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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
1999년 케이블 방송사 중 하나인 투니버스에서 묘한 분위기의 프로그램이 방영되었다. 그로테스크한 세트. 세트 가운데 놓여있는 두 대의 컴퓨터. 동네 PC방을 전전하며 온라인상 아이디를 알렸던 게이머들이 처음으로 전국 방송을 탔다.

2004년 7월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에 10만 명의 인파가 모였다. 같은해 8월 대구의 전시컨벤션센터(EXCO) 야외무대에 엄청난 인파가 모였다.

인기 연예인이 오는 것도 아니고 해외 유명인사가 오는 것도 아니다. 광안리에서는 온게임넷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 한빛 스타즈와 SK Telecom T1의 결승전이, 대구에서는 바로 온게임넷 스타리그 결승전이 있었다. 게임을 관람하는 시대다.

컴퓨터 게임시장은 굉장히 변화가 빠르다. 새로운 형태의 게임도 빨리 등장하고 인기 있던 게임들도 빨리 사라지는 편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스타크래프트는 7년째 그 인기가 식지 않고 있다.

99년 투니버스에서의 첫 방송을 시작으로 게임 전문 채널까지 생기며 인기가 식기는커녕 오히려 다양한 형태의 컨텐츠를 가진 문화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새로운 게임이 나오면 스타크래프트의 인기도 식을 것이라고 평했다. 그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지만…. 왜일까?

스타크래프트는 혼자 즐기는 게임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함께 경쟁하는 게임이다. 경쟁이 있으면 승자와 패자가 있고, 승자와 패자가 있으면 최종 승자도 있다. 마치 100m달리기에 1위와 8위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스타크래프트의 인기로 PC방이라는 신종사업이 크게 번창한다. 스타크래프트는 이제 컴퓨터를 가진 사람만의 게임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인 대중이 즐기는 게임이 되었다. 이는 스타크래프트 유저의 저변 확대로 이어졌다. 게다가 고수 게이머들의 플레이가 방송을 통해 계속 방영되었다.

저변 확대와 방송은 일반 게이머의 플레이 수준에 상향 평준화를 가져옴으로서 새로운 고수 게이머들을 양산했다. 새롭게 나타난 고수 게이머들이 기존 상위 게이머들에게 도전장을 던진다. 승리와 패배. 뜨는 해와 지는 해. 마치 여타 다른 프로 스포츠에서 보는 신인 발굴과 다름없다.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이라는 게임장르에서 알 수 있듯이 다양한 전술, 전략이 있고 스피디한 게임 진행으로 그 스타크래프트 인기는 날로 더해 가고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이 만들어 졌다. 그리고 팀의 창단.

스타크래프트는 더 이상 신세대의 소유물이 아니다. 벌써 7년. 98년부터 즐겨오던 유저는 이미 30대다. 그만큼 저변이 넓다. 이를 엄청난 시장으로 생각한 여러 기업들이 프로팀을 창단하게 된다. 늘 PC방에서 연습하던 선수들은 안정적인 수입원과 연습장소, 연습상대를 얻게 되고 그 실력이 다시 한번 상향 평준화 된다. 프로리그라는 새로운 아이템도 생겼다.

처음으로 돌아가자. '새로운 게임이 나오면 스타크래프트의 인기는 식을 것이다'라는 예측은 왜 빗나갔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스타크래프트는 더 이상 게임이 아니다. 하나의 문화이고 잘 짜여진 프로 스포츠다.

축구가 인기 있을 때 다른 스포츠가 등장한다고 해서 축구의 인기가 줄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물론 짧은 역사지만 언제 어느 때 무슨 일이 생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만큼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뜻이다.

프로리그와 개인전리그를 주최하는 각 방송사에서 늘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아이템을 만들어 나가고, 단순한 한 게임이 아니라 한 경기로 인정하는 문화가 정착될 때에 스타크래프트는 진정한 프로 스포츠로서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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