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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목포시가 아파트 건설현장이 먼지발생과 소음공해 등 인근 주민들의 피해가 예견됐는데도 사전 조치를 취하지 않고 민원이 발생하자 뒤늦게 행정조치에 나서 빈축을 사고 있다. 더구나 공사현장에 설치한 비산먼지 방지시설이 관련법 기준에 부적합한데도, 재설치 지시 등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지 않아 '업체 봐주기'의혹이 일고 있다.

목포지역 중견건설업체인 A건설은 지난 6월 하순부터 목포시 석현동 815-58외 1필지에 440여 세대 규모의 아파트 신축공사를 시작했다. 그런데 공사 현장 주변은 이미 2000여 세대의 아파트에 주민들이 입주한 상태였다. 이 주민들은 "착공 1개월도 되지 않아 비산먼지와 중장비 가동에 따른 소음으로 생활불편을 겪고 있다"며 시 당국에 대책을 요구했다. 심지어 지난번 장마철에는 공사 현장의 배수로를 제대로 확보하지 않아 황톳물이 인근 도로에 넘쳐 주민들이 통행 불편을 겪기도 했다.

민원발생하자 뒤늦게 행정조치

▲ 목포시 석현동 모 아파트 신축현장
ⓒ 정거배
지난달 20일 한달 넘게 계속되는 생활불편을 참다못한 인근 아파트 주민 정모씨 등은 목포시에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지만 비산먼지와 소음 때문에 창문을 열지 못하는 등 피해를 겪고 있다"며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또 공사현장과 폭 10m 도로를 사이에 두고 있는 목포중앙병원측에서는 지난 7월 23일 목포시에 소음방지와 비산먼지 차단시설을 설치하고 병원과 마주하는 공사장 출구를 폐쇄해 줄 것은 건의했다. 병원은 이와 함께 우천에 대비해 공사장 안팎에 배수로를 설치하고 병원쪽으로 범람하는 것을 막기 위해 높이 50㎝의 둑을 설치해 줄 것도 요구했다.

이 병원 관계자는 그러나 "시 당국이나 건설업체에서 방진막 시설을 확대하고 기존 배수로를 정비하겠다면서 무성의한 태도를 보였다"고 비난했다. 시 당국은 "발생되는 소음에 대해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소음을 발생시키는 장비 사용을 줄이고 오전 8시 이후에 작업을 실시할 것과 지속적으로 물을 뿌려 먼지 날림을 방지하도록 지도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특히 소음 규제기준 초과 여부에 대해 지난달 27일 전남도 보건환경연구원에 측정 의뢰한 결과 규제기준이 초과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해당 건설업체도 "불가피하게 소음 등이 발생하게 돼 송구스럽다"는 입장만 밝혔다.

하지만 공사장 주변이 먼지와 소음공해 등으로 어수선하자 이제껏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던 목포시는 민원발생 10일 지난 뒤인 지난 3일 해당 건설업체를 상대로 비산먼지 발생 억제시설이 기준에 부적합하다며 방진벽과 차량 세륜시설 설치를 골자로 한 이행명령을 내렸다.

ⓒ 정거배
이와 함께 이 건설업체가 그동안 세륜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채 현장에 공사차량을 출입시켰다며 사법당국에 고발했다. 하지만 이 건설업체는 민원이 발생하자 지난달말 그동안 사용해 왔던 세륜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차량출입구를 이미 폐쇄한 뒤였다.

이에 대해 주민 이모(69)씨는 "대형 공사차량으로 인한 먼지와 소음공해 때문에 창문을 닫은 채 무더위속에서 매일같이 생활하고 있는데도 시 당국이 먼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뒷북행정으로 일관했다”고 비난했다. 더구나 문제의 공사현장이 ‘비산먼지 저감 특별관리 사업장’으로 돼 있음에도 시 당국이 수시점검을 하지 않은 채 터파기 등 기초공사 착수 1개월이 지나고 민원이 발생하자 뒤늦게 사법당국의 고발 등 행정조치를 취한 것에 대해 오해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인근 주민 김(47)씨는 “공사현장이 주민들이 이미 입주한 아파트로 둘러싸여 있어 분진과 소음공해 발생이 예상됐는데도 시당국이 사전에 철저한 관리감독을 하지 않은 것은 업계 봐주기 의혹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원발생 보름이 다돼서 사법당국에 고발한 것은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을 경우 다른 공사 입찰 때 신인도 심사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것을 고려한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더구나 지난 1일자 지역신문에서 문제의 공사현장을 크게 보도하자 목포시가 해당 건설업체를 대상으로 뒤늦게 고발과 이행명령을 내린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시 당국은 “행정절차상 현장확인 과정을 거치면서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주거시설 인근공사장, 방진벽 설치 규정 안지켜

▲ 먼지 날림을 막기 위한 방진막도 형식적으로 설치했다
ⓒ 정거배
특히 이 공사현장이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대기환경보전법에 규정하고 있는 기준에 공해방지 시설이 부적합한데도 시 당국이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관련법에 ‘공사현장 경계선으로부터 50m 이내에 주거나 상가건물이 있을 경우 3m이상의 방진벽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곳은 공사현장을 중심으로 우측은 주민 470여 세대가 살고 있는 아파트와 맞닿아 있고 반대편 역시 폭 10m 도로 건너편에 아파트와 상가 등이 밀집해 있다. 그런데 이 건설업체는 공사현장 주변 700m에 이르는 경계선에는 방진벽이 아닌 그물이나 헝겊으로 된 방진막을 설치해 놓았을 뿐 아니라 군데군데 넓게는 가로 세로 5m 이상 뜯겨져 있는 등 형식적으로 시공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관련법에 주거지역과 가까운 건설현장에 대해서만 방진막보다 분진이나 소음발생 억제효과가 높은 방진벽을 설치하도록 규정했는데도 이를 무시함으로써, 결국 주변 주민들에게 비산먼지와 소음 등 환경피해를 더 입히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공사현장의 건설업체 관계자는 “시 당국이 제출한 먼지발생 사업장 신고서를 허가해 줬기 때문에 방진벽이 아닌 방진막으로 시공했다”고 밝혔다. 목포시 관계자도 “건설업체에 방진벽 시설까지 요구할 경우 가혹할 것 같아서 그랬다”며 대기환경보전법이 정한 기준에 부적합한 시설을 설치하도록 한 것에 대해 시인했다.

또 관련법에는 토사 등 야적물을 1일 이상 보관할 경우 비산먼지를 막기 위해 방진덮개로 덮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시 당국은 이 공사현장의 경우 터파기 공사로 발생한 높이 10m 되는 토사를 일주일 이상 야적해 놓고 있는데도, 매일 차량을 통해 반출하고 있다는 업체의 말만 듣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한편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르면 개선명령에 이행하지 않거나 배출기준을 초과할 때, 주민 건강상 위해 등 급박하다고 판단되면 공사중지(조업중지)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와 함께 관련법을 위반해 비산먼지 등을 발생할 경우 적게는 100만원 이상 벌금을 물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매년 먼지발생 사업장에 대해 특별점검을 벌여 방진벽과 방진막을 제대로 시설하지 않거나 부적합한 시설을 운영하는 사업장에 대해 이행명령과 고발조치 등을 취하고 있다.

또 벌금 이상의 처벌을 받은 업체 명단을 조달청 등 공사 발주기관에 통보해 공사입찰 때 신인도 심사자료로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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