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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연세대에서 열린 한국경제학회 주최 국제학술대회에서 이헌재 부총리와 이정우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이 자리를 나란히 해 눈길을 끌었다.
ⓒ 연합뉴스 성연재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자신의 시장철학을 분명하게 드러내며 진보세력을 거세게 질타했다. "반시장적, 근본주의적 목소리"라는 다소 '과격한' 표현까지 동원해가며 진보세력에 대한 이론적 공격을 퍼붓기도 해 논란이 예상된다.

이 부총리는 12일 오후 한국경제학회 오찬 강연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현재 우리 경제·사회는 다양한 이념적 스펙트럼이 제대로 수용되지 못하면서 이념적 혼란을 겪고 있지만 이는 사고의 다원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다"고 운을 뗀 뒤 "하지만 유독 반시장적, 근본주의적 목소리만 커지고 있다는 점은 문제"라며 진보세력에 칼끝을 겨눴다.

이어 이 부총리는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것은 기회의 균등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이지 만민의 평등이나 결과의 평등을 추구하려 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한 뒤 "우리사회의 목표는 빈부격차의 해소가 아닌 빈곤타파가 돼야하고 부유층에 대한 맹목적 반감도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정부가 추진해야 할 복지정책의 목표가 '빈부격차 해소'가 아닌 시혜적 접근 방식으로의 '빈곤 타파'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민주노동당을 위시한 진보세력의 경제철학과는 정면 배치되는 대목이다.

특히 그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장기 집권이 "대처리즘의 시장주의 원리를 받아들이면서 가능했다"고 강조하는 등 신자유주의 시장정책을 옹호해 진보세력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부총리는 국내 대표적인 주류경제학자들의 모임인 한국경제학회에 보내는 당부의 메시지를 통해서도 진보세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갔다. 그는 한국경제학회 회원들에게 "이념적 편향과 근본주의를 지양하고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체제에 대한 기본적 인식을 공유해 나가는 데 여러분의 역할이 필요하다"며 주류경제학자 역할론을 강조했다.

그는 "무엇이 시장경제의 핵심이고, 무엇이 시장경제의 원리를 훼손시키는 것인가를 구별해 일반 경제주체와 국민들이 혼란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데 전문가 여러분의 적극적인 역할을 부탁한다"고 협조를 부탁했다.

다음은 이 부총리 발언록 일부.

"한국경제학회에 대해 당부하겠다.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체제에 대한 콘센서스 형성에 앞장 서달라. 우리 경제·사회는 다양한 이념적 스펙트럼이 제대로 수용되지 못하면서 진보와 보수, 개혁과 반개혁, 친시장과 반시장, 좌냐 우냐하는 이념적 혼란을 겪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가 발전하면서 사고의 다원화가 진행된다는 점을 반영하기도 하지만 유독 반시장적, 내지는 근본주의적 목소리만 커지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우리사회가 다양한 목소리 반영하면서도 시장경제와 법치주의 원리가 우리사회의 근본이라는 인식의 공유가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기회의 균등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이지 만인의 평등이나 결과의 평등을 추구하려 해서는 안된다. 우리사회의 목표는 빈부격차의 해소가 아니라 빈곤타파가 돼야하고, 부유층에 대한 맹목적 반감도 사라져야 한다. 경제개혁의 노력도 좌냐 우냐는 이념적인 차원 아니라 시장경제 확립과 경제선진화에 맞춰야 한다.

영국의 토니 블레어 수상의 경우 전통적인 노동당의 이념지향적인 좌파논리를 버리고 대처리즘의 시장주의 논리 받아들이면서 97년 이후 장기집권이 가능했다는 좋은 사례가 있다.

한국경제학회 회원 여러분. 한국 경제학회는 우리 주류경제학의 가장 권위있는 모임이다. 이념적 편향과 근본주의를 지양하고 자본주의적 시장 경쟁체제에 대한 기본적 인식 공유해 나가는데는 여러분의 역할이 필요하다.

선진국의 경우를 보면 일부는 보다 진보적인 이념을 내세우기도 하고, 다른 일부는 더욱 보수적인 생각을 주장하고, 일부는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고, 다른 일부는 정부 역할의 축소를 주장하는 등 그야말로 다양한 색깔과 목소리가 존재한다. 그러나 어느 경우에도 시장경제논리 그 자체를 배척하는 일은 없다.

무엇이 시장경제 원리의 핵심이고 무엇이 시장경제 원리를 훼손하는 것인지를 구별해서 일반 경제주체와 국민들이 혼란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데 전문가 여러분의 적극적인 역할을 부탁한다.

