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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학영 한국YMCA연맹 사무총장이 7일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기자회견에서 일부 언론의 왜곡보도로 인한 시민운동 후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총선시민연대도 <조선> 소송 제기
8일 기자회견 예정... 시민단체 소송 '봇물'

지난 4.15 총선에서 시민감시활동을 벌였던 '2004 총선시민연대'가 <조선일보> 등 일부 언론의 왜곡보도와 관련, 수억원대의 손해배상소송에 동참할 예정이다.

총선연대는 7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내일 기자회견을 열어 법적 대응 등 우리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겠다"고 말했다.

소송 대상과 소송금액 등 구체적인 사항은 오늘 저녁 회의에서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관계자는 전했다.

<조선일보> 등은 최근 "총선시민연대 소속 단체들이 정부 지원을 받았다"며 "권력을 멀리해야 할 단체가 정부 돈 받고 낙선운동을 했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범시민사회진영이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문화일보> 등 일부 언론의 시민단체 정부지원금과 관련한 왜곡보도에 전면전을 선포하고 나섰다.

전국 354개 시민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공동대표 김성중 외·이하 연대회의)는 명예훼손 등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해 각 시민단체별로 조선, 동아일보 등에 대해 각각 5000만원의 손해배상소송을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조선일보의 경우 보도에 인용된 17개 단체가 모두 참여하면 9억원에 달하는 소송을 당하게 된다.

시민사회진영이 연대 차원에서 조선 등 보수언론의 왜곡편파보도에 법적 대응으로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은 또 악의적 보도로 시민운동의 명예를 훼손한 신문에 대한 정정보도 및 공식사과 요구와 함께 무가지 배포·경품제공 등 신문사의 불법행위 공동감시 등도 적극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연대회의는 7일 오전 서울 정동 프란시스코 교육회관 2층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각 시민단체별로 각각 5000만원 손배소 예정... 9억원대 육박할 듯

연대회의는 "정부의 시민단체에 대한 재정지원은 국가가 직접 할 수 없는 공공프로젝트를 국민세금으로 지원하는 것으로 다른 나라에서는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다"고 일부 신문의 비판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유럽의회는 각국 정부에 GNP 대비 0.3%를 시민단체지원금 권고안으로 제시할 만큼 정부의 NGO 지원확대는 세계적 추세"라고 전한 연대회의는 "시민단체의 공익활동에 대한 정부 지원은 더욱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대회의는 "정부에 대한 시민단체의 협력과 비판은 개별 사안, 정책에 따라 결정될 뿐이며 정부지원 공공프로젝트를 수행한다는 이유로 시민단체가 친정부적이라는 비난은 억지주장"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해결하지 못하는 공적과제를 어떻게 수행할 것인지'라는 사회적 의제에 대한 진지한 토론은 외면하고 '시민단체가 정부지원금을 받아 친노무현 활동을 한다'고 왜곡을 되풀이하는 일부 언론의 행태는 언론개혁 필요성을 방증할 뿐이라는 것.

연대회의는 이들 신문에 대해 "비판적인 시민단체 활동을 방해해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불순한 정치의도가 개입된 행위"로 규정했다. 연대회의는 "전국 각지에서 헌신하고 있는 시민단체와 회원들의 손상시킨 것에 대해 조선일보 등은 공개적으로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한나라당 이한구 정책위의장 항의방문 예정

연대회의는 또 정부의 시민단체 프로젝트 지원을 왜곡하고 있는 한나라당에 대해 8일 이한구 정책위원회 의장을 면담하고 시민사회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아울러 시민참여와 시민사회 활성화를 제약하는 법제개선과 간접지원제 확대, 공익적 제3의 기구를 통한 방식개선 등의 활동도 적극 펼친다.

앞으로 주력할 법제개선 활동은 ▲지방자치단체의 사회단체 보조금제도 개선과 특별법폐지 ▲법인세법 시행령 개정을 통한 기부자 조세감면 ▲기부금품모집규제법 개선 ▲비영리민간단체 법인설립과 정부 재정지원을 통합하는 (가칭)'비영리민간단체에 관한 법률' 제정 등이다.

시민사회 발전을 위한 NGO 역할을 모색하는 공론의 장도 마련된다. 연대회의는 10월 13일 서울 세종문화회간 컨퍼런스홀에서 '시민사회를 위한 언론과 NGO 역할'을 주제로 토론회를 여는데 이어, 한국NGO학회와 비영리학회 등과 공동으로 'NGO 재정지원과 사회적 역할확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한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박상증 참여연대 공동대표를 비롯 김상희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 이학영 한국YMCA 사무총장, 박홍근 한국청년연합 대표, 지금종 문화연대 사무총장, 서주원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남윤인순 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최민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사무총장, 김제남 녹색연합 사무총장, 하승창 함께하는 시민행동 사무처장, 승정희 흥사단 차장 등이 참여했다.

▲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7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시민단체 정부지원금과 일부 언론의 왜곡보도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시민단체 유럽국가로부터 10년간 10억달러 지원받아... 편협한 시각 버려야"

박상증 참여연대 공동대표는 한국언론의 편협한 시각을 지적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지난 72년부터 82년까지 민주화운동을 적극 벌였던 우리 비정부단체들은 유럽 OECD 국가들로부터 매년 1억달러씩 지원을 받았다"면서 "정부지원을 받은 비정부단체 활동이 문제라면 한국 내부만의 문제가 아니지 않겠느냐"고 따졌다.

