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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 총선시민연대'는 8일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의 시민단체 지원보도와 관련, <조선일보>를 상대로 명예훼손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조선일보가 수년간 시민단체와 관련해 '치고빠지기식'으로 악의적 보도를 반복했는데, 이제는 그렇게 하도록 가만히 두지 않겠다. 그동안 '에이' 하고 내버려뒀다. 하지만 조선일보가 전면적으로 나온다면 피하지 않겠다. 법적 대응은 시작에 불과하다. 끝까지 싸울 것이다. 전체 시민단체 차원의 새로운 언론개혁운동을 보여주겠다."

시민단체들이 <조선일보>와의 전면전에 돌입했다.

'2004 총선시민연대'(총선연대)는 8일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시민단체 지원보도와 관련, <조선일보>를 상대로 모두 13억5000만원에 달하는 명예훼손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총선연대는 이날 "조선일보가 지난 1일 보도한 '권력 멀리해야 할 단체가 정부 돈받고 낙선운동' 등 일련 기사가 총선연대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이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소송에는 총선연대와 총선연대 참가단체 중 조선일보가 해당 기사에서 직접 거론한 17개 단체가 참가한다. 소송 참여단체는 단체별 논의결과에 따라 더 늘어날 전망이다. 총선연대는 5억원, 참가한 개별단체는 5000만원씩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된다.

8일 오전 현재 이번 소송에 참가하기로 결정한 단체는 2004 총선연대(5억원)과 함께 걷고싶은도시만들기시민연대, 광양환경운동연합,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녹색연합, 대전충남민언련, 문화개혁시민연대,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여성민우회, 여성의전화연합, 여수YMCA, 열린시민사회연합, 전북민언련, 전북여성단체연합,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참여자치21(광주), 환경운동연합 등이다.

소송 대상은 법인으로는 조선일보사와 이를 그대로 인터넷에 실은 디지틀조선일보를 비롯해, 조선일보 취재기자와 편집국장 등이 포함된다. 소장 제출은 실무준비가 끝나는대로 즉시 들어갈 예정이며, 다음 주중 서울중앙지법에 제출될 것이라고 총선연대는 밝혔다. 총선연대는 소장 전문도 공개할 방침이다.

총선연대 차원 5억, 17개 개별단체 각 5천씩, 모두 13억5천 손배소

▲ 정부의 시민단체 지원보도와 관련해 <조선일보>를 상대로 소송 변론을 맡은 '2004 총선시민연대' 측 백승헌 변호사(왼쪽에서 두번째)가 8일 기자회견에서 향후 계획에 대한 답변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소송변론을 맡은 백승헌 변호사는 "조선일보가 실제 총선연대 참가단체에 지원된 돈이 어떤 명목으로 어떻게 사용된 것인지, 낙선운동과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전혀 밝히지 않은 채 일부 사실만 취사선택했다"며 "문구를 교묘히 연결하는 방식으로 정부 지원금이 마치 낙선운동에 사용됐거나 정부가 낙선운동을 한 시민단체를 직접 지원한 듯한 인상을 줌으로써 총선연대 활동을 악의적으로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총선연대는 "시민단체가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돈은 일정한 조사·연구 등을 수행한 대가로 받는 것으로 시민단체 활동방향과 정부 재정지원은 직접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총선연대 활동비용은 참가단체의 자발적 분담금과 국민 후원금으로 운영됐으며, 경비관련 수입·지출내역은 이미 공개됐다.

총선연대는 이같은 보도행태 뒤에 숨은 조선일보의 의도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총선연대는 "조선일보가 사실을 외면한 채 악의적으로 보도한 것은 시민단체 활동을 방해하고 시민운동을 신뢰·지지하는 국민과 시민단체를 갈라놓으려는 불순한 정치적 의도가 개입된 행위"라고 규정했다.

특히 2001년 언론사 세무조사 이후 2002년과 올해 낙선운동까지 조선일보의 시민단체 음해성 보도가 계속되는 것은 자사 이익과 관련한 정치적 공격이라는 게 총선연대 해석이다.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조선일보의 이번 보도는 일회적 사건이 아니다"며 "2002년 낙선운동 때는 '홍위병' 이름으로 시민단체를 매도했고, 당시 대표단이 항의방문을 갔을 때 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해 시민단체와 조선일보간 전면전이 봉합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조선일보의 이같은 보도가 지속되는 이유로 "최근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과거사 청산과 언론개혁 논의와 직접 이해관계가 걸려있기 때문"이라고 김 처장은 풀이했다. 과거사 청산과 언론개혁 관련, 개혁법안 통과를 앞두고 국민여론 형성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는 시민단체를 겨냥해 '왜곡보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선>의 악의적 보도, 과거사청산·언론개혁과 맞물려 있다"

▲ 시민사회진영으로부터 강한 반발을 일으키고 있는 <조선일보> 9월 1일자 보도. 이 기사외에도 조선은 '시민단체 지원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보도를 최근 잇따라 내보냈다.
ⓒ 조선일보 PDF
총선연대는 조선일보의 이같은 행태가 계속 된다면 법적 대응 외에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 강력하게 대처할 방침이라고 거듭 다짐했다.

