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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용허가제 실시 첫날인 17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부근에서 외국인노동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미등록이주노동자 전면 합법화를 위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고용허가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첫날인 17일 시민단체들은 이 제도의 현실적 문제를 비판하며 ‘연수제도 철폐, 강제추방 저지, 미등록 이주 노동자의 전면합법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외국인 노동자를 합법적으로 고용해 이들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다는 취지로 시행돼 관심을 모았던 고용허가제가 산업연수생제와의 병행과 사업장 이동권 제한 등으로 반쪽짜리 제도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것.

이와 관련‘연수제도 철폐, 강제추방 저지와 미등록이주노동자 전면합법화를 위한 합동기자회견’이 외국인이주노동자대책협의회, 민주노동당, 민주노총, 이주노동자인권연대 주최로 17일 낮 12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렸다.

주최 시민단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주노동자들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에 임금체불, 임금 횡령을 당하고, 산재사고가 나도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한 채 노예 같은 삶을 강요당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고용허가제 실시를 핑계로 한 이주노동자에 대한 강제추방 정책을 즉각 중단하고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부칙 제2조를 삭제하여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전면 합법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혜우 이주노동자인권연대 소장은 “고용허가제를 법제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지만, 지금 시행되는 고용허가제는 본래 의미에 못미칠 뿐 아니라 심각한 문제까지 야기하고 있다”며 정부의 올바른 정책 수립을 촉구했다.

양 소장은 고용허가제의 작업장 이동이 제도화되지 않는 것에 대해 “고용허가제로 온 이주노동자는 낮은 임금으로 강제노동을 당하거나, 여성 노동자의 경우 성희롱-성폭행을 당하더라도 그 작업장에서 계속 일할 수밖에 없다”며 “작업장을 옮기려면 사업주의 결격사유가 있어야 하는데 한국말을 제대로 못하는 이주노동자가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찾기란 실질적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안나루 명동성당농성단 대표는 “고용허가제는 일은 많이 시키고 돈은 조금 줘도 참고 그 직장에서 계속 일할 수밖에 없게 한다”며 “지난해 7월 31일 고용허가제의 국회 법안이 통과된 후 13명의 이주노동자가 자살했다”며 참담한 심정을 드러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고용허가제의 국회 법안 통과로 인해 속출하는 이주노동자의 인권침해 사례가 발표되기도 했다.

▲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의 무차별적이고 폭력적인 단속으로 인해 부상을 입은 합법적으로 일하는 러시아인 니콜라이(48)씨가 상해진단서를 들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지난 8월 6일 밤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단속 중이던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들은 러시아인 니콜라이(48)씨를 구타해 전치 2주의 외상을 입혔다. 니콜라이씨는 “자취방에서 자고 있는데 문을 두드리던 한국 사람이 들어와 나를 바닥에 눕히고 때렸다”며 “수갑이 채워진 상태에서 비자가 있다고 말했더니 확인 후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만 남기고 가버렸다”고 말했다.

김재근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 사무국장은 “법무부 직원이 센터에 난입해 박천응 목사에게 5주 상해를 입히거나, 공장단속에서 모든 외국인들을 차에 태운 후 외국인 등록증이 확인되면 내려주는 등 공권력을 남용하고 있다”며 “사전 영장이나 긴급보호명령서 없이 공장, 주택, 고시원이나 길거리에서 폭력을 동반해 강압적으로 단속하는 것은 위법적인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사무국장은 외국어로 표기된 ‘이주노동자 권리 카드’를 나눠주며 단속 공무원의 위법단속 행위에 대처하는 요령을 알려주기도 했다.

신승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위원장은 “미등록 이주노동자 문제를 강제추방으로만 해결하려고 하는 정부가 한심할 따름”이라며 “이주노동자에 대한 법과 정책을 바로잡기 위해 하반기 집중투쟁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용허가제 시행에 반대하는 이주노동자 집회 열려
'단속추방 분쇄! 고용허가제 중단! 투쟁 결의대회'

▲ '고용허가제 시행 반대 및 단속추방 규탄, 노동허가제 도입 촉구 투쟁 결의대회' 현장.
ⓒ정현미

'고용허가제 시행 반대 및 단속추방 규탄, 노동허가제 도입 촉구 투쟁 결의대회'도 17일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열렸다.

농성투쟁단은 “강압적인 이주노동자 단속으로 인해 이를 피하려던 이주노동자들이 무릎과 허리에 금이 가는 등 부상이 속출하고 있다”며 출입국관리소의 비인권적 행동을 비난했다.

최정철 농성투쟁단 경기서부지역건설노조 조직부장은 산업연수생제도와 병행하는 고용허가제 시행에 대해 “일당 3만원의 산업연수생을 불러들이기 위해 쫒아낸 기능공들은 단속이 뜸한 지방으로 밀려나 숨죽여 일할 수밖에 없다”며 하루도 편히 살 수 없는 이주노동자의 어려움을 대변했다.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 띠뿌씨는 이날 결의대회에서 “한국에 와 오래 일하면서 기술도 많이 익혔고, 한국어도 배웠고, 한국 문화도 아는데 이제 와 회사에서 해고되고 강제추방 당한다면 억울하지 않겠느냐”며 안타까워 했다.

277일째 명동성당에서 농성투쟁을 이어오고 있는 자이뚜씨는 “9천달러를 내야 한국에 들어올 수 있는데 체불임금이 많아도 한국 사장에게 요구할 수 없고, 노동3권도 요구할 수 없는 현실을 참고 지낸다”며 “내가 지금 본국으로 돌아간다면 돈 많이 벌어오기만을 기다리는 우리 가족들과 뭘 먹고 살수 있겠느냐”며 울분을 토했다.

농성투쟁단은 민주노총과 평등노조 이주노동자지부, 네팔 투쟁단의 이주노동자 100여명으로 구성돼 있고, 지난해 11월 15일부터 이주노동자들의 전면합법화 쟁취를 위한 농성에 돌입해 17일로 277일째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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