하승창 함께하는시민행동 사무처장은 "정부지원금이라고 하니까 시민단체가 경상비, 운영비를 받은 것처럼 비쳐질 수 있는데 정부로부터 용역받은 사업에 대해 지원받은 것"을 강조한 뒤 언론의 정확한 보도를 주문했다. 하 처장은 "중국조차도 NGO 발전 지원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이런 기자회견 자체가 시대에 뒤떨어진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경 연대회의 사무국장은 "관변단체, 직능단체도 지원받았다고 항변하려는 게 아니다"고 전제한 뒤 "형평성 있는 일관된 원칙과 투명한 절차에 따라 정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그럼에도 정부에 단일화된 창구나 법제는 없다"며 "시민사회에서는 정부재정을 합리적으로 쓸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꾸준히 요구해왔다"고 덧붙였다.

왜곡보도로 오히려 탄력받는 언론개혁운동
연대회의 "무가지·경품제공 공동감시하겠다"

<조선일보> 등 일부 언론의 시민단체 정부지원금에 대한 왜곡보도가 '언론개혁운동 확산'이라는 예상치 못한 결실로 나타날 조짐이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조선일보 등 일부 언론의 무가지 배포 및 경품제공 등 불법행위에 대한 공동감시 활동을 선포했다. 이로써 신문시장 질서를 해치는 주범으로 지적돼온 신문사의 불공정거래행위 등은 전국 시민단체의 집중감시 대상에 오르게 됐다.

이는 사실상 시민사회 진영의 본격적인 언론개혁운동 결합이 되는 셈이다. 그동안 시민사회 진영은 다른 과제와 달리 '언론활용론' 등으로 언론개혁에 다소 소극적인 게 아니냐는 비판도 받았다.

최민희 민언련 사무총장은 "앞으로 대응방안에 무가지·경품 감시활동까지 들어가 있어서 깜짝 놀랐다"며 "조선일보의 터무니없는 보도가 언론개혁운동의 필요성을 일깨준 결과가 됐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주요 인사들의 입장이다.

이학영 한국YMCA연맹 사무총장 "복잡해지고 다원화될 미래사회는 과거처럼 공조직만 갖고 사회운영을 하기 힘들어진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정부와 시민사회, 기업 등 주요 영역이 함께 참여하는 '거버넌스' 체제를 적극 논의하는 단계다. 관료조직뿐 아니라 사회영역을 운영에 동원하겠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발적으로 성숙한 시민사회 영역을 어떻게 풀뿌리로 키워낼 것인가가 고민하게 된다.

우리도 시민단체들이 20∼30년간 꾸준히 노력한 결과 시민사회가 성숙해지고 있다. 정부에서 일부 보조해서 국정운영에 참여시킨 사례도 있다. 그런데 일부 언론에서 이를 정부 하수인으로 매도하고 있다. 이같은 보도는 사회발전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뿐 아니라 NGO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 이제 막 활성화되고 있는 시민운동을 후퇴시킬 우려가 크다."

박상증 참여연대 공동대표 "조선일보가 한국 시민운동의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거나 의도적으로 곡해하려는 의도가 최근 여러 보도에서 나타났다. 혹여 그런 오해를 살 만한 단체가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내가 직접 관계하고 있는 단체와 사람 중에는 없었다. 정부-비정부 기구의 협력이 과거 어느 때보다 긴요하게 요청되고 있다.

지난 72년부터 82년까지 10년간 한국은 맹렬하게 민주화운동을 했다. 당시 유럽의 OECD 다수 국가가 아시아 비정부단체에 재정적 지원을 했는데, 한국에도 매년 1억달러씩 들어왔다. 10년간 10억달러가 들어왔다. 만약 (정부지원을 받은) 비정부단체 활동이 문제라면 한국 내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한국언론의 좁은 시야, 편협한 생각은 시정돼야 한다. 이같은 불필요한 논쟁은 민주화과정에서 별로 도움되지 않는다. 현대사에서 언론의 역할이 중요한데, 그 사명을 인식해주길 바란다."

김상희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 "오늘 이런 자리에 있다는 것 자체가 시민단체 활동가들에게 깊은 자괴감, 분노에 빠지게 한다. 사실 우리 사회에 자발적 시민사회가 등장한 것 자체가 90년대 초중반이다. 헌신적인 활동가에 의해 자발적 시민단체 생겨나고 뿌리내린 게 겨우 10년 됐다. 국민을 위해 필요한 사업 일부에 대해 시민단체 힘을 빌어 정부가 용역사업을 진행한 게 5년 남짓 됐다.

일부 언론과 정당에서 이를 시민단체의 정치적 중립성 문제로 제기하면서 정부지원제를 폄하하고 있다. 참여민주주의라는 세계적 흐름에서 '거버넌스'로 나가고 있는 때 이제 싹이 나고 뿌리내리려는 시민사회를 짓밟으려는 의도에 깊은 우려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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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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