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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이마니 야스노리
일본인 이마니 야스노리 ⓒ 전영준
그는 일본인이다. 그러나 '이마니 야스노리'라는 이름을 듣기 전에는 그가 일본인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 1963년생. 불혹의 나이를 막 넘어선 이 남자는 우리 이웃에서 쉽게 만나는 한국의 여느 남정네나 크게 다를 바 없다. 이 일본인이 한국살이, 그것도 이곳 경남 양산에 삶의 둥지를 튼 사연은 무엇일까?

이마니는 일본국 사가(佐賀)현에 있는 인구 8만 정도의 작은 도시인 가라츠(唐津)시 출신이다. 가라츠시는 16세기 말, 임진ㆍ정유왜란 때 강제로 연행된 조선의 도공들이 정착했던 곳으로 지금까지도 도예의 맥을 잇고 있는 도자기의 고장이다. 그래서 이마니에게 한국은 처음부터 그다지 낯선 곳이 아니었다.

‘독도’ 질문에 당황

대학에서 아동 교육을 전공한 이마니씨는 전공과는 달리 현재 사업가의 길을 걷고 있고, 그의 한국살이도 사업과 연관이 있다. 자동차 엔진오일 메이커인 ‘스피드마스터코리아(SPEED MASTER KOREA)’의 CEO인 그가 한국에서 하는 일은 비즈니스 말고도 이곳 양산대학 관광일어과에 출강하는 일이다. 그리고 통도사 들머리에 있는 보광고등학교에서 일본어를 가르치기도 한다. 양산대 관광일어과를 들러 그를 만났다.

- 양산에서 받은 첫 인상은?
“부산과 서울은 그 전부터도 다녀갔지만 양산은 2002년 1월 말에 처음 왔는데 그때 눈이 무척 많이 왔어요. 그래서 저는 양산이 깊은 산속인 줄 알았어요. 매우 아름다운 고장이라는 것이 양산의 첫 인상입니다. 그리고 서울과 부산에서는 너무 크고 높은 건물에 압도되었는데, 양산은 아직도 전원적 풍경이 많이 남아 있어, 인구 8만의 작은 도시 가라츠 출신인 저의 마음을 푸근하게 했습니다.”

- 낯선 곳에서의 생활에 어려움도 적잖았을 텐데….
“처음부터 일본과 큰 차이점을 느끼지 못했어요. 한국 사람들과 만나면서 줄곧 느끼는 것은 한국 사람들이 매우 정이 깊다는 사실입니다. 한국에 살고 있는 제 일본인 친구들도 한국 사람들의 인정에 감탄하고 있어요. 굳이 곤란했던 일을 말하라면 독도 문제와 관련된 질문을 받았을 경우인데, 그때는 정말 난처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양산대학과 보광고 학생들로부터 받았던 첫 질문도 독도 문제였다고 한다. 당시 즉답은 피하고 어물쩍 넘겼지만, 한국 사회에서 독도 문제가 청소년들조차 관심을 가질 만큼 민감한 사안이라는 것을 알고 놀랐단다.

“노래방에서도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노래를 부르는 한국 친구들을 보면서 잠시 ‘아, 내가 이방인이구나’라는 생각에 젖기도 했어요. 잘 아는 지인 중 신문 기자가 있어 오래 전부터 독도와 관련, 한ㆍ일 사이에 갈등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사실 일본 시민사회에서는 독도문제가 그다지 일반화된 사안이 아닙니다. 아무튼 한ㆍ일 관계가 더욱 발전되어 양국 사이의 앙금과 갈등이 하루 빨리 해소되었으면 합니다.”

이마니(왼쪽)와 통역을 돕고 있는 전창환 교수
이마니(왼쪽)와 통역을 돕고 있는 전창환 교수 ⓒ 전영준
- 한국 젊은이들을 어떻게 보셨는지?
“아주 훌륭합니다. 헝그리 정신이나 적극성, 비즈니스 능력 등 모든 것이 일본의 젊은이들보다 뛰어나다고 봅니다. 문제점을 찾자면, 한국 사회에서는 비즈니스든 사람을 쓰는 일이든 모두 인맥, 학맥, 혈연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죠. 그것이 한국 사람 특유의 인정에서 비롯되는 측면이 있는 것 같지만, 한국이 세계화 시대의 주역이 되려면 이런 문제들을 극복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최근 한국 사회가 개혁의 커다란 물결 속에서 많은 부분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젊은이들이 능력으로 인정받는 사회로 가고 있는 것 같아 큰 다행이라고 생각됩니다.”

일본에 부인과 딸(중3), 아들(초6)을 두고 혼자 양산 북정동의 한 원룸에서 생활하고 있는 그는 한달에 두어 번쯤 일본으로 건너 가 가족을 만나고 온다고.

현재의 사업인 엔진오일의 한국 시장 점유율이 아직은 미미하지만, 제품 성능의 우수성이 소비자들 사이에 입소문으로 퍼지면서 점차 판매율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활짝 웃는 그. 이마니의 한국생활, 양산살이가 행복하기를 빌면서 작별의 악수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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