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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이 많이 쓰고 있는 미술도구
어린이들이 많이 쓰고 있는 미술도구 ⓒ 이부영
어린이들이 많이 쓰고 있는 학습도구를 살펴본 적이 있으신가요? 어른들은 어린이를 위한다면서 다른 곳에는 관심도 많고 돈을 많이 쓰면서, 정작 어린이들이 날마다 쓰고 있는 학습도구에는 관심도 적고 돈을 들이지 않습니다.

어린이들이 가지고 다니는 학습도구를 보면 한마디로 싸구려에다가 학습을 제대로 할 수 없는 품질 나쁜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아니면 제 구실을 할 수 없게끔 색깔과 모양, 겉꾸밈만 화려한 것들이 많습니다.

어린이들이 어떤 학습도구로 공부하고 있는지는 살펴보지 않은 채 어른들은 쉽게 말합니다.

“넌 왜 못해?” 하고요.

‘왜 못해?’ ‘잘 해!’라고만 하지, 품질 나쁜 학습도구로 늘 절망하고 힘겨워하는 어린이는 잘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른들은 다른 것들을 살 때는 요모조모 따져보고 사 주지만, 유독 학습도구를 살 때는 어린이들이 필요하다면 그냥 돈을 주고 말거나, 화려한 겉모양만을 따져서 아이들에게 고르게 하거나, ‘잘 잃어버리니까’ 값싼 것을 사 주는 일이 많습니다. 학습도구가 제 역할을 하나 요모조모 따져서 사 주는 어른들은 참 보기 힘듭니다.

저는 오늘부터 어른들에게 어린이들이 학교에서 쓰고 있는 학습도구를 하나하나 보여주면서, 어른들이 어린이들이 쓰고 있는 학습도구에 관심을 갖고, 어린이들에게 품질 좋은 학습도구를 주자는 운동을 벌여나갈 참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품질 나쁜 어린이 학습도구를 몰아내고, 나아가 어린이의 발달단계에 알맞은 ‘어린이용’ 학습도구가 생겨나길 바랍니다. 어린이를 위한다는 외침은 많지만, 어린이들이 제대로 쓰고 그리면서 공부할 수 있는 ‘어린이를 위한’ 어린이에게 맞는 ‘어린이용’ 학습도구는 참으로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색칠을 못하게 하는 붓

어린이들이 늘 쓰고 있는 형편없는 학습도구로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이 미술도구입니다. 미술도구에서 붓을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어린이들이 미술시간에 많이 쓰고 있는 붓들
어린이들이 미술시간에 많이 쓰고 있는 붓들 ⓒ 이부영
사진에 나와 있는 붓은 어린이들이 가장 많이 쓰고 있는 붓을 모아놓은 것입니다. 붓은 색칠을 할 때 씁니다. 굵고 가는 선을 그을 때도 씁니다. 그러나 어린이들이 쓰고 있는 붓은 한마디로 붓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것들뿐입니다.

어린이들이 쓰는 붓을 살펴보면 몽당 빗자루를 생각나게 합니다. 털 길이가 짤막하고 붓털이 좋지 않아 물을 묻혀도 한 곳으로 잘 모아지지 않아서 마음먹은 대로 색칠을 할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어린이들이 가져온 붓을 보면 꼬부라지거나 털이 구겨져 있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이런 붓으로 어떤 유명한 화가라도 그림을 제대로 그려낼 수 없을 것입니다. 아니 이런 붓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글씨를 쓰면 새로운 ‘추사체’가 나올 법도 합니다.

물통에 붓을 꽂아놓고 쓰면 붓털이 구부러져서 못 쓰게 됩니다.
물통에 붓을 꽂아놓고 쓰면 붓털이 구부러져서 못 쓰게 됩니다. ⓒ 이부영
원래 붓의 품질이 나쁘기도 하지만, 붓털이 꼬부라지고 구겨진 것은 어린이들이 붓을 쓰는 법을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아니 어른들이 붓 제대로 쓰는 법을 한번도 가르쳐 주지 않은 탓이 크지요.

붓이 꼬부라지고 구겨지는 까닭은 붓을 아무렇게나 가방 속에 넣어 가지고 다니거나 사진처럼 물통에 꽂아두고 쓰기 때문입니다. 붓은 한번 꼬부라지면 펴지지 않고, 꼬부라진 붓으로는 그 어떤 그림도 잘 그려낼 수 없으니 당장 버려야 합니다. 붓 모양으로 생겼다고 해서 다 붓이 아닙니다.

어린이들에게 그림을 ‘잘 그려라’하기 전에 색을 마음먹은 대로 잘 칠할 수 있는 품질 좋은 붓을 사 주십시오. 좋은 붓은 붓을 눌렀을 때 털에 탄력이 있고 한 곳으로 잘 모아지는 붓입니다. 좋은 붓을 고르기 힘들면, 이름이 있는 값이 비싼 붓을 고르면 됩니다. 이런 것에는 돈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좋은 붓의 털 생김새
좋은 붓의 털 생김새 ⓒ 이부영
그 다음에 올바르게 쓰는 법을 가르쳐 주십시오. 붓을 다 쓴 다음에는 반드시 붓털에 묻어 있는 물감을 깨끗하게 빨아서 말려 두고, 가지고 다닐 때는 붓말이에 꼭꼭 말아서 가지고 다니게 해야 합니다. 또 그림을 그릴 때 붓을 물통에 꽂아두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붓은 붓말이에 말아서 가지고 다녀야 붓털이 망가지지 않습니다.
붓은 붓말이에 말아서 가지고 다녀야 붓털이 망가지지 않습니다. ⓒ 이부영
그리고 물건을 잘 잃어버리는 어린이들에게 꼭 필요한 것은 붓마다 학년 반 이름을 꼭 써두는 것입니다. 이름을 쓸 때는 물에 이름이 지워지지 않게 써야 하고, 부모가 대신 써 주는 것보다 아이가 쓰도록 도와주는 게 좋습니다.

오늘 당장 어린이가 쓰는 붓을 자세히 살펴보고 몽당 빗자루 같이 생긴 붓, 털이 꼬부라지거나 구겨진 붓은 당장 버리고, 품질 좋은 새 붓을 사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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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만에 독립한 프리랜서 초등교사. 일놀이공부연구소 대표,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일놀이공부꿈의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청 시민감사관(학사), 교육연구자, 농부, 작가, 강사. 단독저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외 열세 권, 공저 '혁신학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열다.'외 이십여 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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