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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시내의 한 아파트 단지.
ⓒ 오마이뉴스 남소연
분양권 전매제도를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분양권 전매 제도는 김대중 정부 시절인 지난 99년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주택매입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전면 허용됐다.

그러나 당초 취지와는 달리 분양권 전매제도는 주택에 대한 가수요를 유발해 분양권 시장을 투기장화 하는데 한 몫 했다는 비판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이 와중에 강동석 건설교통부 장관이 지난 19일 지방 광역시를 중심으로 투기과열지구를 해제할 방침이라고 밝혀 분양권 전매 폐지론이 재촉발되는 계기를 제공했다. 투기과열지구에서 벗어나는 지역은 분양권 전매가 허용되기 때문이다.

민노당 "분양권 전매허용으로 투기꾼들 성행"

민주노동당은 25일 논평에서 최근 잇따르고 있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은 "풍선효과를 노린 부동산 부양책"이라며 우선적으로 분양권 전매 제도를 전면 폐지할 것을 촉구했다. 분양권 전매 허용이 투기과열을 일으켜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선근 민노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장은 "분양권 전매 제도가 남아있으므로 인해 웃돈을 노리는 투기꾼들이 계속 전매를 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주택정책의 공익성을 지키기 위해서 분양권 전매는 몇 년 동안 또는 장기적으로 제한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노당은 분양권 전매 전면 폐지가 집값 하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오는 9월 정기국회 때 이러한 내용을 뼈대로 한 주택법 개정안을 발의할 방침이다. 현재 건설교통위원회에 민노당 소속 의원이 없다는 점을 감안, 기존 상임위원회에서 한명을 일정 기간 동안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완공후분양제' 도입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는 경실련도 민노당을 측면 지원할 태세다. 경실련은 후분양제가 속히 도입되지 않을 경우 지금과 같은 선분양제 하에서 분양원가 공개와 분양권 전매 제도의 전면 폐지는 반드시 관철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분양권 전매 허용이 올바른 주거개념 정립 해친다...건교부도 공감 표시

박완기 경실련 시민감시국장은 "분양권 전매는 선분양하에서 공급자에 특혜를 주는 개념"이라며 "이를 통해 사회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일반 시민들을 투기적 수요로 줄 세우는 형태"라고 말했다. 분양권 전매가 재테크의 수단으로 널리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일반 시민들을 투기꾼으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분양권 전매 제도가 "올바른 주거개념 정립에 거의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본다"면서 "점차적으로 주택시장이 실수요자들이 구매하는 패턴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전매 제도는 폐지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강동석 건교부 장관의 발언대로 일부 광역시에 대한 투기과열지구 해제가 이뤄지면 "투자처를 못 찾고 떠돌고 있는 부동자금이 그곳으로 금방 들어가 과열을 부추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 교수는 "분양권 전매를 허용함으로써 정부는 필요없는 시장을 하나 만들어 놓고 돈이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다"며 "정부가 도박장 하나 더 열어놓은 것과 다르지 않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소관 부처인 건설교통부도 이러한 목소리에 공감을 표시하고 있어 분양권 전매 제도 폐지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건교부 주택정책과의 한 관계자는 "분양권 전매라는 것이 건설경기 활성화를 떠나서 투기수단이므로 없어야 한다"며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 관계자는 "건교부 내에도 이같은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직장을 옮기거나 외국으로 이주한다거나 하는 경우 전매가 법적으로 이미 허용이 돼 있는 상황"이라며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정비하는 것은 괜찮을 것 같다"고 근본적 재검토 필요성을 강조했다.

중소건설업체 줄도산 우려..."거래 없애자는 것 아니라 정공법 쓰자는 것" 반박

하지만 일각에서는 분양권 전매제도의 폐지가 건설경기의 과도한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건설경기 경착륙을 부추겨 중소건설업체의 줄 도산을 유발할 수 있다는 논리다.

김의열 한국주택협회 제도1팀장은 "분양권 전매 제도가 폐지될 경우 신규분양시장에 미칠 영향이 매우 크다"며 "업체들의 상황이 어려운 실정이므로 억제 조치는 오히려 풀어줘야 한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팀장은 "분양권 전매제도 폐지로 인해 건설업체들이 경영압박을 받으면, 중소업체들은 부도 도미노 현상에 직면하게 되고, 결국 금융기관의 부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지금은 내수진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못박은 뒤 "시중 부동자금이 주택영역으로 들어와서 쓰이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전 교수는 "거래를 실종시키자는 것이 아니라 나쁜 방법을 하지 말자는 취지"라고 반박했다. "취·등록세 인하와 같은 연착륙 정공법이 있는데 왜 이상한 방법을 쓰느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박완기 국장은 "실수요자 중심으로 주택시장을 재편하는 조치를 통해 건설경기를 연착륙하도록 해야 한다"며 전 교수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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