경기에 대한 해석이 연구기관마다 엇갈리고 정부의 경기진단에 대한 믿음이 부족한 상황에서, 경기흐름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진단해 줄 수 있는 전문적인 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경제지표들이 발표될 때마다 일희일비하고 경제위기론, 스태그플레이션, 더블딥 등이 막연하게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경기의 큰 흐름을 진단하고 책임성 있게 객관적으로 말해 줄 수 있는 기구는 아직 우리나라에 없다. 나는 커다란 경기움직임을 진단하고 논의의 방향을 잡아주는 것이 전문가들의 역할이자 의무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NBER(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은 1920년 비영리기구로 설립된 이래 편향되지 않은(Unbiased) 경제분석 자료를 공공기관, 사업체, 학술단체 등에 제공하고 있다. 미국의 31명 노벨 경제학 수상자 중 12명, 대통령 경제고문 중 3명이 NBER 연구원 출신으로 현재도 약 600명 이상의 대학교수들이 참여하여 경기진단은 물론 새로운 통계기법의 개발, 경제모델의 측정, 정책효과에 대한 평가 등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NBER과 같이 객관적으로 경기흐름을 판단해 주고 경제현상에 대한 인식을 공유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며, 그러한 역할을 한국경제학회 여러분들이 맡아 주실 것을 제안한다. 여러분들이 원한다면 정부도 적극 참여하겠다. 필요하다면 정부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이번 국제학술대회를 통해 국내외 경제학자들간 많은 학술교류가 이루어지고 우리 경제에 대한 관심과 인식을 제고하는데 좋은 토론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한국경제학회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면서 나의 맺음말로 가름하고자 한다. 감사한다."


재정확대·감세 논란 "적절한 정책조합으로"
"농업-전문서비스업이 우리 산업 체질 약화시킨다" 지적도

이헌재 경제부총리는 최근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재정확대·감세정책 논쟁과 관련, "적절한 정책조합(Policy Mix)을 통해 경기대응 능력을 높여나가겠다"며 병행추진할 뜻을 내비쳤다.

이 부총리는 이날 연세대에서 열린 한국경제학회 오찬 강연회에서 "정부의 단기 경제정책의 목표는 경기과열이나 급랭을 방지하여 경기진폭을 줄이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다만 그는 "내년도 예산규모를 결정함에 있어 어려운 경제여건을 고려해 재정의 역할을 강화해 나가겠다"며 재정확대정책 쪽에 무게를 둘 것임을 시사했다. 구체적인 재정확대정책 실현 방안으로 "유휴화되고 있는 연·기금 등을 사모펀드 등을 통해 보다 생산적인 부문에 환원하거나 사회간접자본시설(SOC) 투자 등에 효율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사회보장성 기금의 수익률 제고뿐 아니라 국부창출에도 기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획일적 감세는 '반대', 부문별 감면은 '찬성'

특히 이 부총리는 한나라당이 요구하고 있는 감세정책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을 내비치면서도 전적으로 배제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획일적인 감세조치는 소비증대 등 내수진작 효과가 거의 없을 것"이라며 "그 이유는 근로소득자의 47%, 자영업자의 51%가 면세점 이하에 있고 중소기업의 33%가 법인세를 물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70%가 연간 20만원 이하, 자영업자의 65%가 연간 30만원 이하로 세금을 납부하고 있기 때문에 감세조치로 인한 직접적 세금경감 효과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감세정책의 혜택은 극소수의 고소득층에 돌아가기 때문에 내수진작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보호위주 농업, 전문서비스업이 우리산업 체질 약화"

하지만 그는 "감세를 하더라도 일률적인 인하보다는 선택과 집중에 의한 부문별 감면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함으로써 경우에 따라서는 부문별 감면 방식을 통해 감세정책도 병행해 나갈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 부총리는 이날 강연에서 시장개방의 불가피성과 시급성을 여러차례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식의 전환'이 뒷받침되지 못해 우리나라가 과도적 체제에 머물고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그는 "아직도 우리 경제 일부에서는 개방과 경쟁이라는 큰 흐름을 거부하고 과거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잃게 하고 있다"며 그 대표적 집단으로 농업과 전문 서비스업 부문을 지목했다.

이 부총리는 "보호위주의 농업, 서비스업은 당해 산업뿐만 아니라 우리 산업 전체의 체질을 약화시키고 있다"면서 "특히 의료, 교육, 법률 등 전문서비스업에서의 진입장벽은 새로운 산업구조로의 전환을 가로막고 소비자들을 해외로 내몰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우리나라 제조업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은 "과감한 개방을 통한 치열한 경쟁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농업과 서비스업에서 과감한 개방과 업태혁신을 추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개혁의 목표는 재벌개혁이 아니라 시장개혁"

이 부총리는 대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 부총리는 "개방체제 하에서 외국인이 국내기업의 주식을 상당 부분 소유하고 있어 국제적인 기준과 시각에 의해 평가되고 감시받고 있다"며 "개혁의 목표는 재벌개혁이 아니라 시장개혁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을 국부의 원천으로 평가하고 차세대 성장동력 등 앞으로 우리를 먹여살릴 수 있는 분야에 대한 공격적 투자를 할 수 있는 대기업이 필요하고 글로벌화된 대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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