김 처장은 "취재거부·구독거부 등 모든 형태의 대응 방안을 놓고 검토 중이다, 지난 몇년간 그냥 뒀던 조선일보 등 수구언론의 악의적 왜곡보도를 더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모아가고 있으므로 새로운 형태의 언론개혁운동이 전개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 제기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한편 총선연대는 조선일보 이외 다른 언론사에 대한 법률적 대응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혀 소송 대상이 추가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조선일보 기사를 근거로 관련기사를 보도하거나 논설·칼럼 등으로 왜곡된 사실을 유포, 시민단체 명예를 훼손한 언론사에 대한 대응도 적극 검토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날 기자회견을 위해 상경한 김대희 여수YMCA 정책기획국장은 격양된 지역 시민단체의 분위기를 전했다. 김 국장은 "유력 언론사가 어떻게 객관적 사실조차 외면한 이런 기사를 쓸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철저한 법적 대응을 통해 언론사로서 도덕적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조선일보가 공개사과하지 않는다면 언론사의 존폐 책임까지 따질 것이다, 시민단체의 도덕성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기자회견에는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 김민영 참여연대 시민감시국장, 지금종 문화연대 사무총장, 최민희 민언련 사무총장, 서주원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김대희 여수YMCA 정책기획국장 등과 이번 사건의 변론을 맡은 백승헌 변호사 등이 참여했다.

한편 전국 354개 시민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공동대표 김성중 외·이하 연대회의)는 이보다 앞서 7일 이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악의적 보도'를 한 언론사에 대해 공식 사과 및 정정보도를 요구했다. 또 조선일보 등에 대한 법적 대응과 함께 무가지 배포·경품제공 등 신문사의 불법행위 공동감시 등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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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의 도덕성, 존폐까지 책임을 따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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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 총선시민연대'는 8일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의 시민단체 지원보도와 관련, <조선일보>를 상대로 명예훼손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이 기자회견 후 기자들의 추가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다음은 참석 인사들의 주요 발언이다.

지금종 문화연대 사무총장 "낙선운동과 마찬가지로 대통령탄핵 반대운동을 할 때도 '정부 돈 받아서 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있었다. 이런 비난은 단순하게 정치적 공격만을 위한 게 아닌 듯하다. 과거 권력과 민간단체의 유착관계에 너무 익숙한 사람들이 이런 인식을 보이고 있다.

특히 조선일보 보도는 대단히 악의적 의도가 있다. 그런데도 이런 의도가 통용되는 사회적 인식이 답답하다. 총선연대와 참여단체에서 조선일보를 상대로 명예훼손소송을 낸 것은 이 과정을 통해서 올바른 인식을 갖게 하자는 취지가 더 중요하다. 조선일보사뿐 아니라 다른 언론사에 대한 소송도 추가되면 시민사회진영이 함께, 끝까지 해나갈 계획이다."

백승헌(법무법인 한결) 변호사 "조선일보 보도는 매우 악의적이다. 총선연대와 참여단체, 특히 조선일보가 기사에서 표를 통해 거명한 단체 뿐 아니라 소속 회원은 물론 2002년, 2004년 낙선운동으로 이어지는 시민운동 전체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보기 때문에 소송을 내는 것이다.

이번 조선일보 보도는 객관적 사실과 의견을 적시한 것처럼 외양을 갖추고 있으나 일부만 취사선택해서 썼다. 또 교묘한 접속사 사용을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마치 정부지원금이 낙선운동에 사용된 것처럼 우회적, 간접적인 방법으로 시민단체 명예를 훼손했다. 보도자체도 문제가 있고 악의적인 보도방식으로 (조선일보 기사가) 마치 사실인 양 받아들여지게 함으로써 명예를 훼손한 것이다.

