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박경리씨는 마산MBC 창사특집으로 특별대담을 가졌다.
ⓒ 마산MBC

좀처럼 대중 매체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소설가 박경리(78)씨가 오랜만에 텔레비전에 출연한다. 박씨는 <토지> 완간 10돌을 맞아 소설에 얽힌 이야기와 함께, 고향인 통영에 대한 기억에다 요즘 한참 우리사회의 쟁점이 되고 있는 친일문제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마산MBC는 창사 35주년 기념으로 박경리씨 특별대담을 마련했다. 제작팀은 지난 8월 4~5일 이틀동안 강원도 원주 토지문학관에서 박씨와 서울대 송호근 교수의 마라톤 대담을 촬영했다. 특별대담은 3부작으로, 오는 3일과 4일 이틀동안 방영된다.

박경리씨는 이번 특별대담에서 소설 <김약국의 딸들>에 대해 이야기했고, 소설 <토지>에서 동학혁명을 강조한 배경과 함께 노벨문학상으로 추천되는 것에 대한 소감도 피력했다. 뿐만 아니라 그의 문학관에 대한 이야기보따리도 풀어놓았다.

친일문학과 관련해 박씨는 “안타깝게 생각하고, 친일은 안되며,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또 박씨는 “역사는 공평하게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박경리씨는 예술가의 친일행적은 인류적 차원으로 볼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피력했다. 박씨는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유럽에서 주로 활동했던 에즈라 파운드(시인)를 예로 들었다. 에즈라 파운드는 미국의 시각에서 보면 나쁜 짓을 한 시인일지는 몰라도 인류적 차원에서 보면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

“친일문학(예술)도 나쁘다고 해서 없애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친일문인이라 해서 예술이나 공적까지 말살해서는 안된다. 위대한 예술가의 작품은 남길 가치가 있다. 공과를 정확히 살펴야 한다.”

"문학을 오늘을 사는 사람들의 삶을 담아야"

ⓒ 마산MBC
문학관에 대해 박경리씨는 “문학이란 본질을 추구하는 것이다. 생존하는 이상의 진실은 없다”고 말했다. 박씨의 이 말은 문학은 곧 오늘을 사는 사람들의 삶을 담아내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학과 인생은 갈라놓을 수 없다. 인생이 문학이다. 합리주의도 과거와 지금은 다르다. 할아버지 할머니시대에는 합리주의가 근검절약이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합리주의라는 말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다 같이 쓰지만, 그 개념은 정반대다.”

노벨문학상 추천과 관련해 박경리씨는 "작가 입장에서 보면 모국어로 글을 써야 하는데, 작품이 영어나 불어로 번역되어 읽혀지는 정도를 보고 노벨문학상을 거론하고 있으니 작가로서 자존심이 상한다”고 말했다.

소설 <토지>에서 동학혁명을 강조한 것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시민들이 들고 일어나서 혁명을 완성한 사례는 세계적으로 드물다. 동학혁명은 이념적으로 완성된 형태였다. 그런 차원에서 동학혁명은 세계적으로 기록할 만하다.”

고향 통영을 배경으로 해서 썼던 소설 <김약국의 딸들>에 대해, 박씨는 더 많은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이 소설은 사실적인 이야기를 중심으로 썼지만, 오래전부터 통영에서 내려오는 전설이나 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박씨는 설명했다.

박씨는 “이 소설을 바탕으로 영화가 만들어졌는데, 당시 ‘하동집’의 도끼살해사건이 사람들 사이에 사실인 것처럼 인식되었다”면서 “본의 아니게 관련된 사람들한테 폐를 끼친 것 같아 미안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박경리씨는 이번 특별대담에서 대중매체에 노출을 꺼리는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작가가 대중에 노출되는 것이 세속적인 것이다. 작가가 진정 자유를 원할 때는 스스로가 차단해야 한다. 25년간 <토지> 쓰는 동안 내 스스로 차단하는 것이 글쓰는 일 이상으로 힘들었다."

박경리씨는 환경문제와 농업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으며, 이에 대해서는 강하게 정부정책을 비판했다. 박씨는 "환경과 농업문제를 보면 한국은 정책 부재이며, 야만국 수준"이라 말했다.

팔순 바라보는 나이, 요즘 한 쪽 눈 못쓸 정도

박경리씨는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다. 요즘 한쪽 눈을 못쓸 정도로 시력도 좋지 않다. 토지문학관 옆에 있는 텃밭을 가꾸는 재미에 살고 있다. 올해 초 한 신문에 <나비야 청산가자>를 연재하다가 혈압이 높아 중단하기도 했다. 박씨의 딸인 김영주(시인 김지하씨 부인)씨가 서울과 원주를 오고가면서 어머니는 돌보고 있다.

이번 특별대담을 기획했던 마산MBC 김일태 피디는 “박경리 선생은 25년 동안 원주에 살면서도 시내 나들이조차 하지 않을 정도로 창작 활동에만 전념해 오셨다”면서 “처음 섭외에 들어갔을 때도 자꾸만 사양하셨는데, 자신을 이렇게 키워준 고향에 대해 빚을 갚는다는 생각으로 방송에 응하셨다”고 말했다.

박경리 특별대담 1부 ‘통영, 박경리 문학의 은근한 지렛대’와 2부 ‘지성의 빛, 인간 박경리’는 3일 저녁 9시55분부터 140분 동안 방영되고, 3부 ‘<토지>의 작가 박경리’는 4일 밤 9시45분부터 70분간 방영된다. 김일태 피디는 “마산MBC 창사특집으로 이번에 경남권에 우선 방영하고, 전국 방송 여부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경리씨는 1926년 경남 통영 출생으로, 진주여고를 졸업하고 1950년 황해도 연안여중 교사를 지냈다. 1955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고, 1969년 장편 <토지>를 <현대문학>에 연재하기 시작해, 1994년 <토지> 5부를 완결했다.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를 지냈고, 1999년부터 연세대 석좌교수로 있으며, 1996년 토지문화재단을 설립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