김모(82)씨 등의 할머니들이 함께 살고 있다. 이 중 6명은 태안지역 출신이고 2명은 경기도와 전라도지역에서 모셔왔다. 모두 무의탁 노인들이고 대부분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평화의 집에 대한 시설을 확장해 사회복지시설로 인가 받을 계획은 없나?
"지금으로서는 시설비용 마련도 쉽지 않고 그러고 싶지도 않다. 나 혼자 할머니 10분을 모시면 적당하고 규모를 그 이상으로 늘리자면 사람을 고용해야 하는데 인건비를 마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앞으로 희망이 있다면?
"같이 사는 할머니들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다 고통없이 돌아가실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도움을 주는 개인이나 단체가 있나?
"가까운 태안여고와 태안고등학교 학생들이 가끔씩 자원봉사 하러 와서 집 주변을 청소하고 힘든 일을 거들며 할머니들을 돌보는 게 전부이다. 금전으로 후원 받는 것은 거절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현재 여덟 명의 할머니를 모시고 있는데 공간이 조금 남아서 2명 정도 무의탁 할머니를 더 모셔 올 생각이다. 지금 이대로가 좋기 때문에 현 상태를 유지할 것이다."

독신주의자는 아니라고 밝힌 백씨는 할머니들이 사는 공간을 외부에 공개하는 것과 후원회나 지원단체와 연결되는 것은 한사코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원봉사를 위해 찾아오는 개인과 단체는 언제든지 환영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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