총선연대와 17개 개별단체 등 18개 단체가 공동원고가 돼서 오프라인상에는 조선일보를, 온라인상에서 이를 그대로 실은 디지틀조선일보, 또 기사작성에 참가하고 제목 뽑은 기자 등의 책임을 물어 소송을 낼 계획이다. 17개단체는 조선일보 기사에 거명된 23개 중 우선 결의를 거친 곳이다. 소속단체 논의가 끝나는대로 나중에 소송참여 단체가 추가될 수 있다."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 "조선일보의 이번 보도는 일회적 사건이 아니다. 시민단체에 대한 지속적 음해와 악의적 보도의 연장선에 있다. 특히 자사와 관련한 정치적 공격에 그 의도가 있다. 2002년 낙선운동 당시에도 동일한 사안이 조선일보를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보도됐다. 그때는 '홍위병' 이름으로 시민단체를 비난했다. 당시 김대중 주필이 쓴 시민단체 비난 칼럼과 관련, 총선시민연대 대표단이 조선일보에 항의방문을 갔다. 그때 조선일보가 사과하고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해서 시민단체와 조선일보간 전면전으로 확산될 상황이 봉합된 적 있다. 그럼에도 2002년 낙선운동을 전개하는 내내 악의적 보도는 그치지 않았다.

조선일보 등은 언론사 세무조사 실시 이후 시민단체에 대해 근거없는 악의적인 보도를 계속 해왔다. 이번 사건도 과거사 청산과 언론개혁 관련 법안통과를 앞두고 직접적 이해관계가 걸린 조선일보 등이 국민여론 형성에 시민단체가 결정적 역할을 한다고 판단, 정치적 행위를 한 것이다. 앞으로도 악의적인 보도가 계속 있을 것이다. 지난 몇년간 시민단체에 대한 조선일보 등의 악의적 왜곡보도가 있었는데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모았고, 1단계 조치로 조선일보 소송제기를 공표하는 것이다.

이밖에 조선일보 보도를 받아서 관련기사를 쓴 다른 신문사에 대해서는 원고적격 등 법률적 검토를 진행 중이다. 검토를 끝내는대로 다른 언론사에 대한 법적 조치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이번 사건 이후 각 지역단체로부터 상당히 많은 연락이 오고 있다. 시민사회 전체가 전국적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는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조선일보가 수년간 시민단체 관련, '치고빠지기식'으로 악의적 보도를 반복했는데, 이제는 가만히 두지 않겠다. 그동안 '에이' 하고 내버려뒀지만, 조선일보가 이번 보도처럼 과거청산 및 언론개혁과 관련 시민단체에 대해 악의적 보도로 전면전을 하자고 하면 피하지 않겠다.

법적 조치는 시작에 불과하다. 취재거부, 구독거부 등 다양한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언론단체 차원을 넘어서 시민단체 전체의 대응으로 갈 것이다. 언론개혁에 대한 새로운 운동방식으로 갈 수도 있다."

김대희 여수YMCA 정책기획국장 "우리 단체에서 활동하는 중고등학교 기자단이 이번 조선일보 보도를 갖고 토론을 했는데 '기가 차다'는 결론이 나왔다. 어린 학생조차 실체적 객관적 진실을 어떻게 기사할지 잘 알고 있는데 국내 굴지의 언론사가 이렇게 보도할 수 있는가. 행정자치부 등 정부 지원금은 노무현 대통령이 준 게 아니다. 94년 김영삼 정부 때 시작됐고, 심사위원회가 객관적 기준에 따라 지원여부를 결정한다. 매년 투명성도 높아졌다.

조선일보가 지원선정이나 과정 등 객관적 문제를 다뤘다면 수긍하겠다. 그러나 학자로서 심사위원들의 양심을 인증하지 않고 노무현 정권의 홍위병으로 매도한 것은 절대 묵과할 수 없다. 지역단체도 법적 대응을 철저하게 할 것이다. 언론사의 도덕성, 존폐까지 그 책임을 따질 것이다. 시민사회단체의 도덕성, 언론의 도덕성을 지키기 위한 구국의 결단이다. 조선일보 사과와 법률적 승리를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

김민영 참여연대 시민감시국장 "서울시도 NGO에 지원을 하고 있다. 이번에 조선일보가 언급한 단체 중 상당수는 서울시에서도 별도로 프로젝트 별 지원을 받고있다. 현재 서울시장은 이명박씨다. 시민단체들이 서울시로부터도 지원금을 받았으면 한나라당 이명박 시장의 의도에 따라 활동하겠다는 것인지…. 이런 식의 앞뒤 맞지 않은 얘기는 당장 중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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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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